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부산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선장/법학박사)

▲ 유엔회의장장에서. 왼쪽부터 김병호 공사, 독일 대표 체르웬카 국장, 필자(김인현 교수).
I. 서

 2002년부터 작업반논의를 시작한 운시트랄 운송법 작업반회의가 이제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필자는 2004년 5월 제13차회의부터 이번 제21차회의까지 참가하여 회의의 내용을 국내에 전달하고 우리 나라의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하여왔다. 이제 2008년 6월말의 운시트랄 총회와 10월의 유엔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조약화될 예정이다. 6월말의 총회에서는 작업반의 회의와는 다른 차원의 정치적인 회의이므로 각국은 다시 한번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를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21차 회의보고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21차 회의에서는 그동안 미진하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모든 합의가 이루어져 괄호로 처리된 부분이 모두 벗겨져서 조약전체를 현 초안대로 조망하여 비교할 수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1월 14일에서 1월 25일까지 비엔나의 유엔회의장에서 열렸고, 한국대표단은 오지리 대사관의 김병호 공사님, 배형원 사법협력관(부장판사님), 정광용 1등서기관 그리고 최종현 연세대 법대 교수(한국해법학회 자문) 그리고 필자(해양수산부 자문)으로 구성되었다.    (참고: www.uncitral.org의 홈페이지에서 working group III의 제21차 회의 자료에서 WP101을 참고할 것)

II. 주요토의내용

1. 대량장기정기화물(volume contract)(제83조)

 미국 해운법은 일정한 요건하에서 운송인과 화주사이에 우대계약(service contract)을 맺게 되면 이는 반독점금지법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한 것으로 간주된다. 대량으로 정기적으로 운송을 하게 되면 운송인과 화주사이에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있게 되고 낮은 운임으로 운송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대량화주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반독점금지법의 저촉될 우려가 있지만 미국은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통제하면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주창하면서 동 계약의 이름을 OLSA, Volume contract 로 변경하면서 본 조약에 존치시키고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가장 큰 요점은 운송법조약은 기본적으로 강행규정으로서 운송인과 송하인이 의무와 책임을 감경시키는 것은 무효가 되지만, 동 계약은 대등한 교섭력을 지닌 운송인과 화주사이의 계약이므로 강행규정이 적용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본 계약을 통하여 운송인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할 수도 낮출 수도 있고 화주의 의무와 책임을 낮출 수도 있는 것이다.

 프랑스, 호주, 중국, 아프리카 국가는 운송인이 이를 통하여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줄이려고 할 것이고, 동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소형 화주는 대형화주에 비하여 불리한 점을 들면서 동 계약의 적용의 범위를 줄이려고 노력하여왔다. 

 대량장기정기화물의 정의가 특정한 수치로 한정되지 않고 “일정한 수량(a specified quantity)을 일정한 회수(a series of shipments during an agreed periodof time)만큼 반복하여 운송하는”것으로 되어있다. 특정의 수치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어왔다. 본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는 60만톤을 6회이상 반복 운송하는 것으로 수정하자는 문서를 제출하였다(호주는 500개의 컨테이너를 5회에 걸쳐 운송하는 조건을 제시함). 미국은 프랑스와 합의하여 송하인을 보호하면서 제3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추가하게 되었지만, 제1주간의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제2주간의 회의에서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와 협의를 통하여 책임제한액을 인상시켜주면서 다음 6월의 총회에서 더 이상 대량장기정기화물의 정의에 대하여 논의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이루어내었고 이것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2. 책임제한액( 제62조)

 대다수의 해운국가가 비준하여 적용되고 있는 헤이그 비스비 규칙 체제하에서 운송인은 자신의 책임을 포장당 666.67SDR, 무게당 2SDR로 제한할 수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그런데, 함부르크 규칙하에서는 책임제한액이 각각 835SDR, 2.5SDR이다. 그리고 유럽의 도로운송조약인 CMR등에서는 17SDR/kg이다. 복합운송을 포함하는 새로운 운송법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니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었다.

 제20차 회의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함부르크 규칙 수준으로 인상하고 나머지 운송인에게 불리한 중요사항(손해발생불명손해, 포장당책임제한개정절차  등)을 삭제하는 합의안이 팩키지로 제안되었다. 손해발생구간이 불명인 경우에는 해상구간에 적용하는 조약과 다른 구간의 조약 중에서 높은 액수가 적용되는 조약의 책임제한액을 적용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를 삭제하면 손해발생구간이 불명이면 본 조약의 책임제한액이 적용되므로 운송인에게는 한층 유리한 것이 된다. 

 본 회의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책임제한액을 920SDR/포장, 8SDR/Kg)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량장기정기화물의 정의를 수정하려는 시도를 막기위하여 노력하였다.

 제1주간에 있었던 논의에서 우리 나라는 금년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해상법이 겨우 헤이그 비스비 수준을 처음으로 도입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액수를 받아들이기는 정치적으로 어렵고 만약, 함부르크 수준과 아프리카 국가의 주장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고 하면 함부르크 수준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중국, 네덜란드, 일본등도 함부르크 수준이 최고액이 되면 양보할 수있다고 주장하였다.

 제2주간의 회의에서 미국, 이태리, 덴마크등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합의를 통하여,(i) 책임제한액을 875SDR/포장, 3SDR/kg으로 함 (ii) 대량장기정기화물 계약에서 정의규정에 대한 재논의를 하지 않음 (iii) 제62조 제2항의 발생구간 불명 손해규정을 삭제함 (iv) 개정절차 규정을 삭제한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시하였다.

 중국, 한국, 네덜란드만이 책임제한액이 높다는 점에 반대하였다. 우리 나라는 가장 강하게 반대하였다. 독일, 스웨덴은 제62조 제2항이 삭제되는 점에 반대하였다. 미국, 덴마크, 이태리, 아프리카 국가 20개국이 지지발언을 하게 되었다. 의장은 컨센셔스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제62조 제1항의 괄호를 벗기고 합의안의 수치를 적어넣게 되었다. 한국, 중국은 수치를 [ ]로 하여줄 것을 의장에게 다시 건의하였으나 의장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 ]를 벗기게 되었다. 

3. 송하인의 정의(제1조 제19항, 제37조 a호)

 본 조약 초안에서는 송하인(shipper, 운송계약에서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의 당사자)과 선적인(consignor)의 용어가 혼용되고 있었다. 예컨대, CIF계약에서는 수출자가 운송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므로 송하인 = 수출자 = 선적인이 된다. 그런데, FOB계약에서는 송하인 = 수입자, 수출자 = 선적인이 된다. 또한 조약에 따라서 송하인의 영어가 consignor로 되는 경우(항공운송조약)도 있어서 영어로 표기될 때 용어상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본 조약하에서 선적인은 송하인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삭제하기로 하는 안을 네덜란드, 한국, 이태리가 공동으로 제안하게 되었다. 이를 삭제함으로써 선적인이 운송인으로부터 수령하게 되는 수령증에 대한 규정도 삭제할 수있게 되어 조약을 단출하게 할 수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
 공동제안은 반대없이 받아들여져 본 조약에서 consignor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 

4. 화물적재차량운송의 경우(제26조)

 화물을 적재하고 운송하는 수단이 트럭 등을 운송하는 경우에 현재의 초안에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서 한 개의 포장(package)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럭안의 포장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 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컨테이너 정의에 이를 포함하는 안이 제시되었으나, 개별항에 개별적으로 추가하도록 정하였다. 따라서, 갑판에 선적되는 화물적재차량의 경우도 일반적인 책임제한처럼 처리가 되게 되었다. 예컨대, 차량안에 포장이 5개있고 이를 선하증권등에 기재하였다면 차량하나로 책임제한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포장 5개가 책임제한액 산정의 단위가 되게 되어 화주가 보호된다.

 본 조약에서는 갑판적이 허용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허용되는 경우에는 운송인에게 여러 가지 권리가 주어진다.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책임제한이 불허되는 등 책임이 가중된다. 위 차량이 갑판적이 가능한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운송인이 부담하도록 되었다.

5. 상환성을 요구하는 비유통선하증권(제43, 제48조)

 증권에는 유통증권과 비유통증권이 있다. 미국의 straight 선하증권, 유럽의 recta 선하증권등은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과연 상환하여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미국과 홍콩에서는 상환성이 없는 것이지만, 싱가폴(2003년 Voss v. APL사건)과 영국(2005년 Rafaela S사건)에서는 상환성이 있으므로 운송인은 동 증권과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 조약하에서는 이를 통일적으로 규율하자는 요구가 있었다. 그래서 비유통증권이면서 상환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권리(증권의 기재사항에 대하여 간주적 효력을 인정함)를 인정하면서 운송물의 인도에서는 운송인은 이와 상환하여서만 운송물을 인도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적용의 범위를 상환성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에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국내법이 허용하는 경우도 포함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었다. 본 회의에서는 국내법이 허용하는 경우까지도 이에 포함시키는 정의인 indicate라는 용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각국은 자국의 국내법이나 판례가 허용하는 경우는 상환성에 대한 명문의 기재가 없어도 상환성이 요구되는 비유통증권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증권의 기재로부터는 동 증권에 해당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초 원하였던 국제적인 통일성에서는 후퇴하게 된 것이다. 

6. 지연손해 및 책임제한액(제22, 제63조)

 지연손해는 지연으로 인한 직접손해(바나나가 부패됨)와 간접손해(순경제적 손해)(전자제품이 늦게 도착하여 공장가동이 되지 않음)로 나눌 수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특별한 손해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손해배상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 본 조약에서는 지연이라는 정의개념을 두고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지연손해를 부과하고자 한다.

 초기에는 명시적으로 합의한 시간 혹은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도착시간이 그 기준이 되었지만, 제19차 회의에서 화주의 지연손해를 삭제하는 대신으로 운송인의 지연손해도 축소하기 위하여 “합의한 시간”이라는 용어만 남기게 되었다.

 본 회의에서 과연 “합의된 시간”이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국내 법원에서 합의된 시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 때의 책임제한액은 운임의 2.5배로 확정되었다.

7. 기타

 발효요건은 20개국이 비준하고 1년이 지나 비준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제 97조).
 제62조의 운송인의 책임의 범위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운송물의 직접손해(예컨대 침수로 인한 운송물의 부식), 선하증권과 상환없는 오인도로 인한 손해는 물론 운송인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III. 의견

 대게의 사법관련 국제조약이 그러하듯이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의 부여에 조약체결의 이유가 있다. 본 조약도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는 많은 좋은 내용들이 있음을 부인할 수없다(예컨대, 손해불명구간의 책임법을 본 조약으로 하는 것, 미인도화물의 경우에 처분권자의 지시에 따라 운송인이 처리하면  인도로 간주하는 규정 등). 어떤 국가가 조약에 가입할 것인지는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에서 얻게되는 상거래의 촉진이라는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상법의 기본이념과 각 개별국가의 국익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익차원에서 중요한 두가지 잇슈는 책임제한액과 항해과실면책의 폐지에 있다고 볼 수있다.

 제21차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합의로서 함부르크 수준보다 높은 책임제한액이 일단 합의안으로 설정되었다. 독일과 스웨덴도 다른 이유에서 이보다 높은 책임제한액을 희망하였다. 미국은 대량장기정기화물제도를 조약에 도입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소형 화주에게는 불리한 것임에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항해과실면책과 함께 책임제한액이 함부르크 규칙보다 인상되어서는 정치적으로 우리 나라는 이를 비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른 규정들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컨테이너화물 운송에 부수하여 화주에게 부과된 감화능력을 갖출 것(제28조), 운송관련 지시사항과 통보를 줄 것(제30조), 운송물이 미인도되는 경우의 처리등(제51조)은 운송인에게 유리한 것이다. 이를 잘 비교 형량하여 국익의 손익을 계산하여야 할 것이다. 

 제 9차회의(2002. 4)부터 시작된 작업반 회의가 종료되었다. 우리 나라는 제9차 회의에 정병석 변호사가 법무부 자문으로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10차와 11차에는 대표단이 파견되지 않았지만, 12차 회의(2003.11)에서부터 제21차 회의에 이르기 까지 해양수산부(최재선 박사, 김인현 교수, 오원석 교수)와 법무부(정병석 변호사, 최준선 교수, 송옥열교수), 대법원(이태종, 이성철, 김필곤 부장판사), 한국해법학회(최종현)는 자문을 파견하여 국제적인 협력과 국익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였다.  법무부와 대법원에서 현지에 파견된 뉴욕과 비엔나의 신유철 검사, 정용수 검사, 배형원 부장판사, 이상윤 부장판사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필자는 위 참석자들 중에서 가장 많은 참가회수를 기록하였다. 필자는 제13회에서 21회까지 및 전문가회의 3회까지 참가하여 훈령준비, 발언, 보고서작성 등 역할을 하였다. 현지 공관에서도 여러 운시트랄 회의 중에서도 운송법회의가 가장 잘 대처한 회의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평가는 해양수산부가 용역을 KMI(책임연구원 최재선 박사)에 의뢰하여 업계 및 학계, 법조계의 전문가로 자문단이 구성되어 사전대책과 사후대책을 항상 거치면서 의견이 집약되었기 때문이다. 약 5년에 걸쳐 본 조약회의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회의내용을 국내에 알리는 역할을 할 기회가 필자에게 주어졌다. 학자로서는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로서 해양수산부 관계자등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운시트랄 사무국은 2월 중으로 조약초안을 각 국가에 회람하여 의견을 듣기로 하였다. 조약 전체를 조망하여 평가하는 작업이 업계, 정부, 학계 및 법조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8년 6월말의 운시트랄 총회의 외교회의에도 마지막으로 대표단을 파견하여 국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오른쪽부터 미국대표인 스털리 교수, 필자(김인현 교수), 최종현 교수.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