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한·일 초고속 여객선, 항로관리 절실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한·일 초고속 여객선 사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사업은 1991년 일본의 JR구주(주)社가 초고속선 비틀2호를 부산-후쿠오카 항로에 최초 투입한 것이 효시다. 이후 JR구주사는 1998년 2001년 및 2003년에 3척의 신규 선박을 취항시킴으로써 한·일간 초고속선 사업을 주도해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선사는 1998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업에 관여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철도청을 대행하여 한국고속해운(주)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부산-후쿠오카간 해상 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받았다. 면허 취득 후 고속해운은 JR구주사가 소유한 초고속선 1척을 표면상 정기용선 형태로 임차해 운항을 개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JR구주사가 운항선사이며 고속해운은 한국 내 대리점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우리 국적선사가 한·일 초고속선 사업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02년 2월 대보해운(주) 자회사인 미래고속이 국적선 코비1호를 투입하면서부터다. 코비1호 이후 코비3호와 5호 2척이 추가되어 현재는 3척의 국적선이 부산-후쿠오카 항로에서 JR구주사 소속 4척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과열 경쟁으로 말미암아 한·일 양사 모두 심대한 누적적자를 초래했다. 우선 JR구주사가 1991년 이후 2003년까지 수백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미래고속 누적적자도 상당액에 이른다. 따라서 이대로 가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 국적선의 선 시장철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 국적선사의 선 시장철수는 JR구주사가 내심 노리고 있는 바, 미래고속의 거듭되는 공동운항 제의를 계속 거절한 데서 자명하다. 한편 JR구주사가 미래고속 제의를 외면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JR구주사는 실질적으로 일본 국영선사다. 그러므로 누적적자에 따른 기업 신용도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또한 선발 업체로서 인적·물적 인프라가 우리 국적선사보다 월등하다. 이 외에도 JR구주사는 최첨단 고속선에 대한 운항 및 정보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국적선사와 협조보다 한판승부를 고집한다. 이 고집 앞에 민간 중소기업체인 미래고속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인바, 한·일 초고속선 항로 안정이 국익과 곧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해양수산부가 대보해운(주)을 부산-후쿠오카 초고속선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해상을 통한 한·일간 인적교류의 빠른 증가와 이에 따른 국적선 투입 필요성에 기인한다. 실제 부산-후쿠오카간 초고속선 이용자는 항로개설 이후 년평균 20% 이상의 높은 신장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해 45만명이 초고속선을 이용한데 비해 항공기와 카페리 승객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초고속선 이용객 증가와 관련해 최근 한국인 승객이 현저히 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년간 초고속선을 이용한 일본인 승객은 불과 50%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인 승객은 5.8배가 늘어나 년평균 신장율이 60%에 이른다. 이러한 한국인 승객 증가는 일련의 환경변화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비근한 예로 금년 4월에 개통한 고속철(KTX)은 이미 한·일간 초고속선 수요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 사회·문화 교류확대와 비자면제 협정체결 가시화 역시 장차 한국인의 초고속선 이용을 증대시킬 것이다. 또한 주5일 근무제 확산에 따라 한·일간 초고속선의 한국인 승객이 점차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초고속선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항로질서 유지가 선결조건이다. 그리고 항로질서 유지에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항로관리가 요구된다. 정부의 항로관리 핵심은 항공에서와 마찬가지로 항로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항로주권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나 크게 공평배선과 취항선박에 대한 차별금지로 집약된다. 먼저 공평배선은 동일항로에서 어느 일방이 압도적인 수송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우월적 지위를 갖지 않도록 투입선박을 정부가 나서 조절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차별금지는 특히 상대국 기항지에서 자국선박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자국선 보호대책을 강구함을 의미한다. 현재 한·일간 초고속선 항로에서 우리 국적선은 일본 선사의 우월적 지위와 일본 기항지에서의 차별적 대우로 말미암아 경쟁력 열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초고속 여객선 항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주권행사를 촉구한다. 아울러 차제에 초고속선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발전계획 수립을 건의해 마지 않는다. 한·일 초고속 여객선, 정부의 항로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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