이 "크로즈 업"란이 시작되고 나서 많은 기업들이 소개되었다. 대부분은 성공하거나 큰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것을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요즈음 같은 때에는 새삼 의문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순히 회사가 외형적으로 번창하고 매출액만 많다고 성공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는 경영으로 그 분야에서 최고인 기업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범한상선은 바로 그런 모델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성패의 많은 부분이 경영자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경영자의 약력을 살펴보는 것은 그 기업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한중항로 벌크선 박사

범한상선 백성호사장(42)은 목포해양대학을 나온 전문해운인이다. 목포해대를 80년도에 졸업하고 바로 승선하여 일본선사인 K-Line, MOL 등에서 벌크선을 운항하는데 항해사로 일을 했다. 86년에 MOL의 벌크선 선장을 지내다가 하선하여 해무사시험에 합격한 다음, 두우해운 부산사무소장을 맡으면서 육상근무를 하게 되었다. 두우해운에서 2년동안 일을 한 백성호사장은 88년에 서울로 올라와 용선전문업체인 고려상선의 용선부차장으로도 근무하다가 92년 2월에 나름대로 웅대한 뜻을 품고 독립하여 범한상선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백성호사장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백사장은 국적선사를 경영하기 위해 실제로 선원생활서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전문해운인이다. 특히 한중항로에 대해서는 박사라고 할 수 있고 근해항로 벌크선 영업에 대해 백사장만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실제로 백성호 사장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백사장의 학구열은 대단한 것이었다. 86년에 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에 등록하여 89년에 졸업했고 98년에는 외국대학교 세계경영대학원 해운경영학과를 수료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 자기의 전공분야라고 할 수 있는 "한중간 부정기선 운항"에 대해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백성호사장은 92년 2월 범한상선을 설립하고 처음에는 주로 벌크 차터링업무만을 했으나 차츰 선박대리점업무, 선박관리업무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혀갔다. 업무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95년에는 대리점업무와 선박관리업무는 따로 떼어내어 계열회사인 경양해운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지금도 국적외항선사 업무와 차터링업무는 범한상선에서, 대리점업무와 선박관리업무는 계열회사인 경양해운에서 각각 담당하게 하면서 실제로는 2개회사를 한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예측에 의한 변신

범한상선 설립 초기 회사발전의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92년 7월 중국 天津SINOTRANS와 독점수송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이 계약에 의해 천진SINOTRANS의 부정기화물을 인천-천진항로에서 거의 정기적으로 운항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 수송을 위해 범한은 선박을 4척이나 투입했으며 혼신의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SINOTRANS측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이때 벌크화물을 톤당 26달러씩에 수송했다고 하니 현재의 가격 톤당 9달러와 비교하면 얼마나 재미있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SINOTRANS와의 이런 독점계약관계는 2년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한중간에 수교가 되고 정기선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이 벌크선 운송사업도 쇠퇴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白晟昊사장은 재빨리 3국간항로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93년말부터 중국의 대형종합상사라고 할 수 있는 MINMETAL(오금광)총공사의 중국-일본항로 화물운송 계약을 따내게 되고 이것이 이 회사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도 벌크선을 정기선 형태로 투입하여 오금강총공사의 화물인 철강제품과 광석등을 독점수송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汎韓商船은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많은 주위로부터 유혹을 받았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만을 했다. 90년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선사들이 밀수 자동차들을 수송하여 큰돈을 챙기기도 했는데 자동차 수송에는 단 한번도 눈을 돌린 적이 없다. 범한상선은 회사 설립당시인 92년 2월에는 사장을 포함하여 3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는 범한상선에 20명, 대리점인 경양해운에 8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부산을 비롯한 인천, 천진, 미얀마에 지사를 두고 있다. 연간 매출도 경양해운을 제외하고 범한상선 단독으로도 1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부채비율 25%의 초우량기업

범한상선과 계열회사인 경양해운이 담당하는 업무는 모두 벌크화물 수송과 관련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범한상선은 외항화물운송사업(국적선사)과 해운중개업(용선사업)을 하고 있고 경양해운은 선박대리점업과 선박관리업, 그리고 무역업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현지법인에서는 선원을 양성하여 송출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운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범한상선 미얀마 지사는 현재 250명이 넘는 미얀마선원을 한국과 일본에 송출했다. 범한상선의 특징을 들라고 하면 역시 "작지만 내실있는 기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창사이래 매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고 벌이는 사업마다 지금까지는 성공을 거뒀다. 사업의 진퇴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여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고 백성호사장 자신도 "실패란 있을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사업이 잘 되다가 보면 욕심도 날만한데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은 것도 범한상선의 강점이다. 현재 범한상선은 Pan Grace, Pan Rise 등 80년대에 건조한 6척의 선박(3,000-6,000dwt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은 25%로 국적선사 가운데 가장 낮아, 재무구조에서는 어느 회사보다도 탄탄한 초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범한상선이 잘 나가는데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고경영자인 白晟昊사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그는 해운전문인으로서 시장상황에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는 탁월한 예지능력을 갖고 있다. 사업초반에 한중항로 벌크선운항에 전념하다가 수교이후 중국-일본항로로 시야를 넓힌 것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성공경영을 하게된 이면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백성호사장이 믿는 신앙의 힘도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백성호 사장은 수술할 정도로 건강이 나빴던 적도 있지만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사업을 번창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려운 때이면 진솔하게 기도함으로써 영감을 얻었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독교인이면서 한마음이 되어 큰 힘을 보태주고 있는 임직원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적선사로 등록한 올해에는 5만톤급 핸디사이즈의 영업과 항로 다각화를 위해 김창윤상무나 이인철이사 등이 합류하여 완벽한 진용을 갖추었다. 범한상선의 임직원들은 매월 산행 등으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종합물류회사가 목표

범한상선의 장기적인 구상은 "종합물류회사"가 되는 것이다. 우선 한중항로나 일중항로 등 근해에 집중되어 있는 벌크선 영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항로와 러시아 등의 항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범한상선은 선박의 신조를 계획하고 있다. 백성호사장은 가능하면 계획조선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으로 범한상선이 진출을 노리는 분야는 카페리사업 분야. 지금까지는 부정기화물 수송에만 매달려왔지만 정기선화물도 수송함으로써 그야말로 명실공히 "종합물류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인천-연태항로 카페리 사업을 신청했지만 재무구조가 견실함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범한상선은 이번에는 부도가 난 동춘항운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에 있다. 백성호사장은 빠른 시일내에 어떠한 형태든 반드시 한중항로 카페리 사업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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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범한상선 백성호 사장

"세제개편·금융지원으로 경쟁력 제고를"

- 범한상선의 서비스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고객만족 서비스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철저히 고객 위주이고 특히 한중항로에서는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 관리에 신경을 썼다. 또하나 강점이라면 직원들의 결속력이 강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여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흥청망청 하거나 과소비하지 않고 열심히 하여 모범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 국적선사로서 외항운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투명한 경영,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우리도 그에 대비하여 보다 국적선사로서 보다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자신의 경영스타일은 어떻게 평가하며 인생의 좌우명 같은 것은?

"이슈가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철저하게 분석한 다음 대처하는 편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진인사 대천명,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 당국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국적선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제개편이나 금융지원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한중해운회담이나 한러해운회담을 보면 우리가 너무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현재 한중항로에서는 중국 선박들이 화물운송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단기적인 계획이 없는 것이 대단히 아쉽다. 현재 러시아와의 사이에도 최혜국대우가 취소되는 바람에 우리나라 선박들이 러시아항만에서 갑자기 높은 항비를 물고 있다. 이런 것을 정부가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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