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장기호황, 전략적 사고 요구된다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해운경기 전망이 온통 장미빛이다. 이런 전망을 가능케 하는데는 중국이 있다. 최근 중국 산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선박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선박부족을 메우기 위한 신조선 인도는 빨라야 내년 후반기에나 가능하므로 장기간 수급불균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기존 해운경영 이론은 수정돼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운경영론은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라는 정형화된 해운시장 특성에 기반을 둔다. 이 특성으로 말미암아 해운경영은 항상 이익보다 손실에 주목해 왔다. 실제 계속기업으로 살아남은 대다수 선사는 항상 코스트 절감에 주력한 결과다. 이는 해운기업이 살아남는데 달리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호황이 짧고 불황이 긴 시장에서 해운기업가는 투자 불확실성에 대비하기보다 투자 코스트를 낮추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자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황이 길어지면 단순히 코스트 절감만이 능사는 아니다. 호황기엔 코스트가 다소 높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으므로 불황기와 달리 고도의 전략이 요구된다. 즉 호황이 길어지면 전략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전략적 사고란 상대가 나를 앞질러 나가려고 하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보다 앞서 나가려는 기술이다. 시장이 호황국면에 들어서면 시장 참여자가 증가한다. 따라서 전략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호황을 구가할 수 없다. 상대를 이겨야 이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호황기 해운경영인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는 무엇인가? 기존 해운경영 이론은 불황을 정상시장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장은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호황시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경영인들의 관심이 코스트에서 이익으로 바뀐다. 이익은 항상 불확실성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호황 시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바로 투자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것이다. 시황이 아무리 좋은 상황에서도 100% 이익을 낼 수 없다. 호황기에도 단기조정이 있으며 신규 참여자는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시장이 장기간 호황이라 해도 해운 특성상 언제 폭락으로 이어질지 짐작하기 어렵다. 따라서 호황기 투자일수록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게 된다. 리스크 분산과 관련하여 증권투자에 포트폴리오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은 투자를 분산하라는 것이다. 투자자산을 예금, 유가증권 및 부동산으로 3등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실제 1979-81년 당시 호황기에 우리 국적선사들은 너도 나도 대형선에 집중투자하여 크게 낭패 본 경험이 있다. 호황기 포트폴리오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호황 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또 하나의 방안으로서 '선두 따라가기 전략'이 있다. 예를 들면 앞서고 있는 요트는 뒤쫓는 배의 전략을 모방하는 일이 많다. 이는 요트경기에서 선두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무조건 뒤쫓는 배를 흉내내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선두주자에 있는 우리 대형선사에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러나 중·소선사 입장에서 따라가기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타 산업에서 보듯 우리 중·소선사들 역시 기술혁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불확실성 대처방안과 관련하여 "하나씩 개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면 전체적으로 바람직스럽지 않은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는 게임이론을 강조하고 싶다. 짧은 우리 海運史를 보더라도 국적선사들이 세계해운을 총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국내시장에 연연하여 개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그 결과 국적선사간 과당경쟁이 어느나라보다 극심했고 종당에는 일부 선사의 파산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번 호황의 장기화는 한국해운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의 활용 성패는 해운기업인의 전략적 사고에 달려있다. "전쟁은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할 수 있으나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없다."는 마키아벨리 말은 호황기를 맞은 우리 해운기업인에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