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물류중심, 해운법 정비부터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한반도 물류중심화전략은 해운법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의 98%가 해운 및 관련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물류중심화의 최종성패는 한국 해운서비스의 양과 질적 수준 제고 여하로 판가름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유로 해운을 규율하고 있는 해운법 정비에 대한 시급성 부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현행 해운법은 1983년 구 해상운송사업법의 전면 개정 형태로 제정돼 오늘에 이른다. 그간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해운법은 수차 개정을 거쳤다. 특히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강력한 규제완화 드라이브로 많은 조항이 삭제됐다. 그 결과 해운법체계가 매우 산만해 보인다. 또한 현행 해운법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류중심화전략과 같은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우리 해운법은 서구의 해상운송 질서법과 달리 사업위주 질서법이다. 이는 과거 우리 법이 일본 해상운송사업법을 그대로 베낀데 연유한다. 그러나 대내규제가 거의 없어진 지금 사업질서는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미국의 외항해운법처럼 우리 해운법도 운송질서법으로 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가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물류중심전략과 연계하여 우리 해운법 내용을 새롭게 보강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류중심화전략이 성공한다는 것은 우리 항만에서 제공되는 해운 및 관련서비스의 질과 양이 타 항만에 비해 우수함을 의미한다. 그러면 이러한 질과 양의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답을 우회축적(迂廻蓄積)의 원리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우회축적의 원리란 최종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과정에 어떤 매체를 도입하여 더 능률적으로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지혜이다(윤석철 저, Principia Managementa, 경문사, 2001, p117참조). 일반적으로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한 중간과정에 많은 중간 생산재를 개입시킨다. 실제 오늘날 선진국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의 1할 정도만 최종 소비재 생산에 고용되고 나머지 약 9할은 중간 생산재 생산에 관계한다. 이는 생산성 향상의 역사가 자본재의 우회축적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해운서비스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중간 생산재를 개입시키는 것이 선결 요건이 된다. 해운서비스 생산과 관련된 중간 생산재는 매우 다양하다. 실례로 현행 해운법에 규정된 용대선, 해운중개, 해운대리점, 선박대여 및 선박관리 등이 대표적 중간 생산재다. 좀더 넓은 의미로 보면 항만운송사업법에 포함된 하역, 보관, 검수, 검량, 감정 등도 중간 생산재에 포함할 수 있다. 해운관련법에 빠져있지만 해상화물 운송주선은 해운서비스 생산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요 불가결한 중간 생산재다. 이 외에도 해운 금융 및 보험 역시 중간 생산재 기능을 한다. 한편 이러한 다양한 중간 생산재를 통한 우회가 곧 바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은 우회를 통한 힘의 축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 해운법이 축적하는 우회가 이루어지도록 그 내용과 체제를 정비해야 할 것인바 정비방향의 대강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종 생산재인 해상운송서비스를 생산하는 해운업과 중간 생산재를 생산하는 해운관련 부대사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행 해운법은 제2조에서 해상여객운송사업, 해상화물운송사업, 해운중개업, 해운대리점업, 선박대여법 및 선박관리업을 해운업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는 정부의 산업분류체계와 상충함으로써 통계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해운업과 부대사업이 다같이 해운회사로 인식됨으로 일반인의 이해를 어렵게 한다. 둘째, 해상운송주선이 해운서비스 생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중간 생산재이므로 이에 대한 사업을 규율하는 내용을 해운법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화물유통촉진법상의 복합운송주선업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문제될 것이 없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복합운송주선과 해상운송주선은 국제법상 별개의 사업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항만운송사업법에 규정된 사업의 상당수가 해운서비스 생산과 관련된 중간 생산재 성격을 가지므로 장기적으로 해운법과 조화 또는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상 물류중심화전략과 관련하여 3가지 해운법 정비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는 단지 해운법 정비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것에 불과하다. 선주 등 관련협회와 해양수산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목적적인 해운법 정비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한반도 물류중심화, 해운법 정비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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