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항만 활성화를 위한 국내 항만 간 협력경쟁(Co-opetition)이 너무도 절실한 시점이다. 부산신항이 개장된 지 일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신항은 기대와 달리 활성화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기존 부산항 역시 예전의 활력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9월 부산항 전체 환적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가 감소한 41만 5,975 TEU에 그쳤다. 이런 감소추세는 금년 3월 이후 계속되고 있으며 달리 대책이 없는 한 그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신항과 인접한 광양항도 화물 처리실적이 시설규모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다.

  항만의 물동량 부족현상은 비단 부산신항과 광양항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해, 속초, 포항, 울산, 여수, 목포, 군산, 평택, 인천 등 대다수 국내 무역항은 물동량의 정체 내지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먼저 대외에서 찾아진다. 예컨대 중국과 일본의 항만개발을 보자. 중국은 불과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항만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나라 항만에서 환적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 슈퍼 중추항만 개발계획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항만개발 및 화물유치 노력 또한 우리나라 항만 물동량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한편 언급한 외적 요인 외에 항만 활성화를 저해하는 대내적 요인이 적지 않다. 우선 진척이 느린 항만 배후부지 개발이 그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항만 서비스 미흡과 관련 인프라 미비 등도 주요 저해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외에도 국내 인접 항만 간 치열한 경쟁이 항만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경쟁에 대해 모두가 외면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항만 간 경쟁을 부추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장차 대외적 장애를 극복하고 당면한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접 항만 간 치열한 경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조정방법은 바로 국내 인접 항만 간 경쟁을 협력경쟁으로 유도하는 일이다.

   그간 인접 항만 간 경쟁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대규모 항만개발은 국내 인접 항만 간 경쟁을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그 이유는 주변국 항만 개체 수가 증가함으로써 새로운 항만질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항만 개체 수의 증가에 따라 직기항 체제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동북아 역내 중심항 경쟁이 무의미해졌다. 그 대신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유사한 항만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은 보다 복잡한 공동 진화적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중심항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선 항만 간 경쟁의 최종 결과는 승자(winner)와 패자(loser)다. 그러나 공동 진화적 환경에선 모두가 승자가 된다. 한 항만이 활성화되면 인접 항만도 함께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동 진화적 환경이라고 해도 항만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대신 협조와 서로에게 유리한 항만 네트워크 구축이 보다 중요한 현실이다. 이런 협조전략을 경영학에서 협력경쟁이라 부르는바 우리나라 인접 항만 간에 시급히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만약 지금처럼 인접 항만 간에 반목과 질시가 지속되면 국내 항만의 활성화는 고사하고 마침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항만의 치열한 경쟁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이제 경쟁은 항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많은 수의 항만으로 이뤄지는 네트워크 속에서 벌어지는 상호 협력은 경쟁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우리나라 인접 항만 간 협력경쟁을 촉구하는바 그 핵심은 항만별 특성화전략의 추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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