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해운대리점 몰락 현상과 과제 우리나라에 선박회사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의 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운대리점인 에버렛기선이 생긴 것도 해방 2년 후인 1947년이었다. 그 이후 극동해운, 한국해운, 동진선박, 협성해운 등이 선박대리점 업무를 시작하여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태동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국제해운대리점업은 해운산업의 불모지대였던 한반도의 남반부를 해운산업의 요람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1950년 대한해운공사가 창립되어 우리나라 국적선사로서 성가를 높이고 있었지만 그후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적선사들은 외국선사들의 노하우를 국내에 있는 외국선박대리점을 통해 전수받고, 배우고 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70년 한국선박대리점협회가 창립된 이후에는 국내의 선박대리점들이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을 60-70%까지 수송할 정도로 해운대리점들이 큰 활약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대리점들이 우리나라 해운의 發芽期(발아기)에 국적선사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인 외국선사의 쉬핑 노하우를 선보여줬다는 점은 功 (공)이지만 결국 국적선사의 生長을 가로막는 경쟁자인 외국선사를 도와서 일해 왔다는 점은 過(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제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21세기에 외국선사들의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입장에서는 대리점이나 외국선사 현지법인이 번창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NYK가 100% 투자한 국내 현지법인 NYK BULKSHIP(KOREA)이 본격 출범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NYK가 연내에 컨테이너 정기선부문까지를 아우르는 총대리점 겸 현지법인인 NYK(KOREA)를 창설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업계에 이미 공지된 사실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대로 진행이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정기선을 위주로 하는 순수한 해운대리점은 거의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되는 셈이 된다. 국내의 순수 대리점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결국 외국선사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지고 본격화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NYK는 한국전력과 장기수송계약을 체결하여 국적선사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덤핑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해오던 일본선사 NYK였기에 저가수주로 장기수송권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더욱 혹독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네트워크 시대에 국적선사 보호를 위해 장기운송화물은 모두 국적선사가 적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동북아물류중심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하여 종합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순수 해운대리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해운시장은 수많은 외국선사의 진출로 인해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적 종합물류기업의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외국선사들을 통제하고 국적선사를 지원할 있는 방책이 무엇인지 연구하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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