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型荷主 영원한 ‘甲’의 욕심 포스코의 철광석과 한국전력의 수입 석탄에 대한 장기수송계약을 일본선사들에게 빼앗긴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특히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수입연료탄 장기수송계약(18년간)이 국적선사가 아닌 일본의 대표선사 NYK에 넘어간 일은 큰 아픔이 아닐 수 없다. 김선일씨 테러 사건에서처럼 정부와 관련 단체, 업체들은 도대체 무기력하게 대응을 하다가 큰 일을 당한 후에야 야단들을 떨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깝다. 이번 사태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기업들이 매년 수백만톤에 달하는 대량화물을 장기간에 걸쳐 수송하는 권한을 일본선사에게 넘겨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왜 국민기업 내지는 공기업들이 이 미묘한 시기에 대량 정책화물의 수송권을 외국에, 그것도 일본에 내주었는가 하는 점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물음에 대해 포스코나 한국전력측은은 간단하게 “일본선사가 싼 운임을 제시하니까 싼 운임을 제시한 쪽에 수송권을 넘겨주었다. 어쩔 수 없지 않는가?”하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싼 운임의 제시라는 것이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우리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장기수송계약은 근본적으로 믿을만한 선사와 계약을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싼 운임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지 않는다. 우리는 몇가지 더 복잡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대형하주 우위 입장을 고수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하주로서 국적선사들 위에 군림하던 자세를 참여정부 시대에 들어와서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마침 부정기화물선의 운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년 초반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었다. 그 이후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한국전력이나 포스코 입장에서도 수송 선박이 없어서 쩔쩔매는 ‘乙 ’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형 하주체면에 선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고 자신들의 경쟁입찰 방식도 잘 먹혀들어가지 않자 결국 국내 진출을 호시탐탐 엿보던 일본선사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자율화 개방화 사고와도 맥이 통하고 정부나 민간단체들도 경우 따라서는 원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저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조건 자율 개방이고 무조건 싸면 되고 남이야 망하든 말든 경쟁력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가 퍼져 있는 상황이기에 이런 대형하주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은 사실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전력과 포스코의 부서장이나 단체장들의 실적 올리기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뻔한 제조원가에, 제품 질의 경쟁력 확보는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수송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들은 무조건 운임을 깍는데만 매달리고 있고 그 실적을 서로 뽐내게 되는 것이다. 국민기업들이 좋아하는 일본선사들의 일본 수입 석탄 수송비율은 2002년도에 86%였다. 2000년에는 99%에 가까워 거의 전량 일본선사가 수송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수입 석탄 가운데 국적선사들이 수송하는 비율은 2003년도의 경우 39%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전력 같은데서 이번에 장기계약으로 석탄 수송권을 일본에 넘겨줬으므로 2004년도에는 더욱 그 비율이 낮아질 것이다. 국민기업이라면서 이렇게 국적선사를 무시하고 국가에 대한 개념도 없이 오로지 기업의 작은 이익과 개인의 영달만을 생각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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