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 KMI 선임연구위원

▲ 강종희 선임연구위원
  물류중심화 전략은 이제 그 이름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물류중심화 전략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들은 물류중심화 전략이 장기에 걸쳐 추진되는 데 따른 피로의 빛이 역력하다. 실제 변화가 빠른 오늘날 10년이 넘는 장기 추진 과제는 국민적 호응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물류중심화가 국가전략으로 채택된 것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의 일이다. 당시 이 전략은 가덕도에 신항을 건설하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처음 제시됐다. 그 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전략의 외연이 확대됐다. 이러한 외연확대로 말미암아 전략의 추진주체를 두고 정부 부처간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한때 정부 내 물류 전담부서를 신설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은 바로 이런 혼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물류중심화의 지나친 외연확대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게 한다. 그 이유는 외연확대에 따른 복잡성을 국민 대중이 좀처럼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전략추진의 장기화와 더불어 물류중심화라는 이름이 갖는 한계성 때문에도 이 전략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이름과 성질은 종종 일치한다(Names and nature do often agree)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사람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대로 세상을 판단하려는 기질을 빗대는 말이다. 가령 어떤 사람을 두고 “자유의 전사”라고 부르는 것과 “테러범”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경우 그 사람으로 하여금 매우 다른 행동을 유발하게 한다. 이러한 예는 소위 “최후통첩 게임” 상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게임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10만원을 나눠가져야 할 상황이다. 이 때 한 사람이 분배 금액을 정해 상대에게 제안한다. 상대는 이 제안을 거절하거나 수용할 수 있다. 만약 제안을 수용하면 제안대로 분배된다. 그러나 제안이 거절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이런 상황일 때 제안자는 공평하게 50:50의 분배를 제안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 대해 어떤 이름을 붙이면 분배 제안이 공평성을 벗어난다. 예컨대 이 상황을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명명하면 제안자에게 더 많은 금액의 분배를 제안한다. 이에 비해 “커뮤니티 게임”이란 이름을 부여하면 보다 공평한 분배를 제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류중심화 전략 역시 그 이름 때문에 초기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전략은 처음 선택과 집중에 의해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북아 역내 컨테이너 화물의 환적기지로 발전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물류중심화 전략이 그 이름 때문에 마치 “월스트리트 게임” 상황으로 이해되면서 전략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

   대내적으로 보면 국내 모든 항만이 앞 다투어 물류중심화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바로 물류중심화를 국내 항만 간 경쟁상황으로 인식한 결과다. 이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의한 물류중심화 전략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오히려 대다수 항만이 물류중심화를 빌미로 개발을 서두르게 됨으로써 공급과잉을 초래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물류중심화 전략은 그 이름 때문에 주변 국가를 자극해 왔다. 특히 중국은 상해 양산항의 단 기간 내 개장이 시사하듯 우리나라 물류중심화 전략을 그들의 중화사상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일본의 슈퍼 중추항 건설 또한 우리나라 물류중심화에 대한 대응 전략의 소산이다.

   결론적으로 물류중심화 전략은 장기 추진에 따른 국민의 피로감과 국내 항만 간 과당경쟁 그리고 주변국의 반감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으로 대체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내년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름 변경에 대한 검토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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