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희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해상법은 다른 법 분야에 비하여 특이한 제도가 많이 있다는 점도 특징이지만, 그 뿌리가 오래된 것도 특징이다. 해상법에서 가장 특이한 제도로 꼽히는 선주책임제한제도는 과연 언제 시작되었을까? 어떠한 이유로 시작되었을까 궁금하여 질 경우가 있다. 이번 회에는 이를 보기로 하자.

오늘날의 해상법의 근간을 이루는 것의 대부분은 그리스∙로마 시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하여 선주책임제한제도는 중세 지중해 연안국의 관습이나 법에서 발견되는 것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말하여 지고 있다.

유력한 견해에 선주책임제한제도의 기원은 “contract of dommande, commenda, or commendum”에 있다는 것이다. 이 코멘다 계약은 일종의 제한된 partnership (동업계약)으로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무역업에 투자하고 싶은 자가 그 자본을 자신이 고용하는 무역업자 또는 선장에게 위탁하는 계약으로서, 자신은 그 무역으로부터 오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수취한다는 것이다.

이 투자자에게 이 계약은 어느 면으로 보면 partnership (동업계약)이고, 다른 일면으로 대리상 계약과 같은 것이나, 투자자는 그 코멘다 계약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투자자는 코멘다 계약에서 발생되는 여하한 경우에 대하여도 자기 투자분 및 투자로 인하여 발생되는 수익분의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고, 그 이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멘다 계약은 당시 자본가들로 하여금 무역업 또는 해운업에 투자하게 하는 동기를 촉발시켜 정확한 내용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으나 코멘다 계약의 취지가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법으로 유럽 대륙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용되었을 정도였다.1) 그 중에도 1681년 루이 14세의 해사칙령(L’Ordonnance de la Marine)은 특기할만하다. 이에 관한 설명으로 여러 문헌이 있지만 유남영 변호사가 쓴 “선주유한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라는 논문2)이 가장 쉽게 잘 소개하고 있는 것 같아, 해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다.

즉, “앞서 독일의 선주책임제도의 발전과정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선장∙선주∙상인의 분업이라는 새로운 근대적 여건이 출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라틴계 지방에서는 서구∙북서구처럼 해상이 번성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풍부한 Consolat del Mare3)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세의 Commenda 조직 하에서 관습적으로 형성된 선주유한책임의 관념은 상업보호의 국가정책상 필요한 관습법으로서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나 16,7세기에 국가권력이 증대하고 상업의 경영형식의 동일화에 따라 게르만계 지방과 라틴계 지방의 해법이 점차 융합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1681년 루이 14세의 해사칙령(L’Ordonnance de la Marine)에 의하여 구체화 되었다.

이 해사칙령은 근세 전기에 아직 완전히 통일되지 아니하였던 라틴계 해법과 게르만계 해법을 통일하였으며, 나아가 그 자체로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이후의 근대해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근대해법의 한 시기를 구획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동 칙령은 제 2권 제8장 제 2조에서 ‘선박소유자는 선장의 행위(des faits)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그 선박 및 운임을 위부하여 그 책임을 면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4)” . 이는 소위 위부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선주가 지는 책임은 본래 무한책임인데, 관련 해산을 채권자에게 위부(포기)하여 버리면 더 이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주책임제도의 하나의 방식이다. 이는 곧 독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나아가 다음 회에서 보게 될 영국에 영향을 미쳐 그 때까지 선주책임제한제도를 알지 못하던 영국에 선주책임제한제도가 필요하다는 청원을 낳게 하였다.

주---

1) The REBECCA (1 Ware 187, 20 F. Cas. 373) (1831년 District Court, D. Maine에서 내려진 판결임)
2) 대한변호사협회지 149호 (1981.1) 87면
3) 해상법
4) 해사칙령, 즉 L’ordonnance de La Marine 1681에 대하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이신 채이식 교수 저 “프랑스해사칙령과 나폴레옹상법전”(고려대학교 출판부, 2005)에 전문이 번역과 함께 게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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