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포용력으로 인천항 완전상용화 유도

▲ 심충식 ㈜선광 사장

올해 항만분야의 최대 이슈는 단연 인천항, 평택항, 부산항에 도입된 항만노무 상용화였다. 이중 인천항은 일반부두가 많아 상용화 도입이 가장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없이 10월부터 완전 상용화체제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인천항이 완전 상용화로 전환하는데 최대 수훈갑이 지난 2005년부터 인천항만물류협회 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선광의 심충식 사장 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심 사장은 특유의 포용력으로 항운노조를 끌어안아 인천항의 성공적인 상용화체제 전환을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개장 2년째를 맞은 선광컨테이너터미널을 인천항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로 육성시키는 발군의 경영능력을 보여줘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하는 '2007 올해의 인물 항만산업분야' 수상자로 선정됐다.<전문>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수천, 수만 번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이 나면 지체없이 속도를 냅니다."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 인천지역 대표 항만하역사인 ㈜선광의 심충식 사장은 선광의 경쟁력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대답했다. 60년을 한결같이 항만하역업에 종사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비결은 바로 '장고(長考)'하는 버릇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물류산업시장에서 선광의 장고하는 버릇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결제라인을 최소하면서 과감히 진행시켜 변화에 대응해나가는 것이 선광의 성공 전략이다.

㈜선광의 4대 사장으로 창업자인 심명구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심충식 사장도 역대 사장들이 그랬듯이 장고하는 버릇을 물려받았다. 심충식 사장은 인천항의 본격적인 노무상용화를 앞두고 장고 끝에 인천항만물류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고 협회장을 맡자마자 노조와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 지난 10월 인천항의 완전상용화를 이끌어냈다.

"회사 내부적으로 협회장을 맡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상용화는 이루어야하고 누군가가 그 십자가를 져야 한다면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협회장직을 수락하고 나서 예상대로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여러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상용화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심 사장은 상용화후 기존 회사직원들과 새로 들어온 항운노조원들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상용화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상용화 이전에는 작업물량에 따라 노무비를 부담해왔으나 상용화 이후 물동량과 상관없이 고정된 노무비를 부담해야해 그 만큼 경영책임이 무거워 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항은 최근 컨테이너화물은 급증하고 있으나 일반화물은 감소하고 있어 상용화 이후 고정 노무비가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항 전체 일반화물량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북항시대가 열리면서 물량이 빠져나가 내항 화물처리량이 과거 보다 1/3로 줄어들었습니다. 내항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는 상용화 노사정합의시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내항의 항만시설임대료와 선박입출항료를 깍아주는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상용화와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만하역사들에게 정부가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용화와 더불어 지난 2005년 10월 첫 가동을 시작한 후 인천항 남항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선광인천컨테이너터미널(SICT)도 심 사장이 장고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다.

"SICT 개발은 사실 선광으로서는 도박에 가까웠습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하는 만큼 잘못되면 회사가 문은 닫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수천, 수만 번을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장고 끝에 결정된 SICT는 빠르고 꼼꼼하게 개발이 진행됐고 고객의 변화하는 니즈에 부합할 수 있는 최신 운영정보화시스템과 숙련된 컨테이너 터미널 오퍼레이터를 선발 투입함으로써 선하주 만족도를 높여 2년만에 인천항 최고 컨테이너 터미널로 부상했다. 

지난해 26만teu를 처리했던 SICT는 올해 제2터미널을 가동하면서 전년대비 45~50% 증가한 40만teu 이상을 처리하고 내년에는 약 50만teu이상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심 사장은 선광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역시 무리한 사업보다는 선광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과 양곡 터미널 사업에 집중하고 성장에 한계가 있는 국내 물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다는 전략이다.

"1주일에 1개꼴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오는데 이를 거절하는 것도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재계에서 물류업이 상당히 돈이 되는 사업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 최대 물류회사의 연간 매출이 1조원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물류시장이라는 것이 아주 제한돼 있습니다. 제한된 시장에서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다보니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는데 이제는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 사장은 국내 물류시장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시장은 제한돼 있는데 항만물류업체들이 너도 나도 사업에 참여하면서 출혈경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놨다.

인천항지역 염원이기도 한 인천신항 개발에 대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인천신항 건설에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박 대형화 추세 등에 부합돼야하고 주변국가와의 경쟁 등을 고려 해볼 때 컨테이너터미널 물류기지로서의 허브화 가능성에 대한 여건 등을 감안 적정규모로 개발돼야 하겠지만 향후 1만teu급 선박이 본격 취항 하게 될 경우 컨테이너터미널 물류 시장의 허브항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되므로 신중을 기해 그 규모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현실과 미래에 맞는 적정 시설 규모를 결정 하고 빨리 시설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 합니다."

심 사장은 또 인천신항 개발을 통해 선박대형화와 물류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천지역의 명망있고 능력있는 전문업체와 외국의 유수한 터미널 업체와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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