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선사 대형화로 중국과 경쟁해야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지난 역사와 마찬가지로 미래 한국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과거에는 왕권수호와 관련하여 중국을 의식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젠 우리의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중국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 점은 최근 한 언론매체가 잘 지적하고 있다. 즉 비즈니스위크지는 3월 19일 한국은 지금 중국과 동반자지만 장차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한국경제가 대만을 제외한 다른 어느 국가보다 이미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국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가 심화되는 데도 불구하고 경쟁우위가 제자리 걸음한다면 한국은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호황기를 맞고 있는 한국해운 역시 대 중국 의존도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한·중간에 취항중인 선사만 봐도 화객선 부문이 10개사이고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은 30개사에 이른다. 이 외에도 상당수 우리 부정기선들이 한·중 항로에 취항하고 있다. 또한 국적 대형선사들은 중국과 삼국간을 잇는 직기항 체제를 늘려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중국도 한·중 항로는 물론이고 우리 국적선사와 대외 항로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해운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해운의 심각한 경쟁상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중국해운은 우리의 경쟁상대를 뛰어넘어 위협세력으로까지 성장했다. 이미 근해 항로에서 중국 우위현상이 나타나 우리 컨테이너선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외 항로에서도 중국 선사들의 성장은 한국을 앞지를 정도다. 만약 이대로 가면 중국에 밀려 한·중항로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직기항 대외항로에서조차 우리 국적선사는 설 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한국해운이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일본경제의 성공신화나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은 일본의 대기업을 해체하고 대신 노동집약적 제품을 중소기업 단위로 생산해 수출하도록 권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와 반대로 대기업을 육성해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 9대 무역회사 모두가 일본 종합상사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와 관련하여 존 내슈비트는 세계 시장 진출에 소기업보다 대기업그룹이 유리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송병락, 경제는 시스템이다, 김영사, 2002, p.202). 미국의 IBM 과 코카콜라 그리고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거대 기업군으로서 이러한 주장을 잘 뒷받침한다. 실제 최근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 역시 대다수가 거대기업에 속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 해운에도 예외가 아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국적선사들이 중국시장 진출에 대체로 성공한 반면 소형선사들은 세계 해운시장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한다. 중국시장에서 소형선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과당경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작은 규모의 선사들은 중국의 차별대우와 각종 규제 때문에 중국선사와 경쟁에 한계를 갖는다. 이에 비해 대형선사는 높은 정보 수집력과 우월한 교섭력으로 중국 내 장애를 극복하고 중국선사와 거의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해운기업의 「규모의 경제」는 정기선 부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부정기선은 「규모의 불경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연유로 벌크선을 많이 보유한 그리스에는 대형선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그리스처럼 선주들이 화물운송보다 선박의 용대선에 치중할 때 들어맞는 말이다. 만약 우리나라 범양상선이나 대한해운과 같이 직접 운송사업에 참여한다면 부정기 선사라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해운이 중국과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사업 부문에 관계없이 대형화가 선결조건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조치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 당시 선사대형화를 이끌었던 합리화 조치가 없었다면 지금 한국해운은 중국해운에 밀려 크게 좌초했을지 모른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업계와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또 한차례 합리화를 추진해야 할 것인바 여전히 선사 대형화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해운의 중국과 경쟁, 선사 대형화만이 승산을 보장한다. 그리고 승리만이 한국이 중국의 위성국가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이 칼럼은 필자의 중국출장관계로 다음주에는 게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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