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인천항만공사 창립 1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발표논문 특별기고>

복잡계로 본 항만 개발전략

기존 항만 개발전략은 주로 수출입 해상물동량과 환적수요에 근거해 수립됐다. 이런 전략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항만 수가 적을 때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항만 수가 늘어난 경우 단순히 물동량에 근거한 항만 개발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많은 수의 세계항만이 하나의 복잡계를 이룸으로써 항만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복잡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Ⅰ. 서    론


   항만 개발전략에 대한 기존 틀을 바꿔야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항만의 복잡성이 빠르게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세계항만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다수 중심항만이 출현하고 있으며 컨테이너 터미널의 대형화가 적극 추진 중이다. 항만 하역장비 역시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제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항만의 민영화 진전 등이 항만의 복잡성 증대에 큰 몫을 한다. 이제 현대 항만은 과거의 항만이 아니다. 현대 항만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진 것이다.

 

   무엇인가 복잡하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즉 복잡계는 단순계와 다른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항만에서도 복잡계가 보여주는 현상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항만 개발전략은 항만의 복잡성을 간과해 왔다. 이 점은 기존 항만 개발전략의 전제조건이 여실히 입증한다.

 

   우리나라 항만 개발전략의 대강은 해양수산부의 항만기본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계획은 항만 물동량에 대한 확신과 해상운송 패턴의 장기불변을 전제로 한다. 항만 물동량에 대한 확신은 항만 물동량의 예측 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처럼 물동량 예측이 가능하므로 항만별 화물배분은 물론이고 심지어 화물유치 목표량을 설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해상운송 패턴과 관련해서는 해상운송이 여타 운송수단에 비해 계속 비교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에 따라 컨테이너 해상운송이 앞으로도 장기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항만 하역능력도 상당 기간 일정하다고 가정한다. 이 외에도 항만기본계획은 정치․경제 변화와 유가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항만 외적 변수를 현재 상태로 고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정들은 항만이 과거처럼 단순하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항만이 복잡해진 상황에선 적용하기 어렵다. 실제 항만의 복잡성 증가에 따라 항만 물동량에 대한 확신과 해상운송 패턴의 장기불변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정치, 경제 그리고 유가 등 항만 외적 변수들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최근 항만개발에 대한 비평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결국 언급한 가정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런 비평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항만 개발전략이 시급히 모색돼야 할 것인바 그 일환으로 여기서는 기존 가정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편 새로운 방안 제시는 복잡계에 대한 이해(제II장)와 항만의 복잡성 관찰(제III장)을 통해 이를 바탕으로 복잡계 이론에 근거한 항만 개발전략(제IV장)을 논의하는 일이 될 것이다.   


    Ⅱ. 복잡계 이해

   복잡계(Complex System)에 대한 이해가 만만치 않다. 사실 복잡계는 그 기원조차 밝히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복잡계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미국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 시에 있는 산타페연구소(Santa Fe Institute)의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결과에 기인한바 크다. 산타페연구소는 로스 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의 조지 카우언(G. Cowan) 박사의 제안에 따라 동 연구소 연구원들과 머레이 겔만(M. Gell-Mann), 필립 앤더슨(P. Anderson) 및 케네스 애로우(K. Arrow) 등 노벨 물리 및 경제학 수상자들이 참여함으로써 1984년 설립된 비영리 조직이다. 이 연구소 역시 처음부터 복잡계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연구소는 1988년에서야 최초로 『적응 복잡계로서의 경제(The Economy of as an Evolving Complex System)』라는 회보를 내놓았다. 뒤이어 단행본으로『복잡계의 과학 강의』를 출간함으로써 복잡계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 이후 복잡계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이 출간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관련 서적의 복잡계에 대한 설명을 요약함으로써 복잡계에 대한 이해에 가름하고자 한다.

 

   복잡계는 단순계(Simple System)에 대치해서 사용하는 말이다. 어떤 시간 스케일과 공간 스케일에서 그 대상을 단순계로 다루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그것을 편의상 단순계라 부른다. 여기서 단순계로 다룬다는 의미는 어떤 대상을 단순한 요소모임으로 보고 분할한 후 분할된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 인식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요소로 분할하여 하나하나의 요소를 자세하게 조사한 다음 그 결과를 다시 모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며 이런 방식을 흔히 요소환원주의라 부른다. 이런 요소환원주의는 기계관적 세계관과 함께 근대과학을 일으킨 모태라 할 수 있다. 한편 기계관적 세계관은 세계가 아무리 복잡해도 하나의 거대한 기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서 결국 요소환원주의에 입각한 세계관인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는 단순계가 아니다. 굳이 찾자면 인간이 만든 기계 정도를 단순계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지구, 자연, 사회, 시장, 기업 그리고 심지어 인간조차 단순계가 아니라 다음에 살펴볼 복잡계다.

 

  복잡계란 요소환원주의로 설명할 수 없는 계를 지칭한다. 복잡계는 전체를 부분으로 분할할 수 있지만 일단 분할된 부분을 다시 끼워 맞추더라도 원래의 전체로 복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복잡계는 전체를 분할함에 따라 중요한 무엇인가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복잡계의 또 다른 특성으로 창발(emergence)현상을 자주 거론한다. 즉 창발현상을 보이는 시스템이 복잡계라는 것이다. 창발이란 구성요소의 상호작용 결과 따로따로 놓고 봤을 때의 특성과 사뭇 다른 거시적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창발로 인해 나타나는 질서적인 현상을 창발현상이라 부른다. 창발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거듭제곱법칙(Power Laws)에 의해 드러나는 통계적 질서를 들 수 있다. 이 법칙을 흔히 베키의 법칙(Becky's Law)이라고 부르며 구체적으로는 두 변수의 관계가 log y = h log ax라고 쓸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놀랍게도 이 법칙은 자연계뿐만 아니라 사회․경제계에 걸쳐 두루 발견된다.

 

   자연계의 대표적 거듭제곱 법칙으로 구텐베르크-리히터(B. Gutenberg - C. Richiter) 법칙을 들 수 있다. 지구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작은 지진에서부터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커다란 지진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1930년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지진학자 구텐베르크와 리히터 교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발생하는 지진을 조사한 결과 지진 에너지가 10배가 될 때마다 그 발생빈도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이 관계를 로그(log)관계로 나타내면 단순한 일직선이 된다. 이와 같이 어떤 두 값의 관계가 로그 평면에서 일직선으로 나타나면 이 두 값은 거듭제곱 법칙을 따른다고 한다. 놀랍게도 구텐베르크 - 리히터 법칙은 캘리포니아 지방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 발견되고 있다.

 

   사회․경제계에 발견되는 거듭제곱 법칙도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파레토 법칙(Pareto Law)이 있다. 이 법칙은 한 나라 개인소득을 큰 순서로 나란히 배열했을 때 소득 y와 순위 x 사이에 거듭제곱 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1913년 오히엘바하는 도시 인구를 많은 순으로 나열했을 때 인구와 순위 간에 같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을 관찰했다. 실제로 1957년 중국의 도시인구를 조사한 결과 아래 <그림 - 1>과 같이 거듭제곱법칙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신문이나 어떤 작품에 나오는 단어를 사용빈도가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빈도와 순위가 베키의 법칙을 따른다(<그림 -2> 참조). 이 관계를 짚(G. K. Zipf)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 외에도 종에 대한 개체수의 분포, 하루 동안 각 전화 가입자들이 받는  통화수의 분포, 강의 길이와 호수의 면적 그리고 바위를 깨뜨렸을 때 파편크기 등의 분포에서 거듭제곱 법칙이 발견된다.   

 

끝으로 복잡계와 관련된 성질로서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과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기유사성이란 자신의 일부를 확대해 봐도 원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것을 의미한다. 프랙탈(Fractal)이 자기유사성을 가진 기하학적 구조이다. 자기조직화는 외부의 간섭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구조를 갖추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자기조직화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생겨난다. 복잡계를 연구하는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자기조직화를 촉진하는 데 있다.

<그림 - 1> 짚(Zipf)의 법칙(1949)

 

 

  자료 : 시오자와 요시오리, 1999, p.181

 

 <그림 - 2> 1957년 중국 도시 인구

 

자료 : <그림-1>과 동일, p.182

 

Ⅲ. 항만의 복잡성 관찰


   오늘날 세계의 항만은 하나의 복잡계다. 동북아 역내는 물론 우리나라 항만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 항만이 과거와 달리 복잡하기 때문이다.

 

   복잡함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생겨난다. 첫째,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의 종류와 수가 많은 경우다. 둘째,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들 각각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현상에 관여하는 개체들이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적응할 때 복잡함이 발생한다. 한편 복잡함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호 작용하는 많은 구성요소를 가진다. 둘째,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은 일반적으로 비선형적(non-linear)이다. 셋째, 구성요소들의 상호작용은 흔히 되먹임고리(feedback loop)를 형성한다. 넷째,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이며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끝으로 구성요소는 또 다른 복잡계이며 끊임없이 적응해 나간다.

 

  이상 복잡함의 기원과 특징을 요약한바 오늘날 항만은 이런 기원과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하 항만의 복잡성 증대 요인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항만에서의 거듭제곱 법칙을 확인함으로써 항만이 하나의 복잡계임을 밝혀보고자 한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항만의 복잡성을 가져오는 첫째 요인은 항만 개체수의 급격한 증가다. Container International Yearbook 2006에 따르면 2004년 가동 중인 세계 컨테이너항만 수는 무려 360개에 이른다. 만약 여타 일반 항만과 건설 중에 있는 항만을 포함하면 그 숫자가 1,000여 개에 육박할 것이다. 실로 엄청난 항만 개체수다. 국내적으로도 무역항 수가 28개에 이르는데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개체수가 늘면 비례해서 복잡성이 증가한다. 다음으로 다수 대형 중심항만 출연에 따른 항만의 복잡성 증가다. 과거 중심항만이 부재했을 때는 대부분 직항체제가 이뤄졌다. 그러나 많은 수의 대형 중심항만이 생겨나면서 환적에 의한 새로운 기항체제가 생겨나는 등 항만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의 대형화와 항만 하역장비의 성능 제고 역시 항만의 복잡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오늘날 신개념 자동화 터미널의 생산성은 과거 터미널 생산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이처럼 터미널 생산성이 제고됨으로써 더불어 선박 대형화와 고속화가 추진된다. 그리고 이런 추진은 또 다른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는 소위 양의 되먹임고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항만의 민영화 진전에 따른 복잡성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항만이 민영화되면 항만 간 경쟁이 심화된다. 또한 민영화는 항만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전세계 항만의 개체수를 증가시킨다. 결국 항만의 민영화 역시 항만의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한편 항만의 복잡성 증대에 따라 항만이 복잡계를 이루고 있음은 다음과 같은 거듭제곱 법칙의 관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표 - 1>을 보자. 이 표는 2004년 동아시아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을 순위와 함께 배열한 것이다. 이 표에 의거 <그림 - 3>과 <그림 - 4>를 작성했다. 그 결과 <그림 - 4>의 로그 평면에서 복잡계의 전형적 특성인 직선을 발견할 수 있다. 즉 동아시아 역내 컨테이너항만 간에 거듭제곱 법칙이 나타남으로써 역내 항만이 하나의 복잡계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 항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표 - 2>는 2004년 상위 20개국 항만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을 순위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그리고 이 표에 의거해 같은 방법으로 <그림 - 5>와 <그림 - 6>을 작성한 결과 쉽게 거듭제곱 법칙을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표 - 3>은 2004년 세계 상위 20대 항만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을 순위에 따라 배열한 것이다. 여기서도 같은 방법으로 <그림 - 7>과 <그림 - 8>을 작성한바 여전히 거듭제곱 법칙이 발견된다. 이런 결과에 미뤄볼 때 결론적으로 이제 세계는 물론지역적으로도 모든 항만을 하나의 복잡계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Ⅳ. 복잡계로 본 항만 개발전략


   항만이 복잡계라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향후 항만 개발전략도 복잡계에 맞추어 새롭게 바꿔져야 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그런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복잡계에 대한 이해가 아직 일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항만을 분석할 수 있는 복잡계 이론은 어디에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여기서는 은유적 분석법(Metaphoric Analysis)에 의거 항만 개발전략 수립을 위한 대강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여기서 은유적 분석법이란 다음 7개의 일반적인 복잡계 이론을 직관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항만 개발전략 수립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첫째, 복잡하면 「새로운 성질」을 획득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대표적 사례는 「개인 - 군중」과 「소비자 - 시장」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개인 - 군중」의 관계를 보자. 개인은 대체로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군중이 되면 군중심리가 발동해 예기치 못한 결과가 초래된다. 「소비자 - 시장」관계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해도 시장엔 붐(boom)과 히트상품이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결국 복잡계를 분할해 분석할 경우 소중한 무엇이 상실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원리에 비춰볼 때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개별 항만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보고 수립해야 한다.


   둘째, 「個의 자발성」이 「전체의 조화」를 낳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예컨대 개별 새에게 다음 3가지 행동을 부여하면 새들은 질서가 잡힌 무리로 행동한다. 즉 가까이 있는 새가 많은 쪽을 향해 날아간다. 다음으로 가까이 있는 새들과 비행속도 및 방향을 맞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까이 있는 새나 물체가 너무 가까워지면 떨어진다. 이 시뮬레이션 사례는 복잡계의 경우 자기조직화라는 프로세스가 존재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두 번째 이론에 따르면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자기조직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Top-down 방식의 개발전략 수립이 지양돼야 한다.

 

   셋째, 「공명(coherence)」이 「자기조직화」를 촉진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사례는 베스트셀러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책에 대해 평론가가 좋은 서평을 쓰면 서점에서는 책을 주문한다. 다음 독자들이 구매함으로써 그 책은 금주의 베스트 10에 선정되고 뒤이어 독자 구매가 증가해 결국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 사례의 시사점은 정보의 공유가 아니라 정보의 공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 번째 이론에 입각한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주변국 항만과의 정보 공유가 아닌 정보 공명을 통한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넷째, 「마이크로」의 흔들림이 「매크로」의 대세를 지배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흔히 카오스(chaos) 이론으로 불린다. 카오스란 관찰되지 않은 초기의 미시적 차이가 시간에 따라 증폭되면 거시적으로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변화로 발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카오스 이론이 시사하는바 그것은 사소한 원인이 거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 번째 이론으로 유추한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다수 항만보다 특정 항만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다수 항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기의 미시적 차이를 줄여야 한다.

 

   다섯째, 「부분」과 「전체」는 「공진화(coevolution)」한다는 이론이다. 공진화란 다른 종의 유전적 변화에 맞대응하면서 일어나는 어떤 종의 변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공진화 이론은 Top-down approach도 Bottom-up approach도 아닌 창발적 approach가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섯 번째 이론에 의해 향후 항만 개발전략을 수립한다면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아닌 두 기관 합의 하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섯째, 진화의 프로세스(process)도 진화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사례는 우주진화 프로세스가 계속 변해온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그간 우주진화 프로세스가 시사하는바 자연, 사회, 인간을 막론하고 다양성을 내포할 수 없는 시스템은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섯 번째 이론에 비춰볼 때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계속 바뀔 수 있으며 또한 필요에 따라 바꿔야 한다.

 

   일곱째, 「진화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복잡계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비선형이 존재하고 프로세스가 진화하며 그러한 진화의 프로세스 자체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만약 복잡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시장, 기업과 관련해 법칙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없다. 따라서 이 마지막 이론에 의하면 향후 항만 개발전략은 예측에 근거하지 말고 미래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상 복잡계로 본 항만 개발전략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바 그 핵심은 오늘날 항만 개발전략이 복잡계에 대한 인식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V. 맺  음  말


   우리나라 기존 항만 개발전략은 항만 물동량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이런 기존 전략은 항만 개체수가 적을 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항만 수가 늘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 경우 항만이 더 이상 단순계로 취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항만 개발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복잡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복잡계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는 미국은 차치하고라도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매우 뒤지고 있다. 이 점은 복잡계에 관한 출판물을 비교하면 금방 밝혀진다. 이 논문은 이런 현실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항만 개발전략과 관련해 인간능력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인간은 정보획득이 어려운 시야의 한계가 있다. 또한 계산과 사고능력이 제한을 받는 합리성의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에 제약을 받는 활동작용의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지 않는 한 어느 항만 개발전략도 시비의 대상이다. 따라서 이런 시비를 줄이기 위해선 언급된 인간능력의 한계를 모두가 함께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공유하는 방법의 하나가 복잡계에 대한 이해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참 고 문 헌>


1. 시오자와 오시노리 지음, 임채성 외 번역,『왜 복잡계 경제학인가?』푸른길, 1999

2. 윤영수, 채승병,『복잡계 개론』삼성경제연구원, 2005

3. 다사카 히로시 지음, 주명갑 옮김,『복잡계 경영』한국경제신문사, 1997

4. 해양수산부,『전국무역항 항만기본계획』2001

5. T&F informa UK Ltd, Containerization International Yearbook,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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