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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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 예고한대로 우선 Recap에 중재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나 정식의 용선계약서가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 발생되는 문제를 보기로 하자. 중재조항이 유효하게 되어 있는지, 달리 말하면 중재합의가 유효하게 성립되어 있는지에 대하여는 두 단계로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단계는 중재가 행하여질 경우 중재인들이 판단하는 단계이고, 둘째 단계는 외국에서 내려진 그 중재판정이 우리나라에서 승인 집행되어야 할 단계이다. 편의상 외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만을 보고 있으며, 그것도 런던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을 보고자 한다. 런던에서 중재가 행하여지는 경우 영국의 1996년 중재법 (Arbitration Act 1996)에 의하게 될 것인데, 중재합의가 어떻게 되어야 유효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동법 제5조에 규정되어 있다. Recap에 포함된 중재조항과 관련하여서는 동조 제2항의 “서면성” 요건이 문제된다. 어느 한 당사자(“A”)가 이 메일로 중재조항이 포함된 Recap을 상대방(“B”)에게 보내고, 상대방(“B”)이 그에 대하여 합의된 내용임을 확인하는 이 메일을 상대방 당사자인 A에게 보냈다면 중재합의는 이루어진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동법 제5조 제2항 (b)호가 “if the agreement is made by exchange of communications in writing”(합의가 서면에 의한 교신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도 서면 중재합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1996년 중재법상 Recap에 포함된 중재조항이 서면중재합의에 해당됨에는 아무런 의문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그 중재조항에 기하여 런던에서는 문제 없이 중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둘째 단계인 런던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이 한국에서 집행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외국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용이하게 집행되게 함으로써 중재를 활성화하고자 하였었다. 그런데 중재합의의 유효성 인정 기준 등에 대하여 각국이 모두 다르고, 그에 따라 그러한 나라에서 내려진 중재판정을 모두 동일한 차원에서 승인하여 줄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승인 집행에 관한 기준을 세우기로 하여서 만들어진 것이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New York-10 June 1958, “1958년 뉴욕협약”)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동 조약에서 중재합의는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만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란 양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조항 외에 서신(letter) 교환 또는 전보 (telegram) 교환에 의하여 이루어진 중재합의서나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조항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1958년 뉴욕협약 제2조 제2항).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1958년도에 이루어진 위 뉴욕협약에서는 서면 합의의 요건을 매우 좁게 규정하고 있다. 그에 비하여 그 이후 이 메일을 필두로 하여 팩스밀리 등의 여러가지 통신수단이 발달되어, 그러한 수단으로 중재합의가 이루어진 경우가 뉴욕협약의 위 요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여 지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문제점을 가지고 말한다면 1958년 뉴욕협약에 기하여 우리나라에서 런던의 중재판정을 집행함에 있어서 Recap에 포함된 중재조항이 유효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불분명한 점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특별히 우리 법원의 판결례를 본 바 없으며, 우리 대법원이 1958년 뉴욕협약에 의한 중재판정 집행과 관련하여 여러 요건 (예를 들어서 인증된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하는 요건 등) 등의 해석에 있어서 엄격성을 완화하고 있는 추이나, 1985년도에 만들어진 UNCITRAL Model Law on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 역시도 서면성을 완화하였으며, 그 내용이 우리의 1999.12.31. 제정된 중재법에도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Recap에 포함된 중재조항을 우리 법원에 1958년 뉴욕협약에 기하여 런던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판결 청구의 소가 제기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사족으로 이러한 불명확성을 제거하려면 정식의 용선계약서를 작성하여 양 당사자가 서명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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