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삼남(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이라는 주제를 앞세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유치한 기쁨도 잠시 지난 12월7일 일어난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서해안은 한겨울에 검은 기름폭탄을 맞았다. 청정해역이던 태안반도의 각종 어패류, 김 양식장과 연안 어민들의 생계터전이던 갯벌이 검은 황무지로 변했고 해변관광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바다는 살아있지 못하고 연안은 숨 쉬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보름동안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1997년 일본의 나홋가 기름유출사고 때에 두 달이 걸렸던 해안가 기름제거를 우리는 두 주일 만에 해치웠다.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자원봉사자들 이었다고 하는데 이들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이 기적을 만드는 밑받침이 되었다.
 

  반면에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기관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다. 해양오염사고를 방지하고 유사시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자랑했던 두기관이 초기대응과 오염 확산에 대한 예측이 미숙했고, 대응매뉴얼은 현실성이 부족했으며 기상악화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평생을 바다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이 사고에서 다음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한다. 첫째, 선장의 책임감 부족이다. 예인선이던 유조선이든 선장은 24시간 깨어있어야 하며 어떠한 악천후에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하고 비상상황에서도 기민한 대응으로서 사고를 예방해야하는데 이번에는 관련자 모두 선장으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들의 자격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둘째, 기름 가스등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선박에 대해서 해양관련 국가기관인 해수부, 해경, 해군이 직간접적으로 추적 감시하고 관리하는 종합적인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하였다는 것이 아쉽다. 이러한 종합네트워크가 있었다면 충돌을 예방할 수도 있으며 사고 후에라도 신속한 초동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정부의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해양수산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를 못한 것이 안타깝다.

   셋째, 미국은 9.11 테러이후 국토안보부를 설립하여 출입국과 재난통제를 중앙 집권제로 바꾸었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현장 방제와 재해지역 선포, 장기적인 복구계획수립 및 피해보상 등은 해양수산부 만으로서는 역부족이므로 오히려 범정부차원의 재난통제 시스템이 절실해졌다.

   95년 7월 씨프린스 호 기름유출사고의 교훈을 바탕으로 해운 수산 항만 해양환경관련 기관과 조직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 경영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를 발족시키게 되었고 해상방제업무는 해양경찰청으로 일원화 되었다. 기름유출사고가 계기가 되어 통합발족 되었던 해양수산부가 12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기름유출사고 때문에 존폐가 거론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로 새 대통령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되었다. 실용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에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통합해양행정체제로 나아가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을 줄로 믿는다. 일본은 지난 7월 총리가 본부장인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출범시켰고 EU도 금년 10월 통합해양정책 비전을 수립하였다. 중국도 해양통합관리기구의 신설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일부 언론에서 태안기름유출사고의 책임을 물어 해양수산부를 통폐합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이번 사고의 초기대응이 미흡했거나 과실이 있었다면 해수부와 해경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하겠지만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조직의 근본을 흔드는 것은 마땅하지 못하다.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해양생태계복원사업과 피해어민의 복구지원, 해양오염방제능력의 확충과 기름유출사고의 방지대책 수립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해양수산부가 본연의 임무인 해양환경보호와 어업인 복지라는 발족목적에 충실하면서 해양강국의 백년대계를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더 절실하다. 그리하여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10년 내 세계 5대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모으는데 해양수산부가 그 중심에 설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하고 강화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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