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 KMI 선임연구위원

▲ 강종희 선임연구위원
해운시장의 장기 호황으로 선박매각이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선사는 선박매각에 관심이 낮아 보인다. 오히려 매입에 대한 열의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운시장이 호황이면 船價가 오른다. 호황이 길어지면 특히 중고선 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이에 따라 일부 선형은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을 앞지르기도 한다. 비근한 예로 船齡이 5년 된 Capesize(17만dwt) 중고 건화물선의 2003년도 초 매매가격은 미화 5000만 달러 수준이다. 이에 비해 동형 신조선 가격은 6000만달러로 중고선보다 높다. 그러나 2004년 말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을 추월해 6300만달러로 치솟았다. 당시 신조선 가격은 6200만달러를 하회한 것이다. 이후 호황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가격 역전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재 Capesize 중고선의 최근 가격은 1억 달러를 호가한다. 그러나 동일 선형의 신조선 가격은 9000만달러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여타 선박 역시 중고선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현재 이들 중고선 매매가격은 2003년 초에 비해 거의 2배 이상 올랐다. 한편 이처럼 높은 가격 상승은 중고선을 매각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런 기회에 눈을 돌리는 국적선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선 호황기엔 선박 운항수익이 높다. 따라서 상당수 선사는 매각차익보다 장기 호황에 따른 운항수익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선주는 선박매각을 미루게 된다. 다음으로 선박매매에 따른 국내의 높은 거래비용이 호황 시 선주로 하여금 선박매각을 기피하게 한다. 이외에도 선박확보 시 국내 선사의 불리한 차입조건 때문에 선박매각이 어렵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다음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호황 시 국내 선사의 선박매각을 가로막지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먼저 그런 요인으로서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를 들 수 있다. 보유효과란 사람이 어떤 물건을 실재 소유하고 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보유한 물건의 대가로 요구하는 액수는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에 구입하는 비용으로 지불할만하다고 생각하는 액수보다 크다는 의미다. 따라서 호황일 때 보유효과가 작용하면 선사는 보유선박에 대한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높게 평가함으로써 선박을 쉽게 매각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현상유지 편향성(Status-quo Bias)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편향성은 현재 상태에서 변화되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즉 현재 상황이 특별히 나쁘지 않는 한 변화를 시도하면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 두 가지가 있을 때 손실회피 작용이 앞서면 현상 유지에 대한 지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편향성은 불황 때보다 호황 시에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그 이유는 해운시장이 호황이면 운항수익이 매우 안정적이다. 또한 호황이 장기화 되면 선가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선사는 호황일 때 선박을 매각함으로써 얻는 차익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결국 선박매각을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호황 시 선박매각을 미루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불황이 닥쳐와 크게 낭패 볼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韓國海運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제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국적선사는 自社船 매각시기를 꼼꼼히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해운업은 해상운송사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박매매 역시 해운업의 한 분과임을 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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