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해운회담 결과 이행 문제>

지난 11월 6일과 7일 중국 해남도에서 열린 한중해운회담에서 평택-청도, 평택-위해, 군산-석도간에 신규 카페리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되었다. 그러나 이 한중해운회담 결과는 평택항에 어떤 항로가 먼저 개설돼야 하는지를 정해주지 않아 결과적으로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어정쩡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한중해운회담 뒤에 서둘러 평택항에서 신규 카페리 취항 순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당국의 대응은 지금껏 미지근한 것만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평택항의 여객선부두 사정은 말을 안해도 잘 알 것이다. 현재 여객선부두 사정으로는 한척을 추가로 배선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청도항로에 취항하는 카페리와 위해항로 취항하는 카페리가 동시에 접안한다고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자동차 전용부두인 동항의 일반부두 3번선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반부두에서 크레인을 사용하여 화물을 적양화하고 터미널까지 셔틀 버스를 이용하여 승객을 나른다고 하는 것은 여객선사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문제이다. 굳이 일반부두라도 취항을 하겠다는 신규 카페리선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럴 카페리선사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나중에 취항하는 카페리선사는 2-3년 후에 새로운 여객선부두가 완공될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결국 평택항 여객부두 하나를 놓고 평택-청도 업체와 평택-위해 업체가 서로 사용하겠다고 치열한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빠지고 만다. 서로 먼저 카페리 선박을 평택항에 가져다 대려 할 것이고 서로 먼저 여객부두에 대한 사용 허가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결국 심각한 경쟁 양상만 부추겨 놓은 것이 이번 한중해운 회담의 결과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는 이유이다.

해양수산부 정책당국자는 한중해운회담에 앞서서 평택항을 방문하여 여객선의 추가 기항 가능 여부를 살피고 일반부두에도 카페리가 접안하여 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객화선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의견에 반대를 했고 이번 한중해운회담을 통해서도 화객선사협의회 대표들이 일반부두를 이용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평택항에 신규 취항선사를 1사로 하든가 최소한 신규 카페리의 경우 취항 순번을 정해 주도록 요청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러한 객화선사업계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고 신규 취항항로가 2개나 선정되었으며 그것도 애매하게 취항순번을 정하지 않아서 상호 극심한 눈치작전과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꼴이 되었다. 객화선사업계의 의견과 다른 이런 정책을 밀고 나가가는 것은 특정 항로 취항 예정선사를 봐주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일으킬만 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정책을 정함에 있어서 기존 사업자들의 의견만을 들어서는 안되는 측면이 있다. 기존업자들이야 속성상 새로운 사업자를 불러들여서 경쟁하기는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리항로도 정기선항로라는 점을 인정하면 기존사업자의 권익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되는 측면이 있다. 만약에 기존사업자의 권익이 완전히 무시되는 정기선항로 정책이라면 앞날이 불안하기 때문에 아무도 정기항로를 개설하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기선항로는 정책인 관리가 불가피 하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이제라도 평택항에서의 신규 카페리항로 개설 순번을 정책당국에서 정해 줘야 한다. 물론 이 때 객화선사 업계의 의견이나 평택항 관계자들의 의견, 그리고 일반 해운업계의 의견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 모두 희망하고 바라는 사항을 제쳐두고 정책당국이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할 경우는 두고 두고 비난 받을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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