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선임연구위원, 해운물류연구본부장

▲ 강종희 KMI 해운물류연구본부장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는 2008년 우리 해운업계에 던지고 싶은 신년 화두다. 그리고 그 이유는 현재 전 세계 해운이 사상 유례가 없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의 최전성기는 이미 절정을 지나 쇠락의 길목에 들어선 순간에 나타난다. 따라서 관련된 사건이나 현상의 전성기가 과열되면 될수록 쇠망은 더 급격히 찾아온다. 역사상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의 몰락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세계 해운경기 패턴 역시 이런 현상의 예외가 아니다. 즉 해운경기는 늘 호황의 정점에서 곧바로 불황의 심연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과거 해운은 불황이 닥치기 전 그 조짐 파악이 가능할 만큼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점은 상당수 유수 선사들이 지난 해운불황을 어렵지 않게 극복한 데서 자명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여유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구촌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운의 미래예측이 예전보다 훨씬 어렵게 됐다. 따라서 이런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한편 미래예측에 대한 안목은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을 유심히 관찰함으로써 높일 수 있다. 실제 모든 사건과 현상은 변화에 앞서 어떤 징후를 나타낸다. 이런 징후와 관련해 1930년대 초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감독자인 하인리히(H. W. Heinrich)는 1:29:300의 법칙을 찾아냈다. 즉 그는 각종 보험사고를 분석한 결과 “한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에 앞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고 동시에 그 주변에 300번 이상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외에도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변화의 징후를 고찰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징후에 둔감하거나 무관심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어떤 징후를 잘 관찰하지 못한 데는 여러 장애요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과도한 확신감”이다. 즉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미래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다. 또한 부작위적인 사건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견해와 생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의 징후를 쉽게 간과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현재의 관점”으로 미래를 보기 때문에 변화의 징후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해운의 경우 시황이 정점일 때 미래의 불확실성을 아예 제거해버리고 현재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외에도 “현실유지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등으로 말미암아 변화의 징후를 애써 외면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장애요인을 기꺼이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해운기업은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조기경보체제를 갖춰야 한다. 즉 초기 변화 징후를 읽을 수 있도록 고도로 정교한 경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수시로 구하도록 한다. 변화의 조짐은 처음 소속하고 있는 제도권 밖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해운과 무관한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끝으로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오늘날 변화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이런 변화속도에 맞춰 미래를 예측하려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상 언급한 일련의 미래예측을 위한 안목 키우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관심만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2008년 한해 우리 해운기업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최전성기에 미래를 예비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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