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지금 국적선이 없다면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해운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정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만약 이런 대호황기에 우리 국적선이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는 생각만해도 우리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하는 질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의존도가 매우 큰 나라다. 더욱이 수출입 물량의 98% 이상을 해상으로 수송한다. 참고로 2002년 해상으로 수송된 수출입 물동량은 6억 5,000만톤을 넘어서며 지난해에는 거의 7억톤이 해상수송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수치는 세계 해상물동량의 10%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실로 엄청난 양이다. 이에 따라 우리 화주의 경우 수출입 원가에서 차지하는 해상운임 부담이 어느 나라 화주보다 높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현 시황 하에서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원가경쟁력은 최저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비근한 예로 대표적 운임지표의 하나인 미국걸프-극동향 파나막스선 스팟시장 곡물운임은 지난 2001년 톤당 미화 15∼17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운임이 금년 2월 초 70달러까지 치솟은 것이다. 만약 이런 운임이 우리 수입곡물에 그대로 적용되면 곡물에 의존한 국내산업 피해는 不問可知다. 한편 운임강세 현상은 비단 부정기 건화물선 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운임시황을 잘 나타내는 Howe Robinson 종합운임지수가 2002년 평균 570선이었으나 금년 2월에는 그 두 배가 넘는 1,250선에 이른다. 유조선 부문 역시 오랜만에 활황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높은 스팟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는 물론 국가경제도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는 크게 문제가 없으며 국가경제도 해상운임 때문에 달리 압박 받는 상황은 아니다. 그럼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우리 국적선의 존재가 그 해답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주요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철강원료와 한전이 수입하는 발전용 석탄만 보더라도 총 수입량이 연간 1000만톤을 넘는다. 만약 스팟시장에서 선박을 용선하면 화주는 2002년에 비해 적어도 4∼5000만 달러 이상 추가 운임을 부담해야 한다. 곡물과 비료원료 등도 여건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는 국적선에 의한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되어 시황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례로 제철원료의 82% 그리고 발전용 석탄의 53%가 바로 국적선에 의한 장기운송계약으로 수송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에너지의 근간이 되고 있는 LNG의 대부분이 이러한 장기운송계약 체제로 도입되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수출화물 역시 우리 국적선이 없으면 지금과 같이 활황을 유지할 수 없다. 실제 우리 화주들이 외국선을 이용하려 해도 최근 선복 확보가 예전처럼 용이하지 않다. 그나마 국적선이 정기적으로 우리 항만에 기항함으로써 수출의 숨통을 트고 있다. 이는 수출컨테이너의 40% 이상을 국적선이 실어 나르는데서 자명하다. 실로 국적선이 없으면 우리나라 수출입 항로에서 해상운임은 천정부지 치솟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해운시황 폭등(boom)은 우리 국적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울러 그간 펼쳐 온 우리 해운정책이 타당했음을 무언으로 입증해준다. 특히 국제선박등록법에 의한 국적선대 유지노력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차제에 선박톤세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고 선박투자회사법에 의한 세제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국적선대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해운은 국가경제를 넘어 우리의 생명선인 것이다. 따라서 국적선이 없다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황기에 다같이 한번쯤 반추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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