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 KMI 선임연구위원

▲ 姜淙熙/ KMI 선임연구위원
   1998년 3월 조타실이란 이름으로 처음 본지에 기고된 이후 8년 9개월간을 꾸준히 시사성있는 해운문제들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해 해운업계의 사랑을 받았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강종희 선임연구위원(해운물류연구본부 본부장)의 칼럼이 이번주부터 매달 두차례씩 다시 게재된다.
  본지 독자들을 위해 강종희 칼럼을 재개해 주신 강종희 선임연구위원께 감사 드리며, 보내주신 글을 전재한다.


  해운시장이 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대표적 해운경기 지표의 하나인 볼틱운임지수(BDI)가 지난 7개월 사이 무려 두 배로 상승해 9400 포인트를 넘어섰다. BDI는 2000년대 초 불과 1000 포인트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수가 1만 포인트를 돌파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이런 상승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다수 전문가와 해운업계는 이번 호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시황의 장기 호조 전망에 따라 신조선 발주가 전 세계적인 붐을 맞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선사의 최근 선박 건조는 외국 선사를 압도한다. 국내 P사의 경우 현재 건조 중인 선박만도 27척에 이른다. P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0년까지 총 59척의 선박을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로 엄청난 규모의 선박투자다. 여타 국내 선사들도 대단위 선박확보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편 국적선사의 이런 선박투자는 오늘날 선박의 기술발전과 대형화 추세에 비춰 볼 때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선사의 활발한 선박확보는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조치 시행 이후 부진했던 선박투자를 만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단기 대규모 선박투자는 자칫 피라미드 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피라미드 게임은 허황된 사업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소위 다단계 판매가 그 좋은 예다. 이 시스템은 황당한 사업에 돈을 가져다 바칠 준비가 된 투자자가 존재할 때 작동한다. 만약 더 이상 새로운 투자자가 모집되지 않으면 피라미드 게임은 붕괴한다. 이런 시스템은 피라미드 꼭대기를 차지하는 발기인에 의해 생겨난다. 그러나 발기인이 없어도 피라미드 게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주식시장에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어느 시기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계속해서 새로운 투자자를 유인해 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게 되고 주가는 또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그리고 아무리 주가가 높아도 주식을 살 용의가 있는 투자자가 나타나는 한 주식시장은 활황을 지속한다. 그러나 첫 번째 투매가 시작되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살 새로운 투자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때 마지막으로 주식을 산 이른바 주식 구매자 사슬의 맨 마지막 투자자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선박시장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해운시장이 호황국면으로 접어들면 너도나도 선박확보에 열을 올린다. 이에 따라 선가가 치솟게 되고 선사들은 선박구매에 열을 올린다. 선가가 올라갈수록 선사들의 신조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마침내 대단위 신규 선박투자로 이어진다. 해운시장이 활황을 지속하는 한 선가상승과 선박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해운시장이 호황인 한 선박을 확보해 높은 운항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차액을 남기고 그 선박을 되팔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운시장이 주식시장처럼 갑자기 침체되면 선박을 고가로 매입할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경우 선박 구매자 사슬의 마지막 투자자는 거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선박시장은 피라미드 게임으로 변질한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피라미드가 시작될 때 윗자리를 잡되 여차하면 달아날 시점을 잘 포착해야 한다. 비록 그런 시점 포착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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