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도해운 염정호 사장(법학박사)
(3) 영국판례의 검토
영국법상 법정서류의 비치 등 선박의 감항능력에 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영국판례를 중심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가) Pencarrow호 사건1)
선박소유자 Chellew Navigation사와 정기용선자 Appelquist사는 1929년 8월 8일에 Pencarrow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8월 23일 오전 9시에 Tyne항에서 정기용선자에게 인도되어 9월 21일 Emden항에서 선박소유자에게 반선되었다. 정기용선계약서 제1조에 의하면 선박은 일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화물 운송을 위하여 필요한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선박이 스웨덴 항구에 입항하려면 스웨덴 측정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선박은 스웨덴 측정증명서가 없이 스톡홀름항에 양하하기 위하여 입항하였다. 정기용선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선박은  일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화물 운송을 위하여 필요한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소요된 비용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스웨덴 측정증명서는 선박이 감항능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서류가 아니므로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정기용선자가 소요한 비용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는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법원 Acton판사는 “상 관습상 선박이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항시 소지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선박이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스톡홀름항에서 작업이 지체되지 않았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정기용선자가 소요한 비용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Aello호 사건2)
선박소유자 SFBR사와 항해용선자 Agrimpex사는 1954년 8월 27일에 Argentina의 Rosario항과 Buenos Aires항에서 곡물을 선적하여 Hamburg항에서 양하하는 Aello호에 대한 1항차의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5,750톤의 곡물을 Rosario항에서 선적한 후 Buenos Aires 외항에 1954년 10월 12일 오후 1시30분에 정박하였다. 선박은 1954년 10월 29일 오후 2시에 접안하여 선적은 오후 3시15분부터 시작되었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지 못하여 선적이 지체되었으므로 선박의 정박기일은 10월 12일 정박했을 때부터 계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경찰허가서를 받지 못하여 선적이 지체되었으므로 선박의 정박기일은 10월 29일 접안했을 때부터 계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법원 Ashworth판사는 “선적이 지체된 것은 선박소유자가 경찰허가서를 받지 못하여 선적이 지체된 것이 아니라,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이 내항으로 항해하여 접안할 수 없었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심(Goddard판사, Parker판사와 Lloyd-Jacob판사)은 1심법원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또한 귀족원은 “경찰허가서가 단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경찰허가서 없이 하역준비 완료 통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용선자가 화물을 준비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선적이 지체되었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Madeleine호3)
선박소유자 CBSEL사와 정기용선자 Ceylon Shipping사는 볼타임서식(1939)으로 1957년 4월 3일에 3개월 동안 Madeleine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정기용선계약서는 “선박이 1957년 5월 2일까지 인도되지 않으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만약 선박이 계약해제일까지 인도될 수 없는 경우,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의 통지를 받은 후 48시간 이내에 선박의 사용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양 당사자는 4월 25일의 계약해제일을 5월 10일로 추가 합의하였다. 선박은 캘커타에서 양하작업을 마쳤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에게 선박을 5월 10일 아침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통지하였다. 그러나 선박의 구서면제증명서의 유효기간이 5월 6일에 만료되었으므로 항만위생검역관은 검역소독을 지시하였다. 선박의 검역소독은 5월 11일에 실시되었고 구서면제증명서는 5월 12일에 발급되었다. 선박의 검역소속 때문에 계약해제일까지 선박이 인도되지 않자 5월 10일 오전 8시와 오후 8시 48분 2차례에 걸쳐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선박이 계약해제일을 위반하였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한다”라고 통지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선박은 1957년 5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양하를 마치고 정기용선자에 인도되었다. 정기용선자가 검역소독 때문에 선박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선박이 인도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선박에 있는 몇 마리의 쥐 때문에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계약해제의 통지는 계약해제일 자정 바로 전에 해야 하는데 너무 일찍 하였으므로 효력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구서면제증명서가 없어 계약해제일에 선박을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계약은 해제되었다. 또한 2차례에 걸친 해제통지는 계약해제일인 5월 10일에 적법하게 이루어 졌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정을 하였다. 그러나 1심법원 Roskill판사는 “검역소독이 종료되어 구서면제증명서가 발급될 때까지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선박이 항만위생증명서 등을 소지하지 않아서 감항능력인 상태로 인도되지 않았다면, 정기용선자는 정기용선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선박은 오후 6시까지 인도되어야 하므로 오전 8시에 한 통지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오후 8시 48분에 이루어진 통지는 효력이 있다.”라고 판시하면서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라) Derby호 사건4)
선박소유자 Tossa Marine사와 정기용선자 Alfre C. Toepfer사는 1980년 12월 19일에 11-13개월 동안 Derby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뉴욕프로듀스서식(1946)을 사용한 정기용선계약서의 체결약관 21-24줄은 “선박은 인도할 때에 운송물이 선적준비를 하여야 하고 ... 또한 (그리고 항해사와 선원 ... 의 정원을 충원하고서)... 모든 면에서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선박의 항해사와 선원은 필리핀 사람이었다. 1981년 5월 12일에 선박은 서아프리카에서 선적된 원목을 양하하기 위하여 포르투칼의 Leixoes항에 도착하였다. 선박은 5월 23일에 접안하여 양하를 시작하였다. 5월 27일에 ITF 담당관은 선박이 ITF가 발급한 청색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5월 28일 오후 3시부터 작업을 중단시켰다. 선박소유자가 ITF조건에 맞게 선원을 교체하고 대금을 지급한 후 양하는 6월 19일에 재개되었고 6월 23일에 완료되었다. 결과적으로 선박이 ITF가 발급한 청색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아서 양하는 약 21일 동안 지체되었다. 또한 양하가 지체되어 정기용선자는 이미 체결된 재용선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정기용선자는 다시 재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미화32,000.-불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가 ITF가5)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게 필리핀 사람을 선원으로 고용했기 때문에 선박의 양하작업이 지체되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체결약관 21-24줄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체결약관 21-24줄에 규정된 선박소유자의 의무는 선박의 감항능력과 관련된 것에 한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박의 감항능력과는 상관없는 ITF에 의하여 요구되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선박소유자가 체결약관 21-24줄에 의한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선박소유자가 ITF의 조건을 위반하여 필리핀 선원을 고용했기 때문에 선박은 ITF로부터 청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체결약관 21-24줄에 의하여 정기용선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양하작업이 지체된 약 21일 동안의 지급정지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1심법원 Hobhouse판사는 중재인의 판정과는 다르게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항소법원(Kerr판사, Croom-Johuson판사 및 Denys Buckley판사)은 “체결약관 21-24줄에 규정되어 있는 "모든 면에서 용선서비스에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라는 문구는 선박의 물리적인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 ITF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ITF에서 발급한 청색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선박소유자가 체결약관 21-24줄을 법률적으로 위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ITF가 발급한 청색증명서는 선박이 감항능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적국가나 행정기관이 요구하는 서류, 예를 들면 선급증서와 같은 서류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면서 1심법원 Hobhouse판사의 판결을 존중하여 항소를 기각하였다.

(마) Elli호 / Frixos호 사건6)
선박소유자 GFMI사와 정기용선자 SSTI사는 2003년 5월 30일과 2004년 8월 10일에 각기 유조선 Elli호와 Frixo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Elli호는 2004년 6월 1일과 8월 10일에 2006년 9월 30일까지 용선기간이 연장되었다. Frixos호는 2년 동안 정기용선되었다. 선박은 단일선체구조로 건조되었다. MARPOL은 2003년 12월 4일에 2005년 4월 5일부터 단지 이중선체구조로 건조된 유조선만이 유류를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하였다. 단지 단일선체구조의 선박 가운데에서도 double-sided 선박은 제외되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Frixos호가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고 Elli호가 용선기간이 연장되던 2004년에 양 당사자는 MARPOL의 새로운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선박이 double-sided이므로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2005년 2월 15일에 선급은 “조사한 결과 선박이 double-sided이나 MARPOL의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라고 선박소유자에게 통지하였다.

정기용선자는 “MARPOL의 새로운 규정 때문에 정기용선계약서상에 허용된 화물을 운송할 수 없으므로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는 “MARPOL규정에 적합하도록 하는 조항은 단지 담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선박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법원 Cooke판사는 “정기용선계약서 제3조 (i)의 '어떠한 경우에도 (any event)'란 문구에 의하여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자에게 인도한 선박은 새로운 MARPOL 규정에 일치하여야 한다. '운항에 적합한 상태'는 물리적인 상태는 물론 법적인 상태가 화물을 선적하여 운송하고 양하하는데 적합한 것을 의미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바) 검토
Pencarrow호 사건에서 선박이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더라도 감항능력이 있다는 1심법원의 판시에는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만약 정기용선자가 스웨덴 측정서를 발급받지 않아서 작업이 지연되었다면 선박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감항능력 주의의무와 상관없이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하여 정기용선자가 소요한 비용의 일부는 선박소유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Aello호 사건에서 경찰허가서는 단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므로 선박이 경찰허가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도 선박소유자가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귀족원의 판시에 필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선박이 구서면제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검역소독을 하는 동안에 작업이 지연되므로 감항능력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Madeleine호 사건에서 1심법원의 판결은 타당성이 있다. 또한 Derby호 사건에서 ITF가 발급한 청색증명서는 선박이 감항능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적국가나 행정기관이 요구하는 서류가 아니므로 1심법원과 항소법원의 판결에 필자는 동의한다. 만약 선박소유자가 ITF에서 발급한 청색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아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하려면 정기용선계약서에 “선박은 ITF가 발급한 청색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선박소유자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Elli호/Frixos호 사건에서 선박은 화물의 운송에 있어 물리적 상태는 물론 법적인 상태가 적합하여야 하므로 MARPOL의 규정을 위반하면 선박이 운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시는 타당하다고 본다.

감항능력 주의의무에 관한 영국판례를 검토하면서 Pencarrow호 사건에서는 스웨덴 측정증명서를, Aello호 사건에서는 경찰허가서를 그리고 Derby호 사건에서는 ITF 청색증명서를 선박이 소지하지 않아도 선박소유자는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닌 것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Madeleine호 사건에서 선박이 구서면제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소유자가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Elli호/Frixos호 사건에서 선박이 MARPOL의 규정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박소유자가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을 확인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주석---
1) Chellew Navigation v. Appelquist (1993) 45 Ll.L.Rep. 190.
2) Sociedad Financiera de Bienes Raices v. Agrimpex - The Aello [1960] 1 Lloyd's Rep. 623; [1961] A.C. 135; [1960] 3 W.L.R. 145; [1960] 2 All E.R. 578 (H.L.).
3) Cheikh Boutros Selim El-Khoury v. Ceylon Shipping Lines -The Madeleine [1967] 2 Lloyd's Rep. 224.
4) Alfred C.Toepfer Schiffahrtsgesellschaft G.m.b.H. v. Tossa Marine Co. Ltd. - The Derby [1985] 2 Lloyd's Rep. 325 (C.A.); [1984] 1 Lloyd's Rep. 635 (Q.B.).
5) 국제운수노조연맹(International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6) Golden Fleece Maritime v. ST Shipping & Transport Inc. - The Elli and The Frixos [2008] 2 Lloyd's Rep. 119 (C.A.); aff'g [2008] 1 Lloyd's Rep.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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