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해운 활성화 위한 정부지원 절실하다"

▲ 해운조합 김성수 이사장

다음달 퇴임, 5년 연속최우기관 선정 성과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국해운조합 건물에는 '경축 해양수산부 경영혁신평가 5년 연속 최우수기관선정,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커다란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다음 달이면 퇴임하는 한국해운조합 김성수 이사장이 6년간 해운조합을 단련해 놓은 결과물중 하나다.

김성수 이사장 재임기간인 2001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해운조합은 말 그대로 반석 위에 올려졌다. 준조합원 포함 총 조합원은 1836개사에 가입선박은 3714척, 328억 4000톤에 달하며 공제가입 업체는 1600개사, 연 공제료 수입만 413억원에 달하는 초우량 기관으로 성장했다. 연안해운도 그 어느 때보다 잘나가고 있다. 지난해 연안해송으로 11억 7750만톤의 화물을 처리해 국내 총 물동량의 16%를 수송했으며 지난 2003년 1000만명을 돌파한 연안여객이용자수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1300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월 25일 해운통합기자단(해운신문, 쉬핑데일리, 해양한국, 운송신문, 물류신문)과의 기자회견에서 "취임했을 당시 정말 열심히, 사심없이 일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혹독한 환경이었다. 스스로 재임기간 동안 열심히 해서 한번 보여주자라는 각오를 가지고 일하다보니 좋은 결과물들이 나온 것 같다"며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 이사장은 이어서 "후임으로 누가 올지 모르나 연안해운에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고 열심히 일한다면 연안해운은 물론 해운조합도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뒷사람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연안해운 발전을 위해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끝내 물거품이 돼버린 연안화물선 면세유 공급을 처음부터 다시 추진해야하고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선박보증금 설립 문제, 선원수급 문제, 내항선 선복량 관리 문제, 연안여객선 터미널 이용료 문제 등을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성수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다음달 퇴임하시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6년간 해운조합에서 열심히, 사심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혹독한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잡히지 말고 열심히 해서 한번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니 여러 가지 사업도 많이 성장하게 됐고 연안해운도 제도개선이 많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제후임으로 누가 오게 될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연안해운에 관심을 갖고 격려해준다면 해운조합과 연안해운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연안해운, 특히 컨테이너운송같은 경우 ㈜한진이나 대한통운이 사업을 포기할 만큼 어려운데 발전대책이 있습니까?
=결국 경쟁력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류비 측면에서 연안해송이 육상운송보다 저렴하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나와있음에도 누가 먼저 육상중심의 수송패턴을 연안해송으로 전환할 것인가가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안해송, 특히 연안컨테이너 운송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선사들이 일정기간 물동량이 적더라도 꾸준히 홍보하면서 이겨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단시간내 육상물량이 해송으로 들어오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사들이 이 기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다 획기적인 지원을 해야합니다.

몇년전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다가 화물연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로 좌절됐던 연안화물선에 대한 면세유 공급과 같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연안해운이 어려움을 겪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선복량의 과잉공급입니다. 선복량이 과잉공급 상태이기 때문에 제운임을 받지 못하고 경쟁만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복량 과잉이 지속되면 선박대체도 어려워져 연안해운업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선복량 관리를 해줘야하고 영세한 연안해운선사들을 위해 신조선 확보를 위한 선박보증기금을 조속히 마련해야만 합니다.

선박보증기금은 현재 기획예산처와 실무적인 협의를 해나가고 있는데 필요성은 모두 공감을 하고 있으나 요즘 새로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좀더 큰 차원에서 협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연안화물선 면세유 공급 문제도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다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크게 성장했는데...
=지난 7월 20일부터 여름철특별수송기간이 시작됐습니다. 예년보다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올해는 1200만명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잘하면 1300만명도 넘어서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주 5일제가 확산되면서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섬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해운조합은 주5일제 확산으로 향후 몇 년내에 여가시간 활용 패턴이 정착될 것으로 예측하고 그동안 섬여행 홍보와 광고를 많이 했왔습니다.

앞으로 섬여행은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섬주민들과 지자체들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섬주민들과 지자체들이 그 지역 섬만의 특색을 살려서 적극적으로 여행객들을 유치해야하고 최근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합니다.

연안여객선사들도 운임을 높여 수익을 창출하기 보다는 새로운 패턴의 섬여행을 개발하고 서비스질을 높여 여름철뿐만 아니라 연중 이용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항만공사 출범후 연안여객터미널 운영이 어렵다고 하는데?
=부산항과 인천항이 항만공사 체제로 변경되고 제주도가 특별자치구가 되면서 부산항과 인천항, 제주항의 연안여객터미널 운영주체가 정부에서 항만공사, 특별자치구로 변경이 됐습니다. 이들 3개 터미널은 해운조합이 그동안 정부에서 위임받아 운영을 해왔는데 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터미널들로 여기서 발생되는 수익으로 적자를 내는 타 터미널을 운영해왔습니다.

앞으로 이들 3개 터미널을 운영하지 못하면 사실상 적자가 나는 터미널을 관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터미널에 대해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객선 이용객들로부터 징수하는 터미널 이용료를 폐지하고 전액 보조를 하던지 이용료 부족분을 보조해 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섬주민에 대한 운임보조금은 연간 200억원, 여객선터미널 이용료는 연간 40억원 가량 됩니다. 40억원을 투자해 약 1200만명에 달하는 섬여행 이용객들에게 터미널이용료 부담을 줄여주면 섬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좋은 유인책이 될 것입니다.

-해운조합 공제부문과 한국 P&I를 통합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해운조합 공제사업의 선주상호보험과 K P&I는 서로 돕고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에 대해 K P&I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 2개의 P&I가 존재하면서 상호 경쟁 발전해 국내 전체 P&I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고 이에 따라 가입선사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국내 P&I시장을 먼저 확대하고 이후 자발적으로 (통합이)이루어져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많은 국적선사들이 해외 P&I에 가입돼 있는데 양기관이 열심히 노력해서 국내 P&I에 가입시키는 노력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통합할 수 있는)때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운조합 공제사업은 이제 내항선뿐만 아니라 외항선들도 많이 가입하기 시작했고 해외 재보험사와의 업무도 이제는 독자적인 업무능력을 갖고 협력관계를 구축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해운조합 공제사업이 앞으로 더욱 확대돼 한국에서 명실상부한 주도적인 해상보험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해상보험시장은 철저한 시장원리로 움직입니다. 누가 더 낮은 요율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선사들은 옮겨다니게 돼 있습니다. 해운조합은 보다 낮은 요율을 제공하기 위해 사고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예방활동을 하고 있고 사후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당분간 공제사업은 아주 좋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지난해에 비해 상당한 성장을 했고 이런 추세로 간다면 올해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남북항로에서 연안해운 선사들의 활동이 저조한데?
=남북항로는 연안해운 사업자들이 우선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항로에서 연안해운 선사들의 활동이 저조한 것은 연안해운선사들이 적절한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 주요인입니다.

남북항로는 정기화물보다는 부정기 화물이 많아 그때 그때 적격한 선박을 추천해 운송하게 되는데 연안해운선사가 적격한 선박이 있으면 우선권을 갖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외항선사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외항선사들은 아무래도 용선을 통해 적격한 선박을 공급하기 쉬워 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남북해운합의서가 서명됐을 당시만 해도 연안해운업계에서는 상당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면보다 그렇지 못한 것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특정 창구가 없어 사업추진이 여의치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정부당국에도 북한측에 해운조합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사업진행이 잘되지 않고 있습니다.

-내항선원 수급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원문제는 외항해운보다 내항해운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외항해운의 경우 임금수준이 그나마 내항보다 높고 외국선원 허용폭도 넓어 내항해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선원수급 문제를 풀기 위해 보다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해양부가 나서서 외항해운과 내항해운, 수산 부문으로 나눠서 현재 연구용역을 추진중입니다. 이 연구용역을 통해 각 부문별 특성에 맞는 선원수급 해결방안과 선원 매력화 방안 등을 도출해 내게 될 것입니다.

내항해운은 전국해상노련과 합의로 외국인선원을 500명까지 채용할 수 있는데 현재 340명정도의 미얀마 선원이 내항선에 타고 있습니다. 약 2년 정도 됐는데 미얀마선원들은 대단히 성실해 이탈률이 0% 입니다. 장기적으로 미얀마 선원을 육성, 지원할 수 있도록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