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의 집단도산 가능성을 새롭게 되짚어 볼 일이다. 지난 6월 7일 2개 회사가 해양수산부에 외항 부정기화물 운송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로써 국적선사로 등록된 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 수는 무려 99개나 된다. 이 숫자는 다른 유관 기업들에 비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비근한 예로 국내 연안해운과 국제해운대리점 업체 수는 각각 1.000여개에 이른다. 해운중개와 선박관리 업체도 500여개와 350개에 달하며 해상운송주선은 그 업체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유관 업체의 이런 숫자는 외항해운처럼 집단도산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외항 해운기업은 1984년 정부의 해운산업합리화조치가 시사하는바 어느 정도 숫자가 늘면 집단도산 가능성에 직면하게 된다.

  해운산업합리화 당시 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은 총 115개사였다. 이 중 112개 선사가 합리화조치에 의거 31개사로 정리됐다. 따라서 합리화조치 이후 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은 합리화에 불참한 3개 선사를 포함해 34개사로 집약된 것이다. 이처럼 해운산업합리화조치의 핵심은 난립된 외항 해운기업을 집약화 하는데 있다. 그리고 이런 집약화를 통해 외항 해운기업의 집단도산을 방지하는 것이 합리화조치의 일차 목표다. 이 목표는 합리화조치 이후 상당 기간 신규 외항선사의 시장진입을 불허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평가와 함께 해운산업의 전반적인 개방화 조류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외항 해운기업의 신규 진입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개방 초기 신규 진입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신규 선사가 늘어나면서 조만간 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 규모가 합리화조치 이전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최근 외항선사 증가는 장차 집단도산과 무관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편 이에 대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항해운의 구조적 특성에서 찾아진다.

 일반적으로 기업도산은 채무초과와 자금부족에서 비롯된다.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조치를 가져온 주범도 극심한 해운불황에 따른 우리나라 전체 외항 해운기업의 채무초과와 자금부족이다. 해운불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나라 선사들이 동시에 해운불황을 겪는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 외항해운만이 집단도산에 직면한 것은 해운불황 여파가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대다수 우리나라 외항선사는 호황기에 경쟁적으로 고가의 선박을 대량 매입했다. 그러나 불황으로 선가가 하락함으로써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 크게 줄어들어 전체 외항 해운기업이 채무초과 상태가 됐다. 또한 해운불황으로 운임수입이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외항선사 들은 운영자금 조달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황기 국적선사 간 과당경쟁이 심화됨으로써 보다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 점은 해운산업합리화조치 이후 장기간 지속된 해운불황에도 불구하고 외항해운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한데서 자명하다. 최근 국적 외항선사 증가에 따른 집단도산 가능성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2000년 이후 최호황기에 상당수 국적 외항선사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다. 이들 신규 진입선사는 불가피하게 호황기에 고가의 선박을 확보했을 것이다. 또한 기존 선사들도 오랜 불황으로 그간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이 번 호황기에 상당량 선박을 확충했다. 따라서 기존 선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선박을 도입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1980년대와 같은 해운불황이 재현되면 국적 외항선사 난립은 외항해운의 또 다른 집단도산과 직결될 수 있는바 외항 해운기업의 더 이상 추가 진입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래저래 국내 해운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외항 해운기업 99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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