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최근에는 유류가격의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증감은 운항수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박소유자가 정기용선계약서상 명시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담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이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때로는 용선료를 다시 조정하기도 한다.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의 속력 및 연료소모량과 관련한 분쟁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성질상 손해배상의 범위가 완벽하게 입증되기는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관련 분쟁은 중재 또는 법원에서 보다는 당사자 사이의 협상에 의하여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정기용선계약의 중재지는 일반적으로 영국 또는 미국으로 되어 있고 준거법도 영국법 또는 미국법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본 논문은 영미판례를 분석하여 영미법에서의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분쟁을 검토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 및 청구범위에 대하여 연구함으로써, 용선계약 실무자가 관련 법률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I. 들어가며
정기용선자가 정기용선한 선박을 운항하는데 필요한 비용 중 하나가 선박의 연료비이다. 선박의 연료비는 선박의 속력과 관련되어 발생하므로 선박의 속력과 연료비는 정기용선자의 운항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선박을 운항해 본 결과, 정기용선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보다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에 예상했던 것보다 운항수익이 악화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운항수익이 좋아지게 된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서에 기재되는 선박의 명세 중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정기용선자의 운항수익에 영향을 미치므로 정확하게 기재되어야 한다. 선박소유자는 시황이 좋을 경우에 운항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최고속력으로 선박을 운항할 것이나, 시황이 나쁠 경우에는 운항기간의 단축보다는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경제속력 또는 느린 속력으로 선박을 운항할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유류가격의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정기용선자에게 가장 유리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을 선택하여 선박을 운항하게 된다. 그리고 정기용선계약에는 용선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어느 순간에 당사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분쟁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로부터 선박을 정기용선하여 다른 사람에게 재정기용선 또는 항해용선을 주게 된다. 첫째, 재정기용선의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일반적으로 선박소유자와 체결한 정기용선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재정기용선자에게 재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따라서 선박소유자와 재정기용선자가 파산하지 않는 한, 정기용선자는 중간당사자의 입장에 서게 되어 용선료의 차이에 대한 이해관계만을 갖게 될 뿐,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계약서상 위험부담을 재정기용선자에게 이전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재정기용선자가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하여 정기용선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면,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에게 다시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된다. 물론,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손실 기간에 대한 용선료가 다르므로, 손해배상금액은 다를 수 있다. 둘째, 재항해용선의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제3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여 화물을 선적항에서 양하항까지 운송하게 된다. 이 경우에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어 화물을 운송하는 항해기간이 늘어난 경우에 정기용선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왜냐하면, 항해용선계약에서는 화물의 운송기간에 관계없이 확정된 운임을 받지만,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운송기간 중 일당 용선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운송기간이 늘어나면 선박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용선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선박소유자는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선박보다 정기용선하여 확보된 선박으로 해운영업을 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본 논문에서는 이와 같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한 분쟁에 관하여 연구한다.

II.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조항
1. 선박의 명세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선박의 명세란에 표시하기도 하고, 별도의 조항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기도 한다. 선박의 명세에 대하여 먼저 검토한다.

정기용선계약서의 선박명세란에는 정기용선하는 선박의 제원이 표시되어 있다. 이 표시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일에 있어서 본선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선박의 제반 시설을 표시한 것이다.1) 정기용선계약은 일반적으로 선박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정기용선계약서상 선박의 명세에 의존하여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선박의 명세를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기용선계약서에 선박의 명세에 있어서는 “법의 최소한의 적용 원칙(de minimis rule)”이 성립된다. 그러므로, 계약의 의무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할 때에는 계약 내용을 이행함에 있어서 경미한 이탈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정기용선계약서에 선박의 재화중량톤수(dead weight tonnage)가 7만톤으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실제 선박의 재화중량톤수가 7만 1톤이었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계약의 위반을 항의하는 경우는 없다.2)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고의나 실수에 의하여 선박의 명세를 잘못 기재하였을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러한 부실표시(misrepresentation)의 효과는 그러한 부실표시가 서면에 의한 계약에 구체화되었거나 그렇지 않았거나 차이가 없다. 즉, 계약의 체결과정에서 선박소유자의 진술을 믿고, 그 점을 고려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선박소유자의 표시가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에 있어서의 법률효과로는 부실표시의 유형에 따라 계약취소권3), 손해배상청구권 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사기적인 부실표시 및 과실에 의한 부실표시의 경우는 양자가 모두 인정되고, 선의의 부실표시의 경우에도 선박소유자 측에서 선의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 역시 계약취소권 외에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게 된다.4) 선박의 인도일 전에 부실표시를 알았다면, 정기용선자는 그 정도의 심각성에 따라 선박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5)
 
2. 정기용선계약서상 규정
볼타임서식(2001)에는 “…, 그리고 날씨가 양호하고 평온한 해상에서 만재 상태로 약 ○○노트의 속력과 그 때의 연료소모량은 연료유 약 ○○톤을 소모하고”라고 규정되어 있다. 뉴욕프로듀스서식(1993)에는 선박의 명세에서 “양호한 날씨에 만재 상태에서 풍력이 보어퍼트풍력계급 ○○이하에서 약 ○○톤의 소모량으로써 약 ○○노트의 속력”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Shelltime 4 서식 제24조에는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에 대하여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선박의 연료소모량은 항해 중의 소모량을 의미하므로, 항구에서 정박 중에 사용되는 연료소모량에 대하여는 별도로 기재되어 진다.6)

선박이 공선 상태에서 항해시는 만재 상태에서 보다 선박의 속력이 빠르고 연료소모량은 감소한다. 따라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만재 상태에서 항해하는 것을 기준으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만재 상태는 물론 공선 상태에서 항해시 모두 적용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실제로 해운실무상 대부분의 경우에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운송물의 만재 상태는 물론 공선 상태에서의 수치를 모두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여러 가지 경우에, 즉 최고속력에서 최저속력까지에 해당하는 연료소모량을 구분하여 기재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경우에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최소 속력과 최대 연료소모량을 담보한다.

정기용선자가 양질의 연료를 선박에 공급하지 않아서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연료의 품질에 대하여 “ISO 8217, 2005 또는 이와 동질 이상의 품질을 보유” 등의 문구를 기재하여 정기용선자가 선박에 양질의 연료를 공급하도록 정기용선계약서에 기재하기도 한다.

3.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조항의 성질
정기용선계약서의 조항은 그 성질에 따라 조건(condition), 담보(warranty)와 중간조건(intermediate terms)으로 구분된다. 계약위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조건이고, 계약위반으로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나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담보이다. 위반의 성격과 결과에 따라 계약위반의 내용이 중요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경미하면 손해배상청구만이 가능한 것이 중간조건이다.

선박의 속력유지와 연료소모량조항의 성질에 대하여 영국법에서는 중간조건으로 인정하고 있다. Aegean Dolphin호 사건에서7) 선박소유자 Dolphin Hellas Shipping S.A.사는 Aegean Dolphin호를 3년 동안 정기용선자 Itemslot사에게 정기용선하여 주었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특정 항로의 유람선으로 사용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기용선계약서상 선박은 양호한 기상상태에서 18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하도록 되어 있었다.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 1988년 5월 26일자 서신으로 선박의 상태를 승인하였다. 선박은 1988년 10월 1일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선박이 계약된 속력으로 항해할 수 없어서 원래 목적하였던 특정항로의 유람선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1988년 8월에 정기용선자는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 이미 서신으로 선박의 상태를 승인하였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인도를 거절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대부분의 중재인은 정기용선자에게 승소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1심 법원(Q.B.) Hobhouse판사는 “정기용선자는 이미 서신으로 선박의 상태를 확인하고 선박의 인도를 승인하였으므로, 계약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선박의 인도를 거절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일반적으로 정기용선자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선박이 정기용선계약서상 속력을 유지하지 못하여 그 결과 계약위반의 내용이 중요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이미 서신으로 선박의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선박의 속력이 정기용선계약서상 속력을 유지할 수 없었지만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인도받을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조항의 성질에 대하여 미국법에서는 담보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당사자의 책임비중이 달라짐에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정기용선계약서에 표시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그 표시자체가 담보 또는 보증(warranty or guaranty)의 성질을 가진다. Beechpark호 사건에서8) 선박소유자 Denholm Shipping사는 Beechpark호를 5개월 동안 정기용선자 W. E. Hedger사에게 1924년 3월 18일에 정기용선하여 주었다.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이 양호한 기상상태에서 약 32-34 톤의 석탄소비로 약 11-12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하도록 기재되어 있었다. 선박은 1924년 4월 14일 Norfolk에서 인도되어 1항차는 Galveston에서 비료를 선적하여 호주에서 양하하였고, 2항차는 호주에서 곡물을 선적하여 로테르담에서 양하하였다. 선박소유자는 미지급된 용선료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선박의 속력감소 및 연료소모량증가를 원인으로 발생한 손해금액은 용선료에서 공제되어야 된다.”라고 주장하였다. 지방법원 Campbell판사는 “정기용선계약서상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의 기재는 담보가 아니다.”라고 판시하면서,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순회판사 Manton, L. Hand 와 Chase는 “운항 중 선박이 정기용선계약서에 기재된 기준보다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되었다면 담보의 위반에 해당한다. 정기용선계약서상 기재된 선박의 속력과 연료소모량은 담보라는 단어가 기재되지 않아도, 그 성질상 담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인도일에 정기용선계약서상 기준보다 선박의 속력이 감소되고 연료소모량이 증가되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지방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다. 또한, Sonia II호 사건에서9) 정기용선자 San Juan사는 Sonia II호를 선박소유자 North Caribbean Transport Company사로부터 정기용선하여 재용선자 West India사와 Cristobal에서 바나나를 선적하여 West Palm Beach에서 양하하는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바나나는 West Palm Beach가 아닌 Miami에서 손상된 상태로 양하되었다. 재용선자는 “용선계약서상 선박의 속력이 9노트로 항해하도록 보장되어 있으나, 선박의 속력감소로 항해기간이 길어져서 바나나가 손상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9노트의 속력을 유지해야 된다고 용선계약서상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선적일에 바나나는 이미 색깔이 변질되어 있었다. 따라서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는 바나나의 손상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용선계약서상 선박의 속력은 담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담보에 해당된다. 또한, 정기용선자는 선박이 일정 속력을 유지한다고 믿고, 이에 적당한 항차에 선박을 투입하고자 선박을 용선하였다. 따라서 선박의 속력감소로 인하여 발생한 바나나의 손상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주----
1) 松井孝之, '定期傭船契約の解説'(東京 : 成山堂書店, 2002), 4쪽.
2) 松井孝之, 앞의 책, 4쪽.
3) Goldsmith v. Rodger - the Atalanta [1962] 2 Lloyd's Rep. 249.
4) 이승호, “정기용선계약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2005), 66쪽.
5) Reardon Smith Line Ltd. v. Yngvar Hansen-Tangen and Sanko Steamship Co. Ltd. - the Diana Prosperity [1976] 2 Lloyd's Rep. 60 and 621.
6) 참고로 실무상 사용되고 있는 문구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In port idle consumption 3.5 mt fuel oil (RMG380) daily (plus 1.00 mt for daily in winter conditions). Vessel consumes IFO while changing ballast water at sea, ballasting/deballasting, cleaning vessel's holds, when navigating/ manoeuvring in confined waters, rivers, channels in/out ports etc.
7) Dolphin Hellas Shipping S.A v. Itemslot Ltd. - The Aegean Dolphin [1992] 2 Lloyd's Rep. 178 (Q.B.).
8) Denholm Shipping Co. V. W. E. Hedger Co., 47 F. 2d 213. 1931 AMC 297 (2d Cir. 1931)).
9) Romano v. West India Fruit and Steamship Co., 151 F. 2d 727, 1946 AMC 90 (5th Cir.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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