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불과 한 주일만 지나면 이 해의 마지막 분기가 시작된다. 다른 분기에 비해 4/4분기는 상대적으로 기업이 분주한 시기다. 우선 마지막 분기가 되면 기업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더해 4/4분기는 기업이 새해 사업을 구상하느라 더욱 바빠진다. 해운기업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일반기업의 새해 사업구상은 상당 부분 국․내외 경기예측 결과에 좌우된다. 이런 연유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3/4분기에 벌써 다음 해 경기예측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한다. 올해도 IMF와 OECD가 이미 내년도 국별 및 세계 경기전망을 내놓았다. 국내적으로도 재정경제부, KDI 및 삼성경제연구원 등이 내년도 경기전망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타 민간연구소와 언론들이 계속해서 새해 경기예측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따라서 일반기업은 광범위한 경기예측 결과를 토대로 새해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그러나 해운기업은 일반 경기예측 결과에 의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해운경기가 일반경기와 동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해운기업은 별도의 해운경기 예측을 통해 사업을 구상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해운경기 예측은 매우 제한된 소수 전문기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에 의한 예측결과는 잘 공개되지 않는다. 더욱이 공개되는 경우도 그 시기가 연말 또는 연초에 집중함으로써 사업구상에 별 도움이 못된다. 이에 따라 해운기업은 자체적으로 해운경기를 예측하며 그 결과를 가지고 새해 사업을 구상한다. 그러나 해운기업의 해운경기 예측은 전문기관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져 종종 낭패를 본다. 실제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부침이 극심한데 이는 정확도가 낮은 해운경기 예측에 기인한바 크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해운경기 예측결과가 신통치 못한가? 이 물음에 대해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으나 여기서는 해운기업이 자주 범하는 편향성(bias)에 주목하고자 한다.

   해운경기 예측에서 가장 치명적인 편향성은 과도한 확신이다. 이런 편향성은 해운기업 CEO에 의해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비근한 예로 1980년대 초 일부 우리나라 해운기업 CEO는 당시 해운호황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과도하게 확신함으로써 선박투자에 몰입했다. 그러나 이 투자는 곧바로 이어진 해운불황으로 말미암아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해운 전체를 파국으로 몰았다. CEO에게 과도한 확신을 갖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월감이다. CEO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대표성에 의한 편향성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 대표성에 의한 편향성을  이해하지 못해 실패한 해운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대박을 기대하고 선박을 대량으로 용선했다가 파산한 선사가 바로 이들이다. 이런 선사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때 멀지 않아 호황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용선했으나 좀처럼 시황이 호전되지 않아 손해를 본 선사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장기호황을 기대하고 호황기에 용선했으나 곧 바로 불황으로 이어져 낭패를 경험한 선사인 것이다. 어느 경우든 과거에 발생한 것이 미래에 발생할 것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해운경기 특성을 무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끝으로 해운경기 예측과 관련해 관성의 편향성과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에 유의해야 한다. 관성의 편향성이란 쉽게 말해 늑장부리기다. 불황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데도 막연한 희망으로 선뜻 비경제선을 처분하지 못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관성의 편향성 때문에 파산에 이른 선사가 적지 않다.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 역시 해운경기 예측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이다. 해운은 자본집약도가 높다. 따라서 해운은 손실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크므로 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지금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는 생각이 해운경기를 바로 볼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처럼 매몰비용을 무시하지 못해 더 큰 파국을 맞은 선사가 어디 하나 둘일까? 그러므로 이제 이런 일을 거울삼아 해운경기 예측에서 편향성을 제거함으로써 한국해운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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