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희 칼럼 세계해운센터 건립 적극 추진하자 姜淙熙/KMI 선임연구위원 오늘날 기업 생존은 기업 자체 역량보다 기업그룹의 협상능력에 좌우된다. 이런 현상은 자체능력이 뛰어난 국내 재벌기업의 통합모임인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에 잘 나타난다. 대한상의와 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의 거대한 빌딩 역시 개별기업의 생존을 위한 위용과시다. 각종 협회나 단체들이 정부 고위직 낙하산 인사를 내심 수용하는 까닭도 대외협상 능력제고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 IMF관리체제를 거치면서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이 무너졌다. 이들이 무너진 이면엔 중소기업의 교섭력 부재가 깊이 자리한다. 최근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국적선사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체 화물에 대한 수송권을 일본선사에 넘긴 사례도 마찬가지다. 즉 한국해운의 낮은 위상과 이에 따른 협상능력 부재로 말미암아 국적선사들이 포스코와 한전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해운산업의 낮은 위상은 그 활동무대인 바다가 갖는 특성에서 비롯한다. 우선 해운산업의 주체인 선원 대다수가 해상에 상주하므로 사실상 단체행동권이 박탈돼 있다. 또한 해운관련 사업체들은 서로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여러 항만에 분산됨으로써 통합된 단체나 협회 구성이 용이하지 않다. 더욱이 부처간 헤게모니 다툼으로 해운관련 사업 주무부서가 여러 부처에 산재하는데 이 역시 한국해운산업 위상을 흔들리게 한다. 이런 대표적 사례가 조선공업과 복합운송업체다. 전자는 상공자원부가 주무부처고 후자는 건설교통부가 관할한다. 그러나 조선과 복합운송은 다같이 해운에 파생하는 수요다. 따라서 조선과 복합운송의 주무부서를 해양수산부로 이관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개연성은 매우 낮다. 결국 해운업계가 나서 별도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한 국내 대량화물에 대한 국적선 수송권은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별도의 대책이란 무엇인가? 해운 클러스터(cluster) 형성이 이 물음에 대한 직답이다. 클러스터란 일정지역에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모여 집단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클러스터에는 관련기업과 기관들이 근접한 거리에 위치함으로써 거리비용을 줄이고 대면접촉을 통한 정보교류와 지식창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준다. 아울러 이러한 거리의 소멸을 통해 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대외교섭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해운산업은 언급한 바 그 특성상 클러스터 형성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대안적으로 세계해운센터(World Shipping Center) 건립에 의한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해운센터란 최신식 설계에 의해 첨단복합기능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단위 해운물류 복합단지다. 이 센터 건립은 한국선주협회와 한국해운조합 등 해운 및 유관단체가 주축이 되도록 한다. 정부는 건립추진단계에서 건물의 종합적인 구상과 설계 등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기존 기업 및 유관단체와 새로운 기구들을 유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해운산업의 위상과 협상능력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대표적 유치대상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존 유치대상으로 선주협회와 해운조합 등 해운 및 유관단체, 복합운송협회 등 물류단체, 조선공업협회 등 조선 및 관련단체, 한국물류정보통신 등 해운정보회사, 해운및 물류 관련회사, 해상노련 및 항운노조 등 해운·항만 노동단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해운관련 연구기관, 국제해운관련기구 서울사무소, 세계 주요 항만연락소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항만인력연구소, 해운경영훈련센터, 해운물류전문대학, 해사중재원, 기타 동북아 해운협의기구 등 새로운 기구를 센터 내에 신설·입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해운센터건물이 한국해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명실상부한 해운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클러스터를 구축할 때라야 대량화물에 대한 국적선 수송권이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해운센터 건립, 한국해운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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