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해운산업합리화로 가는가? 그러고 보니 84년 3월말에 단행되었던 ‘해운산업 합리화 계획’에 의한 국적선사 통폐합 조치도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당시 63개사로 1차 정비되었던 우리 국적선사들은 17개그룹으로 완전히 다시 헤쳐모여를 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게 되었다. 국적선사의 난립으로 1980년대 초반에 몰아친 극심한 해운불황을 타개하지 못한 것이 결국 통폐합이라는 강제조치의 구실이 된 것이다. 해운산업합리화 계획이 수립되었던 1983년 12월에 국적외항선사는 79개사였다. (물론 소위 持入制 선주까지 포함할 경우 그 보다 숫자는 더 많았다.) 이것이 17개그룹으로 통폐합되었으니 국적선사 4개사 중에 3개사는 문을 닫게 된 셈이다. 지난 6월 3일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이 밝힌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적 외항선사 수는 최근에 계속 증가하여 현재 82개사에 이르렀다고 한다. 과거 통폐합을 하기 전인 20년전의 국적선사 숫자를 뛰어넘은 것이다. 해운산업 합리화의 쓰라림을 경험한지 20년만에 다시 그 이전의 국적선사 난립상태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씁쓸한 감회와 함께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외항화물운송사업체 수가 증가하는 것은 해운시황이 好況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배만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초호황 상황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너도나도 배를 사게 되었고 운항을 하려고 보니 당당하게 외항화물운송사업을 등록하여 국적선사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선복량 5,000gt만 있으면 외항운송사업을 할 수 있는 현재의 법제도이므로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적 외항선사 사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허지만 우리는 이상황에서 분명히 경고음을 낼 수 밖에 없다. 이미 부정기해운 시황은 꺽여져 힘을 잃어가고 있고 국내외 선사들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황과 이러한 경쟁 양태에서 이익을 실현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초의 해운산업 합리화 조치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국적선사간 과당경쟁도 큰 문제이다. 비슷한 화물을 실어 나르는데 비슷한 선종의 배를 가지고 너무나 많은 국적선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 당연히 용선선가는 올라가고 운임은 거꾸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과당경쟁으로 당해 업종이 황폐화 하는 예는 복합운송주선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해운항만청 시절 해상화물운송주선업체의 숫자는 74개사였는데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꾸고 나서 계속 숫자가 늘어나 현재는 2,000개가 넘는 해운주선업체들이 활동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등록업체수만도 1,300개사 넘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러다 보니 동종업체끼리의 치열한 경쟁으로 업체들은 보다 소규모 단위로 핵분열하면서 모두들 국제경쟁력이 전혀 없는 허약한 체질이 되고 말았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포워더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이제라도 국적 외항선사의 무제한 등록 접수는 재고되어야 한다. 우리는 해양수산부가 국적선사간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당분간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중지시켜주길 촉구한다. 한편 국적선사들에게는 이제 선사간 M&A를 포함한 업계 재편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검토할 시기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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