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 바다의 날 斷想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5월은 이제 해양수산인에게 특별한 달로 자리메김했다. 바로 5월 31일이 바다의 날로 지정돼 매년 의미있는 행사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바다의 날은 1996년 5월 30일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따라서 돌아오는 5월 31일은 벌써 9번째로 맞는 기념일이다. 바다의 날 제정은 국민으로 하여금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청소년들에게 진취적 해양 개척 정신을 함양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정부는 바다의 날이 속한 한 주일을 바다주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거행한다. 그리고 바다의 날 당일에는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 기념식은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인근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주요 중앙인사와 충남 도지사 등 지역 유지 그리고 해양수산 관련인사를 포함한 각계 대표 등이 참석한다. 기념식은 식전행사, 본행사 및 식후행사로 나눠 각종 이벤트가 펼쳐진다. 특히 전야제인 5월 30일에는 고적대 거리 퍼레이드, 바다사랑 음악회 그리고 해상 불꽃축제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이 외에도 바다주간 내내 73종에 이르는 다양한 축제행사가 전국 12개 주요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개최될 전망이다. 실로 이 모든 행사는 이번 바다의 날 행사 주제인 "어촌과 관광 - 가고싶은 바다, 살고싶은 어촌, 꿈이 있는 내일"과 잘 어울리게 짜여진 훌륭한 계획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 바다의 날을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이벤트 위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한번쯤 숙고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우선 바다의 날을 기리기에 앞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암담한 현실이 축제분위기를 음울하게 한다. 최근 대한상의가 서울시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8%가 자신이 실업자가 될 우려가 있다고 대답했다. 청년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실업의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실업과 더불어 가계부채가 늘고 국내 저축이 줄어듦으로써 우리 경제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 또한 바다의 날 행사를 되짚어 보게 한다.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바다는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연근해 어업은 자원고갈로 고사직전이며 이에 따라 수입수산물이 우리 식탁을 장악한지 오래된다. 젊은이는 바다를 떠나고 상당수 국민은 바다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 대외환경 역시 바다축제의 흥을 반감시킨다. 연일 치솟는 유가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 해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산부문 WTO 협상진전과 FT체결 추진 확대 등도 수산부문 대외환경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이처럼 어려운 여건 가운데 바다의 날 행사를 만족스럽게 치루기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이럴 때일수록 바다의 날을 보다 과시적으로 기념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급한 국내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벤트 위주의 기념행사는 장기적으로 바다의 날 제정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그러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답하기에 앞서 필자는 http://www.oceancommission.gov 인터넷 사이트 방문을 권장하고 싶다. 이곳을 찾으면 우리는 놀라운 보고서 한 권을 만나게 된다. 이 보고서는 미국해양정책위원회(US Commission on Ocean Policy)가 지난 4년에 걸쳐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바다관련 지식정보의 보고다. 보고서를 일별만 해도 바다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은 바다를 미래의 희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후손에 고이 물려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앞선 물음의 대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바다에서 희망을 이끌어내고 바다를 길이 후손에 물려주기 위한 행사로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 바다의 날엔 바다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축제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바다를 지키다 스러져간 영령을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도 가져보자. 그리고 그 날은 단 하루만이라도 바다를 청결히 지키는 범국민 운동이 전개되도록 하자. 끝으로 바다의 날은 누구보다 어민, 선원, 항만 노무자 등 바다 지킴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場이 되길 기원해 마지 않는다. 바다의 날은 축제라기보다 위로의 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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