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칼럼 한국해운, 가치혁신 관심 가져야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한국해운이 안팎으로 거친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먼저 대내적 파고와 관련하여 국내경제의 구조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국내 제조업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이 이탈은 중국경제가 성장할수록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해운수요가 정체될 개연성이 높다. 최근 보도된 바 우리 일류상품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 역시 한국해운에는 부정적 요소다. 한 때 우리나라 일류상품은 중국을 앞섰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일류상품은 중국의 14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우리 상품이 중국에 밀리면 그만큼 우리나라 상품수출은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소는 한국해운에 이로울 것이 없다. 한편 대외로부터의 거친 파고는 한국해운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에서 밀려오는 파고의 선두는 중국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동북아 물류중심화전략은 중국으로 말미암아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더욱 중국행보를 보면 우리가 암초를 벗어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실례로 중국은 오는 2011년까지 닝보, 칭다오, 상하이, 대련 등 주요 항만을 포함해 물류인프라 구축에 한화로 100조가 넘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만약 이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우리 항만에 유치하겠다던 중국 발 환적화물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화물을 찾기 위한 우리 선박의 중국 기항이 증대함으로써 유럽 및 동남아 향 화물은 중국이 환적물량을 유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우리 선박의 직기항 체제가 확산되면 그만큼 우리 항만의 공동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우리 항만의 공동화는 궁극적으로 수요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 외에도 중국과 일본의 공격적인 해운투자도 한국해운에 달가울 일이 아니다. 중국 선대 규모는 홍콩을 합치면 세계 최대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선대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도 뒤질세라 선대 증강에 열중이다. 일본 선대 증강과 관련해 NYK社가 좋은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NYK社는 향후 3년에 걸쳐 160척의 선박을 확보할 계획으로 있다. 이 규모는 현재 우리 외항 선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런 선대 증강계획은 다른 일본선사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일본 해운세력의 확대를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해운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채 그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한국해운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외 파고는 불투명한 해운경기다. 수차 경험한 바이지만 한국해운은 유독 불황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지금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적선사들은 불황대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비가 실제 불황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어림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대·내외적으로 밀려오고 있는 파고 속에서 화물과 자본 그리고 코스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해운이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경쟁우위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승산없는 싸움이다. 바로 여기에 한국해운의 딜레마가 있다. 그러면 이 딜레마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는가? 얼마전 한국경제신문이 소개하고 있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론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치혁신이론은 유럽 최고 비즈니스 스쿨인 인사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한국인 김의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1998년 다보스 연례 포럼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 마디로 경쟁에 이기려 하기보다 경쟁이 전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즉 기존 서비스와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고객과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새로운 가치 도약적 상품을 제공하면 현재와 비교할 수 없는 새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만약 한국해운이 이러한 가치혁신 이론을 장기전략으로 채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실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우선 한국해운은 일본을 추월한다거나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한국해운만의 고유한 가치 도약적 해운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해운은 중국의 눈부신 발전과 일본의 도약으로 기로에 서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해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은 단지 개별 선사만의 몫이 아니라 학계와 연구소는 물론 정부가 다 함께 나서야 할 것인 바, 가치혁신 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해운은 質로 승부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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