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전화: 02-755-0199)

▲ 서동희 변호사
지난 회에서 약속한대로 A 선박(아래 예 참조)에 적재되어 있다가 전손 피해를 입은 C 소유의 화물에 대한 배상책임과 소위 Both-to-Blame Collision Clause의 의미 및 효력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즉, 예를 들어 A, B 양 선박이 서로 충돌하였다고 하자.

과실비율은 각각 1/3, 2/3이라고 하자. 이 사고로 인하여 A 선박은 완전히 침몰하여 전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선체손해가 90억원, 불가동손(1) 18억원의 손해가 발생하였으며, B 선박은 선체일부가 손상되어 수리비로 3억원, 불가동손으로 6천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하자. 또 A 선박에는 C 소유의 화물이 적재되어 있었는데, 이 화물 역시 전손 피해를 입었으며 그 금액은 24억원이라고 하자. 이러한 경우 A 선박 선주와 B 선박 선주가 C에 대하여 어떠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보기로 하자. 선박충돌에 관한 1910년 브뤼셀 조약(2)은 대물 손해와 대인 손해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의 원칙을 분할책임과 연대책임의 원칙으로 달리 규정하고 있다.(3)

우리나라 상법 제846조 제1항은 표현을 위 조약 제4조 첫째 단락 및 둘째 단락과 달리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동일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상법 제846조 제1항에 의하면 대물손해에 대하여 양 선주는 자신의 과실비율에 따라 분할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선박충돌 사고의 원인은 통상적으로 항해상의 과실(error in navigation)에 해당될 것이므로 해당 화물을 운송하던 선주, 위의 예에서는 A 선박 선주는 선박의 감항능력에 관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로 인정되는 때가 아닌 한, 그 손해배상책임의 면책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화주 C는 적재선의 선주, 즉 A 선박 선주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되며, 비적재선의 선주, 즉 B 선박 선주에 대하여 B 선박 선주의 과실비율(2/3)을 감안하여 16억 원(24x2/3)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영국법, 일본법(4) 및 중국법(5)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위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법에서는 화물의 소유자는 가해행위를 한 선주로부터 100%의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화물의 소유자는 비적재선의 선주, 즉 B 선박 선주로부터 B 선박 선주의 과실비율 여하와 상관 없이 100%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다.(6)

위의 예에 의하면 C는 B 선박 선주로부터 손해 전부인 24억원을 배상 받게 된다. 이러한 배상이 있은 후 양 선주 사이에는 과실비율에 따라 구상청구(7)를 할 수 있으므로, 항해과실을 이유로 면책되었던 적재선 선주, 즉 A 선박 선주는 B 선박 선주에 대하여 자신이 분담하여야 할 금액인 8억원(24x1/3)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면 A 선박 선주로서는 결국 면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1930년대부터 꾀가 많은 선주들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아래와 같은 규정을 선하증권의 이면 등에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Both-to-Blame Collision Clause

If the Vessel comes into collision with another ship as a result of the negligence of the other ship and any act, neglect or default of the Master, Mariner, Pilot or the servants of the Carrier in the navigation or in the management of the Vessel, the owners of the cargo carried hereunder will indemnify the Carrier against all loss or liability to the other or non- carrying ship or her Owners in so far as such loss or liability represents loss of, or damage to, or any claim whatsoever of the owners of said cargo, paid or payable by the other or non-carrying ship or her Owners to the owners of said cargo and set-off, recouped or recovered by the other or non-carrying ship or her Owners as part of their claim against the carrying Vessel or Carrier. The foregoing provisions shall also apply where the Owners, operators or those in charge of any ship or ships or objects other than, or in addition to, the colliding ships or objects are at fault in respect of a collision or contact.

이 조항의 의미는 적재선 선주가 비적재선 선주로부터 구상을 당하게 되면, 화주는 적재선의 선주에 대하여 해당 부분에 대하여 보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조항은 선주가 그 과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이므로 무효이라고 판결을 내렸으며, 이러한 판결은 현재 common carrier (선하증권에 의하여 운송하는 운송인)에 대하여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다만, 용선계약에 의하여 운송하는 경우에는 용선계약서에 위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면 그 효력은 인정된다.(8) 따라서 우리나라 선주로서 미국의 항구를 입출항하는 선주는 Both-to-Blame Collision Clause가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liner일 경우 그 효력이 통상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반면, 미국과 관련이 있지 않는 경우에는 Both to Blame Clause가 적용되어야 할 상황(즉, 비적재선이 100%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위 조항이 작동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

(1) 각국 법에 따라 인정여부에 차이가 있겠으나 우리나라 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2)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of Law with respect to Collision between Vessels (Brussels, 23 September 1910)
(3) Article 4의 첫째 및 둘째 단락은 “If two or more vessels are in fault the liability of each vessel is in proportion to the degree of the faults respectively committed. Provided that if, having regard to the circumstances, it is not possible to establish the degree of the respective faults, or if it appears that the faults are equal, the liability is apportioned equally. The damages caused, either to the vessels or to their cargoes or to the effects or other property of the crews, passengers, or other persons on board, are borne by the vessels in fault in the above proportions, and even to third parties a vessel is not liable for more than such proportion of such damages. “고 규정하고 있다.
(4) 일본 상법에는 선박충돌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일본은 선박충돌에 관한 1910년 브뤼셀 조약을 가입하였다.
(5) 중국해상법 제169조는 위 조약 제4조와 동일한 내용이다.
(6) 이를 미국에서 “Innocent Cargo” Rule이라고 한다. Thomas J. Schoenbaum, Admiralty and Maritime Law, 4th edition, p. 797
(7) claim for contribution
(8) Thomas J. Schoenbaum 전게서, pp.797-798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