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이번 회에는 소위 pure economic loss에 대하여 보도록 하자. 지난 회에 소개한 양식장 소유자의 손해를 다시 예로 들자. 그 양식장 자체가 오염된 해수의 유입에 의하여 오염되었고, 그로 인하여 양식 중이던 고기들이 폐사되거나 식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그 양식장 소유자가 유조선 선주나 국제기금에 대하여 배상 또는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니고, 오염된 지역에서 어선을 이용하여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어선이나 어구에 실제로 유류오염이 접촉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오염이 되지는 않았으나, 그가 늘 어획하던 어장이 오염됨으로 인하여 어획활동을 하지 못하여 손해(이를 '예시손해'라 하겠음)를 입었다면 이러한 손해는 배상∙보상이 되어야 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보자1). 바로 이러한 것이 소위 pure economic loss라 할 수 있다.

CLC(민사책임협약)나 Fund Convention(국제기금)은 배상∙보상의 대상이 되는 손해를 단지 'loss or damage caused outside the ship by contamination resulting from the escape or discharge of oil from the ship, wherever such escape or discharge may occur'라고 만 규정하고 있으며2), 소위 pure economic loss이 배상∙보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CLC(민사책임협약) 상의 배상 대상인 위 손해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해당 체약국의 법원에 달려 있다3).  그런데 소위 pure economic loss에 관한 취급이 영미법, 즉 common law 국가와 대륙법, 즉 civil law 국가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으므로 그 처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소위 pure economic loss란 common law 국가의 법에 존재하는 개념으로서 피해자의 재물이 직접 물리적 손해를 입지는 않았으나 위법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영업손해(또는 불가동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를 말한다. 이는 피해자의 재물이 직접 물리적으로 손해∙손상을 당하여 영업손해(또는 불가동손해)를 입는 경우와 구별되는데, 후자의 경우를 “consequential economic loss”라고 부른다 한다.

우리나라의 손해배상법은 소위 pure economic loss의 개념을 별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배상되어야 할 손해의 범위는 '통상의 손해'나 '예견 가능한 특별사정의 손해'로서(민법 제393조 제1항, 제2항4)), 소위 pure economic loss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예시 손해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은 민법 제393조의 원칙, 또는 동 조항의 해석으로서 내린 많은 판결례에 입각하여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여기서는 이론적인 설명을 위하여 '예시손해'를 제시하였으나, '예시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예를 들면 원고가 다른 어장으로 출어하여 쉽게 어획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출어하지 않았다는 사정) CLC(민사책임협약) 상 배상책임의 대상이 되며, 곧 국제기금은 그러한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판결을 내릴 것이다.

반면 common law 국가에서는 소위 pure economic loss는 원칙적으로 배상의 범위에서 제외된다5). 물론 미국에서도 유류오염의 피해를 입은 어부가 비록 어부의 재물이 직접 물리적 손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어장이 오염됨으로 인하여 출어하지 못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배상을 인정하고 있으며6), Oil Pollution Act of 1990은 Section 1002 (b) (2) (E)에서 'Damages equal to the loss of profits or impairment of earning capacity due to the injury, destruction, or loss of real property, personal property, or natural resources, which shall be recoverable by any claimant'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하여 Mans Jacobsson은 이로써 소위 pure economic loss에 대하여도 배상하여야 할 책임이 명백하여 졌다고 설명하고 있다7).  

이러한 소위 pure economic loss가 배상∙보상 책임의 대상이 되는가 여부는 미국은 FC는 물론 CLC(민사책임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Oil Pollution Act of 1990라는 독자적인 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관련하여 소위 pure economic loss의 배상∙보상 책임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영국법 아래에서는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기금(IOPC Fund)은 여러 나라에서 제기된 손해배상 또는 손해보상 청구를 오랜 기간 동안 처리하면서 배상∙보상의 기준을 설정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기준이 보상청구편람 (Claims Manual April 2005 Edition)에 정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에 의하면 배상∙보상 책임의 대상인가 여부는 소위 pure economic loss 인가 아닌가에 따라 정하는 것이 아니?나름의 기준에 의하여 처리된다. 그러한 기준에 의할 때 배상∙보상 책임의 대상일 경우에는 비록 그 손해가 소위 pure economic loss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하여 주었다. 그 제일의 기준은 오염과 손해 사이에 충분히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8)는 것이다. Claims Manual이 제시하는 4 가지의 세부적인 판단요소는 아래와 같다.

첫째 청구인의 영업활동이 오염지역에 지리적으로 근접한 정도9), 둘째 청구인의 영업이 피해를 입은 생산 원천, 예를 들면 오염된 어장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의존적인가10), 셋째 청구인이 얼마나 공급원천을 변경할 수 있는지, 또는 영업 기회를 변경할 수 있는지11) 12), 청구인의 영업이 오염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로 필요불가분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13) 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Claims Manual이 제시하는 기준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의 법원이 상당 부분 참고할만하다고 본다. 어떠한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손해배상법의 접근 방식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한편 영국에서 발생되었던 BRAER호 사고(1993), SEA EMPRESS호 사고(1996)에 대하여 당시 적용되던 1971 Fund는 pure economic loss 유사의 청구를 1971 Fund의 기준을 적용하여 청구를 인용하지 않자, 청구인들은 영국법원에 보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던 바, 영국 법원은 청구인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였다고 한다.

ERIKA호 사고 (1999)와 관련하여 프랑스의 청구인들은 pure economic loss 유사의 청구를 하였는 바, 1992 Fund가 일정한 청구에 대하여 인용하지 않자, 청구인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07. 10. 20. 기준으로 모두 115건의 판결이 내려졌는데, 모든 사건에서 청구인들은 해당 쟁점에 관하여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14)

※주---

1) Claims Manual이 예시하고 있는 다른 사례로는, 어부가 어구나 어선에 오염피해를 물리적으로 입지는 않았으나 출어하여 어획을 할 경우 어구나 어획물이 오염될 것을 우려하여 출어를 포기하는 경우, 자연산 어획물 또는 양식장의 어획물 등이 오염될 것이 우려되어 정부 등이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획이나 수확에 대하여 금지하는 일정한 조치를 내림으로써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 양식장의 소유자가 치어 공급이 되지 않아 양식장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오염의 정도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나 어부 또는 양식장 소유자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 어획물 가공공장이 어획물이 계속적으로 공급 되지 않아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등이다.

2) 92 CLC Article 1.6 (a). 앞서 해사법률 130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제기금은 결국 민사책임협약에 의한 배상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을 하기 위한 기금이라는 것이 본질적인 성격이므로 국제기금이 보상하는 손해, 즉 유류오염손해 (pollution damage, “오염손해”)의 의미나 범위도 민사책임협약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3) 해사법률 130

4) 유류오염을 야기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법 제750조 이하의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될 것인데,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민법 제763조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393조를 준용하겠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류오염으로 인한 배상책임의 범위에 대하여도 민법 제393조가 적용되는 것이다.

5) 미국법에서 이에 대한 원칙을 확립시킨 판례가 State of Louisiana, ex rel. Guste v. M/V TESTBANK,752 F.2d 1019 (5th Cir. 1985) 이다. 이 판결은 그 이전에 내려진 Robins Dry Dock & Repair Co. v. Flint, 275 U.S.303, 48 S. Ct. 134 (1927)의 원칙을 확대 발전시킨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영국법도 이와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하는데, 다만 영업손실에 대하여 배상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결정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Mans Jacobsson, the International Liability and Compensation Regime for Oil Pollution from Ships-International Solution for a Global Problem, p.25 (Tulane Maritime Law Journal Winter 2007)

6) Union Oil Co. v. Oppen, 501 F.2d 558 (9th Cir. 1974)

7) Mans Jacobsson, 위 논문, p. 25. 이 논문은 근거 판례를 인용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최종현 교수는 어부 이외의 자가 청구를 하는 경우에 대하여는 그 인정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고 하고 있다. 최종현, 선박에 의한 오염손해 전보에 관한 연구, 172면,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2001년 2월)

8) 'there should be a sufficiently close link of causation between the contamination and the loss or damage'(위 Claims Manual, p. 25)

9) 예를 들면 어부가 오염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어획을 하고 있었는지 여부 또는 양식장이나 가공공장이 오염된 해안에서 얼마나 근접되어 있는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10) 예를 들면 어부가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지 않고도 인근의, 오염되지 않은 다른 어장을 개척하고 있는지, 또는 개척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11) 해당 기간 동안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는지로 해석된다.

12) 예를 들면 어획물을 가공하는 업자가 다른 곳으로부터 어획물을 공급하여 계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13) 예를 들면 청구인의 영업장이나 청구인 소유의 재산이 그 영향지역에 위치하고 있거나, 또는 청구인의 영업이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인지 아닌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14) Mans Jacobsson, 위 논문 p.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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