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3월 5일 항만 노사정(勞使政)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선언식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수출입 물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항만 노동계와 정부의 이런 합의는 국민에게 안도감을 넘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발표된 합의서에 따르면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2009년도 임금을 동결해 항만하역업계와 수출입 기업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 단체인 한국항만물류협회는 항만하역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다. 정부 역시 항만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만물류업계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노사 양측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합의 내용 중 특히 항운노동조합의 임금동결은 하역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만하역업계의 경영부담을 줄여주고 동시에 항만노동자의 고용유지를 담보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항만에는 2만 명이 훨씬 넘는 근로자가 하역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간 교육훈련과 현장 경험을 통해 하역 노하우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숙련노동자다. 따라서 항만노동자의 고용안정은 하역업계는 물론이고 장차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항만노동자의 고용안정은 선박의 항만 내 체류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선박 채산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항만물류협회의 항만하역요금 인상 자제는 무엇보다 부(負)의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기업의 수출입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높다. 우리나라 수출입의 99% 이상은 항만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항만하역요금이 동결되면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 수출입 기업들이 절감할 수 있는 하역비만도 1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비용절감은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입 경쟁력을 제고시킴으로써 심각한 대외무역의 위축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항만하역요금 동결은 단순히 항만에 그치지 않고 육상 및 항공 운송, 보관, 포장, 택배 등 전체 물류부문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아 작금의 경제위기 극복을 앞당길 것이다.

한편 이번 항만 노사정 합의서 작성은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시기적으로 금년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불안정하다. 경제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의 확대, 복수노조와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한 3월부터는 노동계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서 항만 노사정 합의서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각 항만과 개별 사업장에 곧 바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며 여타 노사정 합의와는 차별된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항운노동조합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노동계의 맏형이다. 이런 조합이 2007년에는 도급제에 의한 항만 노무공급체계를 노사정 합의를 통해 하역회사에 의한 상용화 체제로 개편했다. 참으로 대승적 차원의 역사적 결단이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 항운노동조합이 기꺼이 동참했다. 이 동참에 대해 국민적 지지는 물론이고 타 산업에 대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가 크다. 이에 항만 노사정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선언식과 합의서 작성을 진심으로 환영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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