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강국 리드하는 글로벌대학 육성하겠다"

▲ 오거돈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한국 해기사의 요람인 한국해양대학교가 변화하고 있다. 한국해운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음에도 다양성 수용 부족에다 폐쇄적인 성향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해왔던 한국해양대학교가 요즘 변화와 활기에 넘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활기의 중심에는 지난달 6일 한국해양대학교 제5대 총장에 취임한 오거돈 총장이 있다. 오거돈 총장은 지난해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유일하게 학내외 후보로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총장에 당선됐다. 제2대 총장으로 추대됐던 조경식 총장이후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외부 인사가, 그것도 선거를 통해 총장에 취임하기는 오거돈 총장이 처음이다.

오총장의 취임은 영향력 있는 외부인사 영입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자하는 한국해양대학교 내부의 열망과 경륜이 쌓이면 인재 양성에 마지막 힘을 쏟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오총장의 바램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대한민국 행정수도인 부산에서 태어나 행정부시장을 지냈고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역임한 오총장은 한국해양대학교를 선진해양강국을 리드하는 글로벌대학으로 육성하겠노라는 비전을 내놨다. 오총장은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크고 작은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한달 넘게 근무하면서 우리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화할 수 있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학내 구성원들 개개인에게 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총장은 요즘 한국해양대학교의 미래 모습을 새로 그리기 위한 '경영진단'을 준비하기 위해 눈코 뜰새 없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4월중으로 제3자에게 '경영진단'을 발주해 한국해양대학교의 현재를 진단하고 10년 후, 20년 후 한국해양대학교의 나아갈 바를 모색할 계획인데 이에 앞서 미리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오총장이 그리고 있는 한국해양대학교의 밑그림은 무엇일까? 오총장을 직접 만나 총장 취임 이후 소회와 한국해양대학교의 과제, 그가 그리는 한국해양대학교의 밑그림 등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후 한달이 지났는데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달라.
=오래 전부터 경륜이 쌓이면 국가와 사회를 위한 마지막 봉사로 '인재양성'을 해보고 싶었는데 우리나라 해양계를 대표하는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직을 맡게 돼서 매우 기쁘고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국가차원에서는 해양강국의 비전을 실현하는 '싱크 탱크'이고 지역차원에서는 '해양수도를 만드는 모체'로 해양산업 미래를 열어가야하는 지식등대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내외적인 제약으로 본래 역할에 수행하는 데 소원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국해양대학교가 본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많은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내외 인사이기 때문에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인 사고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신을 갖고 취임후 한 달여간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우리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화할 수 있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학내 구성원들 개개인에게 퍼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양대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가?
=시대가 변화면서 인재육성이라는 대학의 역할은 점점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해양대학교는 해기사 양성이라는 기능 외에 우리나라가 선진해운강국으로 나아가는 싱크 탱크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과거 70~80년대부터 한국해양대학교는 전문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사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해양에 대한 시각과 폭이 넓어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해양대학교는 해사대학 중심의 사고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반대학들이 해양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조선분야, 물류분야, 해양생태분야, 해양환경분야 등에 집중적인 투자하면서 해양특성화 대학인 한국해양대교의 위상 자체를 흔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한국해양대학교도 해기 인력 뿐만 아니라 해운경영·해운행정·통상 등 해운통상국제역분야, 조선해양기자재·정보기술 등 해양산업관련 공학기술분야, 해양자원·수산생명과학·해양환경기술 등 해양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전문인력을 양성해내는 종합적인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으로서 발돋움을 해야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한국해양대학교는 많은 장점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대학임에도 그동안 홍보에 인색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홍보기능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선 대학내 홍보부터 시작해 내부역량을 집결시키고 이후 대외 홍보활동을 강화해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해양산업계와의 소통을 보다 활발하게 만들어 나가겠다.

우수한 학생 유치를 위해서는 취업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제 우리대학은 전국 상위권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해양이 우리의 미래이고 육상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해양밖에 없어 해양과 관련된 고급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앞으로 취업도 잘되고 희망이 가득한 곳이 바로 바다임을 알려나가겠습니다.

-목포해양대와의 통폐합에 대해...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인력양성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양관련 대학들을 모두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목포해양대학과의 통합은 이해관계나 지리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다만 부산권에 있는 해기사 양성 기관들의 통합은 검토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급해기사를 양성하는 부산해사고등학교, 중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해양수산연수원, 고급 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대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한다면 인력과 실습선, 기자재의 공동활용이 가능하고 인력의 체계적인 수급정책 수립도 용이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해기사 양성국가로 발전해나가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부산지역 해기사 교육기관의 통합은 한국해양대학교가 국내 해기사 양성을 총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을 넘어 세계적인 해기사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해양대학교는 해기 전문인력양성에 대한 세계적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와 아프리카, 중동지역 등 해기사가 부족한 지역에 분교를 설치하면 저급 해기사 양성도 가능합니다.

-지역대와 통폐합, 국립대 법인화 문제에 대해...
=저는 한국해양대학교를 사관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해양대학교는 부산·경남권 거점대학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거점 대학'으로서 우리나라를 선진해운강국으로 이끌어나가는 정예요원을 양성하는 해군사관학교, 육군사관학교와 같은 사관학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산대, 부경대 등 지역거점대학과의 통합논의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앞서 말한 것처럼 통합이 필요하다면 해양계열대학들과 통합을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대 법인화 문제도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국립대 법인화는 장기간 대화와 연구를 통해 접근을 해야합니다. 국립대를 영리와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 접근해 법인화를 도입하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대학경쟁력을 떨어뜨리며 교육의 공공성 마저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불가피합니다.

-해양대학교 비전에 대해...
=한국해양대학교의 현재 모습이 어떠한지 점검하고 앞으로 10~20년 후 우리대학이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모색해보는 '경영진단'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이달 중으로 제3자에게 '경영진단'을 발주할 계획인데 9월이면 한국해양대학교의 새로운 비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의 새 비전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큰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선 해기 인력 양성부문을 좀더 확대해 전세계적인 해기 인력 수급을 총괄하는 기능을 갖춘 대학으로 육성시킬 계획입니다. 단순한 학위과정 뿐만 아니라 과거 전수과와 같은 단기과정을 개발해 해기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해외 분교 설립도 추진해 저급 해기사도 양성, 다양한 해기인력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MT(Marine Technology) 부문의 강화입니다. 우리대학은 MT분야에 대한 역사가 짧지만 우리만의 강점을 갖고 잇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에서 해기사 다음으로 특화돼 있는 해운경영 및 물류부문의 강화입니다. 이 부문에서 우리대학은 상당한 비교우위와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정해진 틀에서의 인력 양성에 그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부분을 확대해 세계해사대학과 같은 기능을 수용토록한다는 것입니다.

최근들어 개도국들이 항만 인프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어 조만간 항만전문인력들의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앞으로 이러한 해외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UN이나 IMO 등과 연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 재정립을 추진할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대학의 서열을 깨트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국내 대학 서열을 깨트리기보다는 글로벌 수준의 해양 종합대학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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