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접속시대의 도래와 해운정책 방향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최근 우리 사회의 변화 물결을 접속시대(The Age of Access)의 도래로 표현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을 지배해 온 재산시대가 그 막을 내리고 접속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산은 앞으로도 엄존한다. 그러나 재산이 시장에서 교환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는 주장이다(제러미 리프킨, 이희재 역, 「소유의 종말」, 민음사, 2003 참조). 이제 재산을 가진 공급자는 재산을 빌려주거나 사용료를 물린다. 또는 입장료, 가입비, 회비를 받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즉 기존의 판매자와 구매자의 재산 교환이 네트워크 관계로 이루어지는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접속관계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경제하에서 모든 재산은 교환되기보다 접속하는 쪽을 택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물적 자본을 단순히 경상비로 취급하게 된다. 물적 자본을 더 이상 소유하지 않고 임대할 수 밖에 없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접속시대의 도래는 해운산업부문에도 예외는 아니다. 상당수 유수 해운기업들이 선박을 포함 유형자산을 팔아치우고 대신 임대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배만이 아니라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을 빌려 쓰는 추세로 이미 해운산업이 변모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도 과거처럼 해운을 총체적으로 지배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해운강국(Maritime Powers)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시대적 상황하에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해운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해운기업의 아웃소싱 확대에서 찾아진다. 흔히 선박, 선원 및 화물을 해운의 3대요소라 한다. 이 중 선박과 선원은 해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생산요소이고 화물은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이다. 따라서 화물은 해운기업의 아웃소싱 대상이 아니다. 먼저 선박을 보면 다양한 용선의 형태에서 보듯이 일찍부터 아웃소싱이 잘 발달돼 있다. 사실 지난 30년간 한국해운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해운기업은 그간 이 방식의 나용선을 활용해 소요선박의 상당수를 확보해 왔다. 정부도 이 선박을 국적선에 준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등 특별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우리 해운기업이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해운기업의 대외 신용의 한계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생겨난 것이 바로 선박펀드에 의한 선박확보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개인 투자자로부터 조성한 자금으로 선박을 매입하고 해당 자산의 유동화 방식으로 이 선박을 해운업체에 임대해 준다. 결국 해운기업은 자본조달에 대한 부담없이 단순히 접속만으로 선박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4∼25 양일간에 걸쳐 동북아 1호 선박펀드 공모가 8: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성황리에 마감했다. 장차 선박펀드가 성공하리라는 밝은 조짐이다. 그러나 선박펀드를 이용한 선박확보 역시 한계가 있다. 이는 해운의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불황기엔 선박펀드 모집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록 호황이라고 해도 대량 선박펀드 모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해운기업들이 선박을 제 때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기존 용선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는 용선선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요구되는 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톤세제도 도입과 압축기장 제도의 확대 등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용선선박에 대한 불합리한 외화환산 회계제도 역시 우리 선사들의 선박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선원의 아웃소싱 또한 한국해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진 해운국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제2선적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선원고용의 제한을 크게 완화했다. 우리나라도 국제선박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선원고용에 대한 규제가 상존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내외 선원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조속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날 해운서비스 생산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기존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과 인원은 단지 이용할 수 있는 접속체제로 연결되며 과거 소유권 시대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해운력을 소수기업에 집중시킨다. 우리 해운기업들이 장차 살아남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공급자와 사용자로 거듭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 바, 이와 관련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해운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하겠다. 해운은 그 나라 정책에 의해 성공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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