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해상법 지역협력과 통일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목포해양대학교 김인현 교수(선장/법학박사)

목포해양대학교 해상운송시스템학부의 김인현 교수(선장/법학박사)가 지난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일본 고베에서 개최된 제2차 옥스퍼드 고베 국제해운학술세미나(해상법분야)에 초청받아 영어로 운송인의 책임제한권이 허용되지 않은 대법원의 2006년 10월 26일 판결을 소개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한 정기용선시의 운송인의 책임 등에 대하여 한국법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토론을 하기도 했다.

김교수는 제3차 세미나의 집행위원으로 선정됐으며, 이날 김교수의 발표논문은 일본어로 번역하여 關西대학 법학논문집에 싣자는 제의를 받을 정도로 호평을 얻었다.

항상 본지 독자들을 위해 유익한 글을 보내주시고 계신 김인현 교수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보내주신 글을 전재한다. -전문-

I. 들어가며

▲ 목포해대 김인현 교수(선장/법학박사)
 약 3주전에 일본 關西대학의 아이하라(相源) 교수로부터 메일을 한통 받았다. 해상법 국제세미나를 하는 데, 와세다의 하코이(箱井) 교수의 추천으로 초청연사로 부르고 싶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니 영국의 사우스 햄턴의 가스킬(Gaskell) 교수와 바에츠(Baatz) 교수도 강사로 초청되었다. 고베는 나에게 친숙한 곳이다. 산코 기센의 항해사와 선장생활을 하면서 많이 들린 곳으로서 젊은 날의 추억에 가슴이 설레인다. 운송법에 대한 주제를 발표하여 달라고 하여 운송인의 책임제한이 깨어진 2006년 10월 26일 대법원의 판결을 가지고 발표하기로 하고, 초청에 수락하게 되었다.  

 2007년 6월 14일에는 안전과 해운경영쪽의 발표가, 15일과 16일 양일간에 해상법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6월 15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갔다. 간사이 국제공항에 내리자 MK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이 걸려 고베시의 산중에 있는 고베 재단에 도착하였다. 

 옥스포드 대학교 성 캐더린(St. Catherine)대학 고베 재단(Kobe Institute)는 고배 시당국과 일본 기업가들(해운 회사 포함)이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1991년 설립한 재단이다. 일본과 유럽의 이해증진을 위하여 일본 고베에 건물을 세우고 각종 학술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구비하여 이를 지원하고 1년에 5명까지 일본학생들을 옥스퍼드에 유학보내는 일을 한다. 1996년부터 각종 학술세미나가 개최되기 시작하였고 해운분야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세미나가 개최되게 된 것이다. 

II. 세미나의 내용

1. 가스킬 교수의 기념강연

  가스킬 교수가 제1회 기념 강연자로 초청되었다. 이러한 대회에서 기념강연을 한다는 것은 학자로서는 대단히 영광스러운 것이다. 그는 영국 사우스 햄프턴 대학의 해상법 교수로서 영국법정변호사(barrister)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학자이다. 

 가스킬 교수는 국제해양환경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유류오염배상에 대한 민사협약(CLC)와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기금협약(IOPC FUND)이 모법이 되고 여기에서 파생되어 유해독극물 협약(HNS), 선박연료유협약, 그리고 난파물제거협약에 이르는 일련의 제도가 완성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지난 5월 중순에 채택된 난파물제거 협약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였다. 원래는 배타적 경제수역에만 적용하기로 되었지만, 이번 외교회의를 통하여 영해내에서도 적용할 수있도록 적용범위를 확장하게 되었다. 선박연료유협약과 난파물협약에서는 독자적인 책임제한제도가 없기 때문에 복잡한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함을 지적하였다. 특히, 양 협약은 일반 선주의 책임제한기금과 경합되어 함께 처리되므로 원고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낮아지게 되고 이는 독자적인 책임제한제도를 두지 않은 결과이다. 

2. 바에츠 교수의 영국재판관할권에 대한 강연

 바에츠 교수는 영국이 EU 국가이기 때문에 EU법에 따른 재판관할권의 제약을 영국법원이 받고, 이 외에는 영국의 일반법이 적용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일본 화주와 한국 선주의 소송이 영국에 제기된 경우에는 EU 국가의 사람이 개입되지 않으므로, 영국 보통법이 적용된다. 일본 화주와 독일의 선주가 문제가 되면 EU법이 적용된다. 

 바에츠 교수는 EU법에서는, 제23조에서 당사자 자치가능하므로 합의관할을 정할 수있지만, 서면에 굵은 글씨로 쓰는 등의 형식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복수의 소송이 제기된 경우 동일한 청구원인과 당사자 사이에서는 두 번째로 소가 제기된 국가 소의 진행을 중지하여야한다. 이는 남용의 여지가 있으므로 첫 번째 소가 제기된 국가가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합의관할로 지정된 국가의 법원이 우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에츠 교수는 영국법원은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의관할을 널리 인정하는 국가이고, 소제기금지처분(anti-suit injunction)을 원고에게 부가하여 합의관할에 반하여 다른 국가에 소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가지도 있다고 하였다.

3. 중국의 송디황(Song Di Huang)변호사

 중국의 송변호사는 중국법에서 운송인의 확정등에 대하여 강의하였다. 정기용선하에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 누가 운송인인지의 문제가 중국에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진다. 중국 해상법이 선하증권은 운송인이 발행한 것으로 한다고 하므로, 규정상으로는 정기용선자가 운송인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법원은 NYPE 용선계약서의 제30조를 강조한다. 여기에 따르면 정기용선자는 선장을  통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선주의 허가(authority)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중국에서는 정기용선자는 선주의 대리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정기용선 계약하에서 발행된 선하증권상의 운송인은 선박소유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제30조는 대리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학설도 있다. 디마이즈 조항(demise clause)도 유효하다고 본다.  

 송변호사는 또한 중국의 무선박운항자(NVOCC)와 운송주선인(Freight Forward)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둘은 서로 다른 개념이고, 상공부에서 통제하던 운송주선인에 대한 행정규제가 중국의 WTO 가입으로 폐지됨으로써 많은 무선박운항자가 운송주선인으로 등록하고자 한다. 운송주선인은 재정보증금을 유지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 약 1억정도의 재정보증금을 갖추어야 하는 무선박운항자와 다르다. 그러나, 이 금액도 너무 낮으므로 보통 불법행위 책임을 선주에게 묻게 되어 선주는 불리한 지위에 놓인다.  

4. 한국의 김인현 교수의 책임제한 배제사유에 대한 대법원판결소개

 필자는 한국의 2006.10.26. 판결을 소개하였다. 운송인의 차장, 과장이 운송계약에 반하여 갑판적을 결정한 경우에 이는 운송인 자신으로 간주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요지이다. 이 사건에서 고등법원은 갑판적에 대한 결정은 운송인이 사고발생의 염려를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동 요건은 제2주관적 요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미국의 인식있는 악행(willful misconduct)에 해당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중과실설과 미필적 고의설이 있지만, 인식있는 중과실로 파악하는 것이 자신의 견해라고 한다.

 필자는 다시 법인격부인론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한국에서는 1988년에 처음으로 법인격부인론이 채택되었고 이는 편의치적선이 관련된 사건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해상운송에서 처음으로 순수한 종이회사(paper company)와 관련되어 법인격부인론이 채택된 것이다. 편의치적선에서는 한척의 선박이라도 편의치적회사가 가지고 있지만 순수한 종이회사의 경우에는 아무런 재산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고 이 점에서 쉽게 채무면탈의 의사가 인정될 수있다.   

 필자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법인격부인론의 인정은 찬성하지만, 운송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책임이 따르는 일을 행하지는 않으므로, 갑판적의 결정에서 사고발생에 대한 인식있는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5. 일본의 다나까 변호사의 일본법 전반에 대한 발표

 다나까(田中) 변호사는 전체적인 일본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는, 일본 국제해사물품운송법(COGSA)에서 운송인의 책임구간이 헤이그 비스비에 비하여 수령과 인도가 포함되어 길게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일본은 오랫동안 정기용선에 대하여 법적성질을 중시하여 정기용선자를 임차인으로 보았다. 그런데 쟈스민 판결의 영향으로 법적성질을 중시하여 선하증권상의 책임주체를 정하는 것은 폐기되었다. 

 다나까 변호사는 선박우선특권에서, 선박의 운항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한 경우도 우선특권이 인정되므로 불합리함을 말한다. 정기용선자가 연료유를 공급한 경우에 선박이 압류되게 된다.
 그는 일본의 선박충돌에 의한 제척기간은 1년으로서 선박충돌조약과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6. 와세대 대학의 하코이 교수의 총평

 하코이 선생은 관할의 문제에 대하여는 함부르크 법의 적용을 지지한다. (이에 대하여 바에츠 교수는 동시에 2개의 국가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multiple suit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한국의 대법원 사건에 대하여는 한국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낮고 kg당 책임제한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2006년 12월에도 지방법원에서 갑판적에 책임제한이  깨트려진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7. 질의 응답

 (1) 필자에 대하여 만약 일정한 액수까지 운송인이 무과실책임을 부담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한국에서 채택이 된다면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지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 필자는 항공운송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에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고 헤이그 의정서를 채택하여 사용하지만, 장차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하게 되면 항공운송의 내용을 검토할 것이다. 다만, 책임제한액수가 낮고 무게당 책임제한제도가 없어서 이번 상법 해상편 개정안에 이를 반영한다고 답하였다.   

 (2) 가스켈 교수는 한국의 대법원의 판결이 제2 주관적 요건에서 개연성(probably)를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이 점에서 김교수와 의견을 같이 하지만, 사고발생의 개연성을 안다는 것은 가능성(possibly)보다 높은 인식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갑판적을 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하였다.
 영국에서는 선하증권의 전면의 표지를 중시한다. 정기용선가가 서명한 경우에 선하증권의 뒷면에 demise clause가 있다면 중국, 한국, 일본에서 각각 어떻게 볼 것인가 질의 하였다.
 - 일본, 중국은 demise clause가 유효하므로 선박소유자가 운송인이 된다고 답하였다.
 - 필자는 한국의 고등법원에서 무효로 판시한 바있고, 운시트랄 운송법에서도 이를 운송인이 책임을 선박소유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무효로 하는 특별규정을 둔다. 1991년에 정기용선의 법적성질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주가 되어 자동적으로 운송인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쟈스민 판결과 영국의 판결의 영향을 받아서 현재는 선하증권 전면의 내용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만약, 현재 대법원에서 동일한 사안이 문제가 되면 대법원은 1992년의 판결의 태도를 버리고 선하증권의 유통성에 관점을 두고 판결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하였다.

III. 성과 및 소감

 필자의 발표가 좋았던지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일본의 저널에 필자의 글을 싣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대법원 판례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본다. 필자는 제3회 대회의 집행위원이 되었다.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해상법에서도 영국이나 미국이 주도하므로 일본의 해상법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가 않다. 이미 2003년 일본해법회창립 100주년 기념 논문집에서 28명의 교수가 기고하였다. 일본은 해운집회소의 주관으로 1달에 한번씩 영국의 판례를 연구하여 로이드 레포트(Lloyd's Report)에서 나오는 중요판결이 2-3개월 안에 연구가 된다(바에츠 교수도 언젠가 일본에 와서 발표를 하는데 자신보다 먼저 일본전문가들이 영국 로이드 레포트의 사례들을 먼저 알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이번에도 다께찌, 아이하라, 기요가와, 하코이등 교수가 참석하여 회의를 주도하였다. 이들은 모두 뉴욕대학, 튤렌 혹은 사우스햄턴등에서 공부를 하여 영어도 잘하였다. 이들 교수들은 일본해사법연구회지등을 통하여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이들이 모두 일본 변호사이면서 해운회사의 감사역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법대 교수를 5년 정도하면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로스쿨이 몇 년전에 생기면서 실무가들(미쯔이 상선의 법무팀장, 해운집회소의 법무담당자등)이 많이 법대의 교수로 영입되었다. 이제 세월이 지나 모두 변호사 자격증이 취득하여 해운선사에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고배재단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계에서 국제적인 학술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해상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양 해양대학에 한정되고 일반 법대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업계의 사건이 영국으로 대부분 찾아가는 경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우리 나라의 해상법의 발전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한 두명 해상법교수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한중일의 지역통합의 논의에서 해상법분야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결국 우수한 해상법 교수 혹은 변호사들의 숫자와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필자는 보기 때문에 더욱 답답함을 느꼈다. 

 이번 회의에서 필자는 중국, 일본, 한국을 통합하여 해상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자는 참석자들의 염원들을 보았다. 앞으로 지역통합을 위한 이러한 분위기는 이미 다른 분야 (해운경영물류, 항해항만분야)에서도 시작되었기 때문에 해상법관련 모임도 어떠한 형태로던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이런 의미에서 옥스퍼드 고베 세미나는 의미있는 모임이고, 우리 나라의 해상법학자와 변호사 및 업계에서도 계속 참석하여 일본과 중국과 보조를 같이하고 한편으로서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 나라도 고베 재단과 같은 기능을 하는 재단이 있어서 한중일의 해상법 혹은 다른 학술단체들의 연구모임을 지원하여 주었으면 한다. 

 필자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안도감과 무거운 마음을 동시에 안고 귀국하였다. 안도감이란 한중일의 해상법 통합의 움직임에 우리 나라가 빠지지 않고 처음부터 참석하여 청중의 관심을 끄는 발표로 존재를 과시하게 되어 다행이라는 점을 말한다. 무거운 마음이란 경제대국이면서도 해상법에 많은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해상법과 어떻게 보조를 맞추어 나갈 수있을 지 우리 나라의 현실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 점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해운업과 조선업의 호황으로 이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해상법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상법에 대한 필자의 열정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2007.6.20.)

▲ 고베 항구에서 중국 일본 대표들과의 기념촬영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