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물류중심화 전략과 이에 따른 국내 항만정책을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국내 항만은 현재 공급초과 상태에 있다. 더욱이 이런 불균형 상태가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예단할 수 없다. 오히려 수급격차가 더욱 벌어질 개연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우선 국내 항만은 다양한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의 일부는 중국의 대단위 항만개발을 사전 예상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예상치 못한 대형항만 개발로 말미암아 국내 항만이 부분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역내 항만의 전체최적(total optimum)을 전제로 한 물류중심화 전략과 국내 항만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여기서 수정은 항만의 부분최적(partial optimum)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체의 입장에서 본 최적을 전체최적이라 하고 전체 속의 어느 부분의 입장에서 본 최적을 부분최적이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전체최적은 부분최적의 양보 또는 희생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이 말은 전체최적과 부분최적 사이의 갈등을 인간사회가 벗어날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경영학적 진리명제다. 즉 전체최적을 추구하면 어느 정도 부분최적을 희생해야 하며 부분최적의 희생을 피하려면 전체최적을 그만큼 후퇴시켜야함을 의미한다. 이런 일은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 경영에서 자주 부딪치는 일이다. 우리나라 항만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물류중심화는 역내 항만의 전체최적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물류중심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를 포함한 역내 항만의 일부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그러나 그런 희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중국의 대형항만 개발은 환적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물류중심화 전략이 차질을 빚게 한다. 그 이유는 중국의 대형항만 개발에 따라 중국을 기점으로 한 직기항체제가 늘어남으로써 국내 항만의 환적수요를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내 직기항체제의 증가는 사실상 우리나라 항만을 중심으로 한 역내 항만 간 전체최적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역내 항만 간 전체최적이 어렵다면 기존 우리나라 물류중심화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한편 국내 항만여건도 물류중심화에 호의적이지 않다. 먼저 국내 자치항만의 증가는 물류중심화의 선결조건인 항만 간 전체최적에 걸림돌이다. 자치항만은 다른 항만에 우호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만 간 전체최적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도 없다. 희생을 감수할 경우 자치항만으로서 위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국내 항만 개체수의 증가 역시 물류중심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항만 개체수가 늘어나면 동시적으로 항만 간 경쟁이 격화된다. 항만 간 치열한 경쟁은 항만의 전체최적을 저해함으로써 물류중심화 추진을 가로막는다. 이에 따라 항만의 전체최적에 초점을 맞춘 우리나라 물류중심화 전략과 항만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 도입이 절실한 바, 그 핵심은 부분최적을 수용하는 것이다.

   항만의 부분최적은 기존 항만을 활성화함으로써 달성 가능하다. 이 경우 추구하고자 하는 전체최적의 일부 후퇴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전체최적의 희생을 극소화할 수 있는 부분최적의 해를 찾는 것이 국내 항만정책의 시급한 과제다. 그리고 이 과제는 국내 자치항만의 증가와 주변국의 대형항만 개발에 대한 합리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그 해를 찾을 수 있다. 이제 국내 항만을 중심으로 한 역내 항만의 전체최적화 추구는 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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