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개발, 배후단지 조성 동시진행

부산·인천항이 벤치마킹 해볼만한 항만

항만을 건설함과 동시에 배후물류·공업 단지를 조성하는 이른바 화물창출형 항만, 항만 인근의 조밀한 배후도로 및 철도와 같은 완벽한 연계운송망 형성, 기존의 노후화된 항만시설을 레저 및 관광기능에 주안을 두어 재개발하는 것, 외해(外海) 지역에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부두시설을 신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터미널별로 특화된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끔 기능을 재배치하는 것. 상술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항만이 건설된다면 항만물류 업계 및 하주, 선사 입장에서는 그 항만에 기항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술한 항만이 특정 지역 해상운송의 새로운 간선 기항지로 부상할 만큼 입지조건까지 유리하다면 항만이용자는 물론 항만이 위치한 지역의 경제에 있어서도 그만큼 금상첨화로 작용할 것이다. 얼핏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러한 항만 이상형이 중국 동부 동중국해에 위치한 저장성(浙江省)에 현재진행형 상태로 있음을 우리는 찾을 수 있다. 원저우(溫州)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닝보항과 푸저우항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어 그동안 두각을 발휘하지 못 했지만 상술한 조건들 가운데 이미 현실로 나타난 것도 있고 나머지는 미구에 실현될 예정인 저장성 남부의 관문으로 발돋움하는 당차고 야무진 항만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상해물류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임종관 연구원이 직접 원저우항을 찾아가 조사한 항만의 현황 및 향후 개발 계획 등을 정리, 게재한다. 

닝보-푸저우항 중간에 위치
원저우항은 닝보(寧波)항과 푸저우(蒲州)항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상해항에서 267해리 떨어진 거리에 있다. 양산항에서는 235해리, 닝보항에서 191해리, 대만의 기륭항에서 169해리 정도 떨어진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의 대다수 항만들이 그래왔듯이 원저우항도 오우강이라는 강변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저우항의 물류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구(舊)터미널·양푸산·롱완·치리터미널 등은 모두 오우강에 위치하고 있다.

항만으로서의 기후조건은 양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저우항의 기온은 연평균 18℃ 정도로 따듯한 편이다. 연간 강우량 및 안개일수 등 선박입출항과 직결된 사항도 크게 무리는 없지만 태풍이 불면 하루 평균 강수량이 200~300mm에 달해 선박입출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옥의 티가 있다.

총 211개의 선석을 보유하고 있는 원저우항은 지난해 전체물동량이 3496만톤, 컨테이너는 35만teu를 처리했다. 야적장과 창고를 24개씩 갖고 있으며 최대기중능력이 40톤인 하역장비를 포함 총 297대의 각종 하역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동 항만에 접안 가능한 최대 선형은 10만톤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수출화물은 전기기기, 피혁제품, 안경 등이며 화학제품, 원유, LNG 등과 같은 에너지연료, 공업용 기초상품 등이 주력 수입화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천항만 한계 노정→외해 터미널 개발
하지만 211개나 되는 선석 중 1만톤급 이상의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는 9개에 불과해 대형선박의 기항이 힘들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원저우항의 연간 화물처리량은 2007년에 3496만톤으로 2006년의 3275만톤에 비해 6.7% 증가했고 컨테이너도 지난해 35만teu를 처리함으로써 2006년 처리량보다 2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은 2007년에 9만 5000teu로 전체 컨테이너화물의 27%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전년대비 수출입 컨테이너화물보다 11% 상승하는데 그쳐 다른 중국 항만의 증가율보다 상대적으로 그 폭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말해 원저우항은 소형선박이 주로 기항하는 강변터미널로서 물동량 증가율이 타 항만에 비해 낮은 편이며, 컨테이너물동량의 경우 국내무역화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항만 활성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원저우시 당국은 원저우항이 노정하고 있는 강변터미널의 한계를 벗어나 해양항만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좡위앤아오도, 위에칭만, 따사오먼도 등지에 외해터미널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오우강유역의 기존 강변터미널들의 기능을 재조정함으로써 도시발전과 항만발전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선 오우강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구)터미널과 양푸산터미널은 관광 및 레저기능과 단거리 연해 여객운송 중심항으로 특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두 터미널의 화물운송기능은 모두 퇴출시킬 계획이며, 그동안 주로 취급해오던 잡화를 링쿤터미널로 이전할 방침이다.

기존 도심항만, 레저위주로 재편
오우강 하류 남측 강변에 있는 롱완터미널은 현재 컨테이너화물, 석탄, 잡화를 취급하고 있다. 현재 롱완터미널은 1만톤급 4개 선석과 7500톤급 RO-RO선석 1개 등 5선석에 18만㎡의 야적장과 창고를 갖추고 있는데 항만당국은 동 터미널을 향후 선박·철도 복합운송기지로 발전시키고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을 치리터미널로 이양하고 국내무역 컨테이너화물취급 전용 터미널로 육성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롱완터미널과 정반대 위치에 자리잡은 치리터미널은 1만 5000톤급 컨테이너선과 2만 5000톤급 다목적선을 수용할 수 있는 6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안벽 총 연장은 1463m이며 수심은 11~14m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치리터미널에서 용타이원 고속도로까지 12㎞밖에 되지 않고 원조우 공항이 30㎞ 거리에 위치해 있어 연계운송이 용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현재 치리터미널은 부산, 홍콩 등에 연결되는 국제항로와 닝보, 상해 등을 이어주는 국내항로가 운영 중이다. 즉, 이 터미널은 아시아 근해항로 컨테이너화물과 중국 국내무역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

오우강 입구의 섬 링쿤도에 개발될 링쿤터미널은 (구)터미널과 양푸산터미널이 취급해오던 화물들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터미널에는 원저우항과 닝보항이 합작으로 총 6억 3200만위안을 투자해 800m 길이의 안벽에 4개의 다목적 부두(5000~1만톤급)가 조성될 예정이다. 1기와 2기로 나뉘어 건설이 진행 중이며, 완공 후 연간 하역능력은 465만톤(41만teu)에 달할 것으로 현지 당국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6백만teu 처리 터미널 내년 착공
원저우시의 항만개발 계획에 따르면 링쿤터미널의 개발이 완료되면 시 중심부에 위치한 (구)터미널과 양푸산터미널이 레저 및 여객터미널로 기능이 전환된다. 따라서 원저우항의 오우강물류시스템은 롱완터미널, 치리터미널, 링쿤터미널 등 3개 터미널체제로 재편된다. 재편된 오우강물류체계는 2010년까지 연간 3400만톤의 하역능력을 갖추게 되며, 컨테이너화물의 하역능력도 60만teu에 달할 것이라는 게 현지 항만당국의 전망이다.

기존 오우강 지역의 강변터미널 기능 재배치뿐만 아니라 외해 지역에 신규 터미널을 조성하는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육지에서 링쿤도와 니위도를 차례로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섬인 좡위앤아오도에는 원저우항을 남중국 지역의 국제기간항로로 도약시키려는 선봉장 역할을 할 터미널이 개발 중이다. 좡위앤아오터미널이라 불리는 동 터미널과 육지사이에는 연육교 및 방조제용 도로로 연결돼 있다. 중간에 위치한 니위도와 좡위앤아오도 사이 역시 교량으로 연결돼 있는 상태다. 원저우시는 링쿤도와 니위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해 대단위 임항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니위도와 좡위앤아오도 사이에도 대단위 매립지 2곳에 임항공업구를 건설 중이다. 이 밖에도 원저우시는 좡위앤아오도에 2개의 공업구, 4개의 터미널, 1개의 업무지원구 등 총 13.65㎢의 항만구역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개발 예정인 4개의 터미널에는 총 27선석을 건설해 연간 7000만톤(500만teu 포함)에 달하는 하역능력을 확보한다는 원대한 구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 제1기 터미널 2선석은 안벽수심이 17m 정도이므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입출항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市)는 좡위앤아오터미널을 국제기간항로 컨테이너화물과 대량 벌크화물의 물류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원저우시가 역점을 두고 개발하는 또 하나의 터미널은 위에칭만터미널이다. 동 터미널은 위에칭시가 조성하고 있는 위에칭항만단지의 4개 구역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4년여의 연구검토 끝에 개발이 확정된 위에칭항만단지는 부두작업구역, 임항공업구역, 현대물류구역, 조선수리구역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위에칭항만단지의 제1기 조성면적은 60.8㎢이며, 개발해안선은 16.6㎞에 달한다. 이 가운데항만구역에는 하주자가 부두구역, 컨테이너·벌크부두 등 총 44개 선석을 개발함으로써 연간 8200만톤(595만teu)의 물동량 처리능력(Capacity)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제1기 공사는 대략 150억위안이 투자되며 2009년에 첫 삽을 뜬다는 목표하에 현재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한편, 세계 굴지의 글로벌터미널 운영업체가 위에칭터미널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조사 결과 밝혀졌다고 KMI 임종관 연구원은 전했다.

30만톤급 원유부두 '10년 완공
오우강과 위에칭만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따사오먼도에는 대규모 석유화학물류기지가 개발되고 있다. 원저우시는 이 섬에 30만㎢ 규모의 부지를 조성한 후 정유공장을 포함한 석유화학단지를 구축하는 한편 5만톤급 석유화학부두와 30만톤급 원유부두를 건설할 예정이다. 오는 2010년까지 진행될 제1기 공사로 연간 750만톤의 하역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섬과 육지간의 연육교와 철도도 함께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원저우시는 오우강 남쪽지역인 오우난 지역에 뤼안, 아오강, 파차오, 샤관 등의 터미널 개발 예정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샤관 지역에는 심수터미널을 개발할 수 있는 해안선이 17㎞ 정도나 펼쳐져 있다. 원저우시는 배후도시의 항만수요에 맞춰 오우난 지역 터미널을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저우항은 기존의 하천터미널의 기능을 재배치하고, 외해 지역에 새로운 심수항만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신규 항만인프라 조성 시 연계수송망과 배후 산업 단지를 동시에 조성하는 '나무보다 멀리 있는 숲을 보는' 미래지향적인 항만 활성화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연계 운송망 확충과 관련해 좀 더 부연하자면 원저우항의 각 터미널이 국가기간 고속도로망인 용타이원 고속도로와 진리원 고속도로에 연결될 수 있도록 연계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며 기존의 진원철도와 2008년에 완공될 연해철도의 지선들이 각 터미널까지 인입된다. 이같은 기간운송망 개발은 원저우항의 화물집중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외해항만 건설시 잠재물동량 무한"
현지 시 당국의 항만개발 방식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저우시는 링쿤도, 좡위앤아오도, 따사오먼도, 위에칭만 등에 항만을 건설하면서 배후지역에 대규모 공업단지와 물류원구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곧 자체화물 창출형항만을 건설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저우항의 물동량 잠재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임종관 연구원의 지적이다.

해당 지역의 지역총생산액(GRP) 성장률의 지속적인 증가추세 역시 원저우항의 물동량 창출에 또다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저우항이 소재한 저장성은 상해시 및 장쑤성과 함께 장강삼각주를 형성하면서 중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내고 있다. 저장성의 지역총생산액 성장률은 2006년 17.2%에 이어 지난해에는 18.4%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수출입교역도 2007년에 27%의 높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KMI 임종관 연구원은 "원저우항에 그동안 대형선박이 기항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장성 남부지역 화물의 대부분이 닝보항을 통해 수송돼 왔으나, 좡위앤아오·위에칭만·따사어먼도터미널 등이 건설되면 원저우시와 배후도시 화물의 상당수가 원저우항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물동량 창출에 있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무엇보다도 원저우항이 우리의 부산, 인천항 같은 항만에게 주는 시사점은 바로 도심지역에 위치한 노후화된 터미널 시설의 기능 재배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내항 기능재배치가 최대의 현안인 인천항에게 원저우항은 하나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정황 상 내항의 물류 기능을 외항(신항)으로 이전시키고 레저나 관광의 목적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원저우항의 오우강 물류체계 재구축 사업과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인천내항이나 부산북항 재개발과 관련해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도시발전과 항만발전이란 조화를 깨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원저우시 당국의 개발방향'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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