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외항선사 169개사>

  국적선사 난립을 막아야 한다

 국적 외항선사 수가 169개사로 늘어났다고 한다. 금년 상반기에만도 23개사가 신규 등록한 결과이다. 지난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계획으로 국적선사들간에 통폐합 조치가 이뤄져 34개사만이 살아남았던 때와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난 수치이다. 국적선사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항선 보유량도 늘어나 세계 6위로까지 뛰어 올랐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든든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선사 수의 증가가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져 해운불황을 앞당겨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169개 국적 외항선사들이 다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들어 외항운항사업 등록증을 반납한 선사는 동일원양해운, 세일선박 등 3개사이고 폐업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연락 두절인 회사가 명보해운, 신우해운 등 4개사나 된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등록만 해 놓고 사실상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선사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선사가 등록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과에서는 한국선주협회와 함께 등록 외항선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다고 한다. 조사를 하여 등록기준(선복량 5000톤 이상에 자본금 5억원 이상)에 미달되는 선사는 시정조치를 하거나 위반 정도가 심한 경우는 등록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조사 후에 당사자들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청문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부실한 선사의 등록과 그로 인한 시장질서의 붕괴이다. 또한 많은 인더스트리얼캐리어가 등장함으로써 정통 해운산업의 성장이 지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이다. 현재 외항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은 대부분 부정기화물운송에 몰리고 있다.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고 진퇴가 용이하지 않은 정기선부문의 등록은 아예 찾아보기가 어렵다. 때문에 연근해항로에서 부정기 선사간의 경쟁양상이 더욱 심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인더스트리얼 캐리어의 등장도 해운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 하지가 않다. 최근에 조선소, 석유회사, 철강회사들이 속속 외항운송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내 화물 내가 나르는데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사실 이것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이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한 분야의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 상당수가 자회사 형태로 포워딩회사를 설립함으로써 동종업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대기업들이 외항운송사업에까지 손을 뻗쳐 선사 계열사를 계속 만들어 간다면 기존 국적선사들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계열사의 외항운송사업 신규 등록에 대한 해운인들의 성토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정기해운 시황은 당분간은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여전히 강한 측면이 있고 선박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따르고 있기 때문에 올 연말,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괜찮다는 것이 전문가들 대부분의 예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은 기존에 잘 다져진 선사에 해당하는 전망일 뿐이다. 고유가와 고용선료 등에 시달려야 하고 제대로 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신규선사에게는 그야말로 어려움이 첩첩산중일 것이다. 이제 ‘해운 해서 떼돈 벌어보자’는 환상에서 마구잡이로 외항해운업에 진출하는 무모한 일은 없어져야 한다. 국토해양부는 등록요건을 못 갖춘 회사를 속아낼 뿐만 아니라 차제에 등록요건 자체를 보다 강화함으로써 아예 부실 선사의 진입을 원천봉쇄 하는 방법을 강구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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