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로 조선호황 만끽

▲ 이동희 오리엔트조선 회장
사업은 운때가 맞아야 제대로 흥하는 법이다. 그러나 운때가 왔다고 해서 모두가 흥하는 것은 아니다. 운때를 맞추기 위해 시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한 자만이 운때가 왔을 때 제대로 흥할 수 있다.

올해 벌크선 초호황이라는 운때가 찾아왔을 때 조선업계에서도 제대로 흥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해운신문 2007 올해의 인물 조선산업부문'에 선정된 ㈜오리엔트조선의 이동희 회장이다.

올해 63세인 이동희 회장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바다와 인연을 맺어 선용품사업에서부터 수리조선업을 거쳐 최근 신조선 사업에 진출하기까지 부산지역 조선항만업계에서는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의 삶의 궤적을 쫒아 가다보면 철저히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는 자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바다와 연을 맺은 것은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재학중이던 1968년 항만하역사인 세방기업(현 ㈜세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그 시초다. 일명 타리맨이라고하는 항만하역 현장감독을 시작으로 세방기업에서 무려 15년을 근무한 이 회장은 이후 1987년 선용품업과 선박대리점업을 주로하는 오리엔트마린을 설립해 개인사업을 시작한다.

당시 직원 4명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때마침 러시아 붐이 일면서 러시아에 선용품을 공급하고 무역사업을 시작해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회장은 이후 1995년에 마린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선박수리업에 진출, 러시아 어선을 대규모로 수리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수리조선기반을 갖추게 된다.

2001년에 마린엔지니어링을 오리엔트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장은 2004년에 3만 5000dwt급 플로팅 도크를 도입하면서 국내 최대 수리조선소로 올라서게 된다.

플로팅도크 도입으로 중대형 수리조선사업으로 입지를 넓히게 된 이 회장은 이때부터 신조선사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근 차근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벌크선 시황이 불꽃처럼 달아오르자 과감히 신조선 사업에 진출, 현재 3만 3300dwt급 핸디사이즈 벌크선 14척, 5만 8300dwt급 수프라막스 벌크선 14척,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2척 등 총 40척 수주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현재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8척에 대한 신조상담도 거의 성사단계에 있어 조만간 수주잔량은 총 58척까지 늘어나 2011년까지 물량을 확보할 전망이다.

"2004년부터 중대형선 수리조선사업을 시작하면서 신조선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래서 1만 5000~2만dwt급 CNG선과 같은 중소 특수선 건조를 준비해왔는데 올해초 벌크선 시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이제 신조선을 시작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년간 수리조선업을 하면서 충분한 기술력을 쌓았고 광양조선소와 같은 좋은 조건의 조선소 부지를 구했으며 신규사업에 투자해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정능력을 확보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신조선 사업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회장의 이러한 자신감은 철저한 준비 속에 하나하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 회장은 먼저 신생조선소들이 신조사업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서 가장 먼저 벽에 부딛히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과 부지확보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국내외 신생조선소들 중에는 대규모 선박을 수주해놓고도 금융권에서 RG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종종있다. 그러나 오리엔트조선은 현재 수주한 40척중 핸디사이즈 벌크선 14척과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6척 등 20척에 대한 RG 발급을 이미 완료했고 나머지 20척에 대한 RG발행도 거의 성사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리엔트조선처럼 단기간내 대규모 RG발행을 마무리한 신생조선소는 거의 없다. 이는 금융권에서 오리엔트조선의 성공 가능성과 재무안정성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RG발행과 더불어 최적의 조선소 부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신생조선소인 오리엔트조선이 가진 최대 강점이다.

최근 들어 선박을 수주해놓고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신조선사업을 포기하는 신생조선소들이 몇몇 관측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공유수면매립 및 점사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어 부지확보가 어렵고 설사 부지를 확보하더라도 어업권 보상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리엔트조선이 확보한 광양조선소 부지는 율촌산업단지로 이미 공유수면매립을 통한 부지조성과 어업권보상이 완료됐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이 없다.

오리엔트조선은 내년 4월 1단계로 26만 4761㎡(약 8만평) 규모의 조선소 건설에 착수해 6개월여만인 9월에 준공, 본격적인 블록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월부터는 31만 9567㎡(약 9만 7000평) 규모의 2단계 사업에 착수해 2009년 3월에 완료하고 2009년 4월부터 33만 5136㎡(약 10만 1000평) 규모의 3단계 사업에 착수, 2009년 9월에 완공할 계획이다.

2009년 광양조선소가 완공되면 총 91만 9464㎡의 부지(약 28만평)에 선대 3개, 900톤급 골리앗 크레인 2기·600톤급 골리앗 크레인 1기, 길이 300m 규모의 플로팅도크 1기 등을 확보,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기준으로 연간 20척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조선소가 제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 회장은 오리엔트조선이 이처럼 대형조선소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 여러 신생조선소가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황기 과잉시설투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국내에 적어도 40~50개의 신생조선소가 생겨나야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최근 중국이 한국조선소를 잡겠다고 100여개에 달하는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시설투자를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오히려 조선소 투자를 위험하다고 만류하고 있습니다. IMF 풍파를 겪은 지 불과 10년정도 여서 이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중국에 맞서 신생조선소를 건설하지 않고 대형조선소 몇 개만 남겨둔다면 향후 5~10년후 우리가 조선강국으로 남아있을 확률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조선호황기를 맞고 있는 지금이 정부 차원에서 중소형 조선소를 지원하고 육성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중소형조선소들도 향후 예견되고 있는 불황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2015년까지는 조선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트조선도 2015년 이후 불황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투자를 최소화하고 2012년까지 계약된 선박을 차질없이 건조해 시설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 빚 없는 조선소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방책입니다. 2번째 방책은 최신시설로 공장배치를 최신화하고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원가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방책은 CNG선, LNG선, 냉동선, 해양플랜트 등으로 건조선종을 특화하는 전략입니다. 지금은 벌크선을 위주로 선박을 수주해 건조하고 있지만 벌크선 붐이 끝났을 때 오리엔트조선은 특수선과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전문화 조선소로 변신해 있을 것입니다."

이 회장은 신조선사업이 자리를 잡더라도 수리조선사업은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 당장은 수리조선보다 신조선 수익이 월등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수리조선업계와 먼 훗날을 봤을때 중대형 수리조선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리엔트조선이 수리조선을 포기하면 국내에서 중대형선을 수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지게 됩니다. 특히 한일간 카페리의 경우 국내에서 수리를 못하면 대단히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당장 수익은 줄어들더라도 우리가 수리조선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현재 길이 200m 규모의 신조용 플로팅도크 1기를 추가로 건조하고 있는데 해양청이 부산조선소에서 플로팅도크 2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점사용 허가를 내준다면 수리조선사업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 오리엔트조선 광양조선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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