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리안 브레이 편집장
“한국, 해운서비스업에 적극 투자해야”
“통합하지 않는 극동선사는 퇴출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1회 국제해사포럼에 참석하여 WRC(난파물제거 협약)에 대해 기자입장에서 의견을 발표했던 로이드리스트(Lloyd List)의 줄리안 브레이(Julian Bray) 편집장이 이례적으로 한국의 해운전문지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제1회 국제해사포럼이 열린 9월 6일 롯데호텔 접견실에서 한국해운신문, 해양한국, 운송신문 등 해운전문지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줄리안 브레이 편집장은 “부산항은 아시아의 물류 허브항이 되기가 어렵다”고 단정하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항만을 건설하느냐 하는 것 보다 항만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여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단언하건데 극동 아시아 지역 선사들이 이대로 10년을 가게 되면 구미의 대형선사들에게 경쟁력에서 밀려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으며 미국의 해상보안 강화로 인한 컨테이너화물 검색에 대해서는 “자기 국가의 이익을 위해 100% 화물을 검색하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화물 검색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줄리안 브레이 편집장은 인터뷰 말미에 한국의 해운산업에 대한 조언을 하는 가운데 “한국정부가 해운서비스 분야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해운전문지 및 일부 경제지와의 기자회견 내용을 문답식으로 요약 정리했다.

  -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은 동북아의 물류중심국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물류중심국가 건설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부산항을 아시아의 허브항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극동아시아 3국의 허브항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이 어떻게 해나가야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 한중일 3국의 발전은 눈부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끼여 입장이 묘한 것 같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적인 강국이고 중국은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국의 위상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내 생각에는 한중일 3국이 모두 나름대로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조선분야를 보면 중국이 급격한 성장을 하기 때문에 한국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보다 더 기술집약적인, 부가가치선을 개발해 나가면 된다. 따라서 LNG캐리어나 크루즈선의 건조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일(9월 7일)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된 세계에서 가장 큰 LNG선이 진수식을 갖게 되는데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해운물류 분야에서 내 개인 의견을 얘기하면 자연스런 물류의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운은 역시 세계 무역의 일부가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부산항이 아시아의 물류 허브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항만을 건설하느냐 하는 것 보다 항만의 효율성을 어떻게 높여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항만의 효율성이 세계 무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잘 아는 것처럼 현재 호주 항만에서는 벌크선의 체선으로 문제가 심각하고 유럽항만들은 노무 문제로 항만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항만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

  - 중국의 조선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 조선소들의 경쟁력은 어떤 정도이고 어떤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한국의 조선소들이 최근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 나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벌크선 건조와 크루즈선의 건조는 기술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크루즈선이나 LNG선 같은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들 선박 건조에도 경쟁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 현재 부정기선 시황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10년까지는 이러한 호황 국면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편집장께서는 앞으로 해운시황이 어떻게 전개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솔직한 개인 의견을 듣고 싶다.

  "시황을 어떻게 예측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에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해운회사를 경영하여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회사를 인수했을 것이다. 지난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벌크 마켓이 하강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올들어서도 시황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계속 상승해 왔다. 과거에 용선료가 1일 1000달러도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17배, 18배나 급상승한 것이 요즈음의 마켓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주식시장이 갑자기 무너지기도 하는 이런 세태 속에서 앞날을 예측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다. 내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한다면 역시 벌크선 시황은 서서히 하락할 것이다.  다만 탱커 부문의 경우는 시황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에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해양수산부는 11년전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이라는 이질적인 정부단위를 합쳐서 만든 해양관련 행정 총괄 부처이다. 외부에서 보시기에 이러한 해양 관련 행정의 일원화는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일부 국가에서 한국의 해양수산부를 벤치 마킹 하려고 한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한 편집장의 생각은?

  "한국이 해양수산부와 같은 정부조직을 만든 것은 매우 앞서가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5년전부터 해양관련 행정의 일원화를 검토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고 EU의 경우도 2-3년전부터 해양관련 조직의 일원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조직을 보다 전문화하고 세밀화 해 나가는 국가들도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은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해양 관련 행정을 일원화함으로써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글로벌 선사들이 M&A를 통해서 계속 대형화 해나가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사들의 대형화는 눈에 띄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회사들간의 통합은 이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석유회사들의 통합작업에서 시작된 것이 식품회사 등으로 확대되어 왔다. 선사의 통합은 하주들의 통합에 따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주도권을 쥔 하주가 통합되니까 거래처인 선사도 통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동아시아지역의 선사들은 아직까지 독자적인 선사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간에 너무나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통합을 못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단언적으로 얘기하면 통합을 하지 않는 선사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 10년이 흘러간다면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어 퇴출될 것이다."

  - 미국은 항만에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입항하는 컨테이너화물을 모두 검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안타까운 것은 힘 있는 국가가 자신들의 조치가 다른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책들은 내부지향적이다. 미국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이번의 항만 보안 조치는 정당화 될 수가 없다. 더구나 화물을 100% 검사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고 가능하지도 않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이 정책은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한국해운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편집장의 고견을 듣고 싶다.
 
   "한국정부는 조선산업과 항만 등에 직접 지원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인 해운서비스에 대해서는 전혀 투자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해운서비스 분야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있다. 예를들어 해운브로커의 경우도 대부분 외국 브로커를 이용함으로써 막대한 외화가 해외로 나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사법률 분야나 보험 분야 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사관련 변호사도 육성해야 하고 보험전문가도 길러내야 한다. 정부가 해운서비스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서 싱가포르와 같은 해운 강국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로이드리스트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1734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이다. 주 5일을 발행하고 있는 영국의 5대 신문이라고 보면 된다. 해운비지니스, 해사기술, 보험, 금융 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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