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27일 차이나 쉬핑사의 9,600teu급 세계 최대 초대형 컨테이너선 Xin Los Angeles호가 취항했다. 이를 계기로 초대형선에 의한 본격적인 컨테이너 해상 운송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당수 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을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새로운 독점의 관점에서 한 번쯤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컨설턴트이자 시카고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인 레레(Milind M. Lele)는 독점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경제학 원론에서 가르치는 불법행위를 연상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05년 출간한 “Monopoly Rules"에서 독점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다음과 같이 꼬집고 있다. 첫째, 독점을 비합법적으로 경쟁을 제한시키거나 경쟁을 없애려고 하는 각종 수법이나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독점에 대해 사람들은 원유 가격에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OPEC의 가격담합과 세계 양대 경매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수수료 공모와 같은 결탁을 떠올리게 된다. 둘째, 많은 사람들은 독점이란 커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독점이란 본능적으로 통신이나 우편 또는 철도와 같이 거대한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독점을 이처럼 편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유는 독점의 과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독점은 경쟁사와 결탁해 가격을 공모함으로써 가능했다. 또한 희소한 천연자원을 혼자서 독차지하거나 수익성 높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독점적으로 장악함으로써 독점이 형성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레레 교수는 다양한 과거 사례에도 불구하고 경제학 원론이 가르치는 전통적 독점에서 탈피한 새로운 개념의 독점을 제시한다. 그 이유는 오늘날 성공한 모든 기업과 개인은 한결같이 새로운 독점으로 부를 쌓고 기업을 정상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레레 교수는 독점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소유할 만한 사업영역이나 공간을 지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독점은 “규모가 더 작고 완벽하게 합법적이며 시장의 특정 영역, 때로는 매우 좁은 영역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현대 기업 경영은 이기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독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한편 레레 교수는 발생원인에 따라 독점을 크게 자산독점과 상황적 독점으로 나누고 있다. 자산독점은 눈에 보이는 자산에 뿌리를 둔다. 천연자원, 유일 무일한 상품, 혁신기술,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 기타 정부가 인정한 독점적 권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비해 상황적 독점은 특별한 시장, 수요, 시기 및 입지 등이 딱 맞아떨어져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되었을 때 나타난다. 이런 기업은 특별히 독특한 상품이나 브랜드가 없어도 독점을 누린다. 그렇다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투입선사에 언급된 새로운 독점을 보장할 수 있는가? 만약 보장된다면 어떤 형태의 독점이 가능한지 검토하는 것은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현시점에서 어떤 독점도 보장할 수 없다. 먼저 자산독점 측면에서 볼 때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정기선 해운시장의 선복 과잉으로 말미암아 자산으로서 독점력 행사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정기선 서비스를 공급해주는 유일한 선박이 아니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상황적 독점을 구사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초대형컨테이너선을 투입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취항 항로를 지배할 수 있는 개연성은 매우 낮다. 다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규모의 경제에 의한 단위당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수익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충분한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역시 과거 초대형 유조선(ULCC)과 같은 운명을 답습할 수 있다. 또한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그것이 독점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일시적 경쟁우위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 경우 초대형선은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어려워 거대한 매몰비용을 발생하는 만큼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결국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은 어느 항로에선가 독점이 전제돼야 한다. 단지 이것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