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淙熙/KMI 부원장

▲ 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
지난 해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선진 해운국가로 올라섰다. 독일 브레멘 소재 해운경제연구소(Institute of Shipping Economics and Logistics: ISL)가 최근 발간한 2007년도 해운통계연감(Shipping Statistics Yearbook 2007)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 선박 보유량은 3676만 톤(deadweight ton)에 이른다. 이는 전년의 3171만 톤에 비해 16%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선박은 7% 증가한 데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박 보유량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홍콩을 제치고 세계 8위에서 6위로 2단계 상승했다.

이처럼 한국해운의 높아진 위상은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추어볼 때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는 1980년대 초 집단도산에 직면했던 한국해운이 오랜 불황을 극복하고 이룩한 성과인 만큼 그 감회가 유별하다. 또한 한국해운의 위상제고는 선박펀드와 톤세제도 도입과 같은 정부의 해운 선진화 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크다.

그러나 한국해운의 높아진 위상이 최근 해운경기 호황과 맥을 같이한다는 데서 다소 우려를 자아낸다. 실제 지난 몇 년간 해운경기는 사상 초유의 대호황을 구가했다. 이에 따라 船價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우리나라 선사들은 호황기에 고가의 선박을 대량 확보한 것이다. 이는 호황의 절정기인 지난 해 각각 27.3%와 25.2%의 선박이 감소한 미국 및 홍콩과 대비된다.

주지하다시피 호황 때 배를 사면 불황기엔 두고두고 애물이다. 지난 세기 한국해운은 이 점에 대해 뼈저린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운은 과거 역사를  되풀이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자본력이 취약한 한국해운의 경우 불황기 선박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자본과 금융이 다소 여유로운 호황기에 불가피하게 선박을 확보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호황기라 해도 어쩔 수없는 최소한의 선박확보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리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오류에 의해 호황 시 대량으로 선박을 확보하는 경우다.

호황기 한국선주의 선박투자를 오도하는 대표적 원인의 하나가 소위 '生存偏倚(Survivorship Bias)'다. 이 편의는 살아남은 결과를 과신하는 오류를 뜻한다. 다시 말해 실제로 보이는 결과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향이 생존편의다. 예컨대 호황이 되면 파산하는 선사보다 성공하는 선사를 더 많이 보게 된다. 따라서 호황기에 주로 성공한 선사만 보기 때문에 해운기업은 물론이고 해운에 관심을 가진 또 다른 기업들은 선박확보에 대해 지나친 낙관을 갖는다. 즉 호황기 성공한 선사만을 관찰함으로써 선박확보에 따른 실패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6위 선박 보유국가로 부상한 이면에는 특히 중소 선사와 신규 진입선사의 선박확보에 대한 기여가 적지 않다. 그런데 중소 및 신규 진입선사의 상당수 선박확보는 생존편의의 결과일 수 있다. 이런 선사는 생존편의 때문에 호황기 선박확보가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지만 1980년대 초처럼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세계 6위로 부상한 한국해운의 허실을 엿볼 수 있다. 이에 한국해운의 최근 위상제고에 대해 마냥 자랑스러워할 수만은 없다. 오히려 위상제고에 따른 위협을 인식해야 할 것인 바, 그것은 생존편의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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