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임석민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본지 독자인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임석민 교수님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인 경부운하 건설에 대한 사견을 보내주셨다. 동 의견은 본지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리며 보내주신 내용을 전재한다.
 
 경부운하에 대한 논쟁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도 쇳소리가 난다고 한다. 수년전부터 물류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여기저기에서, 특히 정치권에서 물류를 끌어다가 정치도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 남북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그러하고 경부운하도 그 하나에 속한다. 경부운하의 핵심은 물류이다. 이명박 후보는 물동량의 80%가 운하를 이용하고, 물류비를 연 4조 5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물류대혁명이라 강조한다. 꿈속에서도 달성할 수 없는 허황된 수치이다.
 
 나는 물류를 좀 안다. 한마디로 경부운하의 물류효과는 제로에 가깝다. 물동량의 0.8%도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기업의 수출입물류 담당자에게 20개의 갑문이 있는 경부운하를 이용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100이면 99는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제 정신이라면 서울-부산간 컨테이너를 바지로 운송할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류의 핵심은 시간, 비용, 안전이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물류경로는 도로와 철도, 그리고 인천항을 경유하는 연안해운이 있다. 도로가 막히고 철도와 연안해운보다 운임이 높아도 많은 화주들이 도로를 이용한다. 트럭은 환적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은 환적을 가장 싫어한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높아지며 파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로의 혼잡이 심해지자 정부는 철도로 분산하기 위해 의왕과 양산에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만들고 컨테이너 전용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옮겨싣고 내리는 작업이 많아 현재 철도의 운임이 도로보다 높고 시간이 많이 걸려 이용률이 10%도 안된다. 철도는 도로보다 10단계 정도의 작업이 추가된다. 각 단계마다 시간을 요하고 비용이 발생한다. 운하의 환적작업은 온독레일(on-dock rail) 시스템의 철도보다 더 복잡해진다. 
 
 또한 경부간 컨테이너 운송을 연안해운으로 대체하기 위해 1989년에 (주)한진, 1995년에 대한통운이 각각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을 개시했으나, 대한통운은 1999년에 중단했고, (주)한진도 2006년 5월에 전면 중단한 상태이다. 이용률이 낮아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선적이 급하지 않은 수출화물 및 원자재 수급에 시간여유가 있는 수입화물이 운임이 저렴한 연안해운을 이용했었는데, 그것도 이제는 매력을 상실한 듯 결국 서비스를 중단하고 말았다.
 
 연안해운 소요시간은 항해 28시간을 포함하여 화주의 창고까지 약 3.5일이 소요되었는데, 3.5일이 너무 길어 화주들이 외면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수출화물이 선적에 쫓긴 데다, 하루라도 빨리 수출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신속하고 간편한 트럭운송을 선호한다. 게다가 수출입화물에 대한 국내운송비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그래서 약간의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빠르고 간편한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부운하의 경우 5개의 터널, 16개의 댐, 20개의 갑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20개의 갑문을 통과하려면 그 대기시간을 기약할 수 없다. 운송에서 운송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도로가 막혀도 최대 8시간이면 도달할 것을 70∼100시간, 아니 예측할 수 없는 운하를 누가 이용하겠는가? 운하통행료가 도로운송비용의 반값이라 해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10여년전 경부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하던 때에 그 타개책으로 ‘세종연구원’이라는 곳에서 경부운하를 제안했었다. 당시 그러한 제안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후보가 “60~70명의 전문가가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면서, 그 제안을 성급히 공약으로 채택하여 이처럼 소란스러운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의 지금은 물류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경부고속도로뿐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저곳으로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중국시장의 활성화로 화물도 광양 및 인천을 비롯하여 평택, 군산, 목포 등으로 분산되어 부산의 비중이 줄고 있다. 1997년에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전체의 95%를 점했지만, 2001년 80.8%, 2006년에는 75.4%로 낮아졌다. 화물도 하이테크 제품의 비중이 높아져 항공운송으로 가고 있다. 이미 2004년부터 인천공항이 수출입(금액기준) 규모에서 부산항을 앞섰다.
 
 경부간 물류문제는 경부고속도로의 체증구간에 차선을 늘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또한 철도의 운영시스템을 효율화하고 비용을 더 낮춰 화물을 철도로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니면 인천-광양-부산의 연안해운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적은 돈으로 물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이 많다.
 
 유럽대륙과 한반도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도나우-마인운하는 유럽의 내륙을 관통하여 북해와 흑해를 연결한다. 해안으로부터 수백킬로미터 내부를 관통하기 때문에 운하로서 가치가 있다. 게다가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항상 강물이 넘치고, 서안해양성 기후로 연중 내내 비가 내려 수량이 풍부하다. 그러나 한국은 계절풍 기후대로 여름철에 강우량이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가뭄이 심해 식수를 걱정하는 나라이다. 게다가 수십킬로미터만 가면 천연의 바닷길이 있다.
 
 운하의 건설비용도 막대하지만 관리유지비도 엄청날 것이다. 매년 홍수로 밀려든 토사를 준설해야 하고, 겨울철 갈수기에 배가 운항하게 하려면 또다시 준설을 해야 한다. 쓸모없는 경부운하는 돈 먹는 불가사리가 될 것이다. 이후보는 청계천 복구의 성공에 도취되어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성급히 채택한 것이다. 청계천은 산책길만 닦으면 그만이지만, 경부운하는 장장 550킬로미터의 수로를 대형바지가 운항해야 한다. 많은 예상치 못한 문제로 국가적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환경에 대한 우려도 대단히 크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내 친구는 이후보가 경부운하만 철회한다면 이후보를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이다. 내 주위에 운하를 걱정하는 사람들만 있지 누구 하나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 물류를 위해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은 제외되어야 한다. 애초부터 타당성이 결한 아이디어라서 결국은 없던 일이 되겠지만, 누구처럼 공약이랍시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려 국가재정에 큰짐을 지울까봐 대단히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