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비 일본업계의 합종연횡 지적 일본조선업계가 한국의 상반기 신조선수주실적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조선업계는 전세계 수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韓日양국의 조선업계가 물량이 격감하는 21세기초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이 ‘韓日조선사업의 도전’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특집기사를 요약 발췌했다. 여기에 실린 내용은 본지의견과 무관함을 밝혀둡니다. 한국과 일본이 조선국 세계 1위의 자리를 놓고 전면적인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25년만의 발주량 확대와 원화하락·엔저 등에 의한 수출채산성 개선을 배경으로 두나라는 경쟁적으로 수주를 확대해 현재 2-3년분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양국은 21세기 초에 수요가 급감하는 ‘겨울의 시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한국 수주활동 두드러져 “한국이 이처럼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한국의 98년도 상반기 수주량을 파악한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주회복세에 대해 “이로써 침체해 있는 船價가 회복될 가능성은 멀어졌다”고 전망했다. 외환위기에 따른 한국의 신용불안은 조선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한국의 신조선 수주는 금년 1월에 제로까지 떨어졌지만 4-5월경부터 급속히 회복해 상반기에서는 일본을 약 100만gt 상회하는 450만gt의 수주량를 확보했다. 現代重工業 정동수 이사는 “당사의 97년 수주액은 34억달러 이상이었지만 금년은 38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다”고 단언하는 등 한국의 수주의욕은 왕성하다. 현대는 97년에 전년대비 85% 증가한 456만gt를 수주함으로써 96년부터 가동을 개시한 VLCC전용 도크 2基 등 세계최대의 건조능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국의 수주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원화의 하락이다. 작년 여름에 1달러=약 900원이었던 원화가 금년 상반기에는 1,400원 전후에서 추이했고, 60%이상의 환율하락은 달러베이스에서 낮은 船價의 수주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앞서 상당한 수주량을 확보한 일본은 상황을 살피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근 수개월간은 낮은 船價를 제시한 한국에 주문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기자재의 수입비율이 높은 한국은 총코스트의 60%가 달러표시로 환율하락의 효과는 한정적이다. 원화환율이 1달러=1,200원대까지 상승한 반면 일본도 엔저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어 韓日의 수주경쟁력은 또다시 비슷한 수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조선업계는 “금년 가을부터 韓日간의 수주경쟁이 또다시 격화된다”(石川島播磨重工業의 津田尙輝 이사)고 전망하고 있다.고부가가치선에 비중 97년의 세계 신조선 수주량 3,648만gt는 사상 3번째의 규모이다. 韓日 양국은 97년에 수주 세어를 96년에 비해 합계 15p나 상승한 80%를 장악했다. 이는 총 1,300만gt에 달하는 수주증가분의 거의 전량을 양국이 수주한 결과로, 일본 조선업계는 “어렵게 흑자를 확보하고 있다”(三井造船의 元山登雄 이사)고 말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수주량을 확보하면서도 선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시황호조는 20-30년에 한번씩 나타나는 순환적인 수요확대의 색채가 농후하다. 日立造船의 山田弘幸 상무는 “VLCC의 대체수요가 마무리되는 2003년을 경계로 신조선 수요는 감소한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부가가치가 있는 선박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도 고부가가치선의 비율을 높여야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VLCC를 주축으로 수주공세를 펼쳐 왔으며, 일본은 고부가가치선의 건조실적에서 기술우위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조선은 다른 업종과의 차별화가 어려운 산업”(三菱重工業의 難波直愛 상무)으로 한국의 ‘脫VLCC’ 움직임은 모든 선종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조선관련 당국은 “韓日은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측은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93년말 조선 합리화법을 철폐한 이후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일본측의 충고를 무시하고 설비증강에 착수했기 때문이다.남아 있는 상호간의 불신감 또 82년부터 계속된 韓日조선수뇌회의도 97년 4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2대 조선대국이 협조와 경쟁없으면 21세기초의 조선 불황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금년 6월 “三星重工業이 現代重工業에 조선 부문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韓日의 조선업계에 나돌았다. 세계 1위와 한국 3위인 양사가 합병할 경우 건조능력은 일본 최대기업인 三菱重工業의 2.7배에 해당하는 379만gt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톱 기업이 탄생하고 합리화가 진행되면 가격경쟁력은 대폭 강화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설비과잉을 인식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이같은 소문에 관하여 “매각할 계획은 없다. 중장비부문을 스웨덴의 볼보 그룹에 매각해 재무체질을 개선했다”(金善治 상무)라며 매각 소문을 부정했다. 현대측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대형 인수의 실현 가능성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문이 신빙성을 띠게 된 것은 韓日의 업계가 자신들의 설비과잉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금년 6월말 今治造船이 착공한 대형 도크가 신설된다. 그러나 공급과잉을 피하기 위해 운수성은 폐기하는 기존 도크와 동등한 크기의 신규설비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今治造船도 다른 도크를 폐기한다. 하지만 건조능력 증가를 억제해 온 일본도 실질적으로 능력은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면 NKK의 津製作所의 경우 블록 대형화 및 자동용접 설비의 도입 등으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졌으며, 金齒造船도 신도크의 생산성을 20%이상 높일 계획이다. 다른 조선대기업도 일제히 생산성 향상을 추진한 결과 일본의 최대 건조능력은 “90년의 750만GB이 2000년에는 1,150만-1,200만GB로 확대된다”(海事産業硏究所의 長塚誠治 객원연구원)고 하며, 대형 탱커의 경우 일본의 생산성은 한국보다 30%정도 높다고 한다. 그러나 설비증강에 주력해 온 한국이 생산성 향상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는 한편 중국도 세계 세어 10%를 목표로 증산을 실시하고 있다. 21세기초로 예상되는 수요급감과는 대조적으로 세계 조선업계는 능력 증강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長塚연구원은 세계적인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일본의 건조량이 대폭 감소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7社는 4社로, 중견 30社는 절반 정도로 집약·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은 조선 불황이 심각해진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걸쳐 두차례의 불황대책을 실시해 각각 36.6%, 25.7%의 설비를 삭감했다. 그러나 운수성 주도로 추진한 삭감정책은 대기업의 삭감률이 큰 ‘약자 구제형’의 대책이었다. 기업간의 승부가 결정 韓日의 기업별 랭킹에서는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설비증강이 계속된 한국세가 상위를 점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韓日이지만 기업간의 수량 승부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본격적인 진출이 낮은 船價를 고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 대기업 7社의 집약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운수성의 谷野龍一郞 해사기술안전국장). 눈앞의 설비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업계재편이 불가결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石川島播磨重工業의 稻葉興作 회장은 “三井그룹을 돕고 싶다”고 밝히면서 98년 3월기 결산에서 10기만에 경상적자로 전락한 三井造船에 대하여 합병 등의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결론에서는 “三井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없다”고 밝혔다. 합종연횡의 필요성 일본 대기업의 매출액에서 조선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현재 10-20%까지 축소됐다. “조선 사업이 21세기에 보유해야 할 사업이라고는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이라는 이야기조차 나오고 있다. 앞으로 모든 타입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에서 몇몇社로 한정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일본은 양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필요해지며, 한국은 생산성 향상과 과잉인원에 대한 대책마련이 불가피하다. 과당경쟁에서 벗어나 어떻게 고수익 체질을 구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韓日양국의 조선수주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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