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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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인으로부터 화물의 운송을 의뢰 받은 운송인(A)이, 그 운송을 인수한 후, 자신(A)이 직접 화물을 운송하지 않고, 다른 운송인(B)에게 운송을 의뢰하여 실제의 운송은 그 다른 운송인(B)에 의하여 수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로는 A가 House B/L을 발행하고 운송을 인수하는 forwarding company이고, B는 실제로 선박을 보유하고, 그 선박을 이용하여 해당 화물을 운송하는 회사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A가 B의 선복의 일부(slot)를 용선하여 영업하는 관계에 있을 때에도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A는 해상법상 전통적 의미의 해상운송인에 해당됨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데, B의 법적 지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비교적 새로 발생된 논의라 할 수 있다. 1978. 3. 31. Hamburg에서 체결된 물품운송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Hamburg Rules”)에서는 A는 “Carrier”(운송인)으로, B는 “Actual carrier”(실제운송인)으로 정의되어 있다.  Article 1.2는 “실제운송인은 운송인으로부터 운송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을 위임 받은 자를 의미하며, 동 이행을 다시 위임 받은 모든 다른 자도 포함한다(원문: Actual carrier means any person to whom the performance of the carriage of the goods, or of part of the carriage, has been entrusted by the carrier, and includes any other person to whom such performance has been entrusted)”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B를 실제운송인, A를 계약운송인이라고 부른다.

1991.12.31. 개정되어 1993.1.1. 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는 개정 해상법 (상법 제5편)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도 운송인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여러 규정들이 적용됨을 명시함으로써 그간 운송인의 불법행위 책임이 개정 전 해상법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아 발생되었던 문제를 해결하였다(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나아가 1991년 해상법(즉, 현행 해상법)은 실제운송인에 대하여도 계약운송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위 개정과 유사하게 1991년 해상법의 물건운송에 관한 장이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상법 제789조의 3 제4항). 1991년 해상법은 많은 부분에서 소위 Hague-Visby Rules의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가 소위 Hague-Visby Rules에 대하여 국제조약으로서 가입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상당부분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1991년 해상법의 준비를 위한 개정논의에서 이미 Hamburg Rules이 국제조약으로 체결되고 발효를 앞두고 있었으므로, 이 논의에 참여하였던 분들은 Hamburg Rules에서 나오는 위 실제운송인의 개념을 차용하고자 하였고, 이에 따라 1991년 해상법 제789조의 3 제4항에 위와 같은 규정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1991년 해상법이 Hamburg Rules 상의 실제운송인에 관한 규정 및 책임체제를 전면적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불확실하게 규정함으로써, 실제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해석상 불명료한 점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즉, 1991년 해상법 제789조의 3 제4항 및 동조 제1항에 의거하여 1991년 해상법 “제4장 운송”의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규정이 실제운송인에게도 적용됨으로써 실제운송인도 운송인이 누릴 수 있는 포장당 책임제한 등 제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반 책임제한 및 면책규정과 함께 “입증책임”에 관하여도 변화가 초래되었는가가 문제된다. 부연하면, 화주가 실제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하고자 할 때, 그 손해 발생에 대하여 실제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음 (혹은 없었음)을 어느 편에서 입증하여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하여 Hamburg Rules은 조약상의 모든 조항이 실제운송인의 책임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Article 10.2), 입증책임에 관하여도 실제운송인은 계약운송인의 경우(Article 5.1)와 마찬가지로 사고 발생의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조치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하며, 그러한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달리 말하면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1991년 해상법도 이와 같이 해석하여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와는 달리 불법행위법의 전통적인 체계에 따라 과실이 있었음은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화주에게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에서 5년전에 내려진 판결 (대법원 2001. 7. 10. 선고 99다58327 판결)이 있기에 다음 회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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