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권익보호하며 제도개선하겠다"

▲ 송정규 도선사협회장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왜 도선사 제도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전혀 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으로 제도를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2월 최연소로 한국도선사협회장에 선출된 송정규 회장은 협회장에 선출되자마자 도선사 진입규제 완화라는 난제에 당당히 맞서 기존 제도틀 유지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9월 29일 규제개혁 대상에 올랐던 도선사제도와 관련해 6000톤 이상 선장으로 5년 이상의 승무경력이 있는 해기사들만 도선사 응시자격을 준다는 기존틀을 유지한채 도선서비스 질향상과 도선료 인하를 통한 항만비용 절감 및 항만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송 회장은 여전히 도선사제도를 위협하는 불씨가 남아있다며 국토해양부와 내년 상반기까지 도선사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도선사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10월 13일 제15대 한국도선사협회장에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해운통합기자단과 자리를 같이한 송정규 회장은 그동안 도산사 진입규제 완화 문제에 대처하면서 받았던 느낌들을 솔직히 털어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쟁논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도산사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도전이 있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입규제를 외치시는 분들이 왜 도선사제도가 몇 안되는 독점적인 제도로 남아있는지 먼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내려와서 밤이고 낮이고 날씨가 좋거나 나쁘거나 직접 도선현장을 체험해보고 난 이후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이 필요할텐데 이 과정은 생략하고 탁상공론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송 회장은 항만 안전과 해양사고 방지를 위해 도선사 제도가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도선사 제도가 진입규제 완화 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일반인들이 해운과 도선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은 선장은 누구나 도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예선과 도선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농공상이 타파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의 기저에는 해운과 선박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뱃놈이라고 해서 천시하는 사상이 남아있습니다. 천시의 대상인 도선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연봉이 가장 높은 직종이라고 알려졌으니 흠집을 내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도선사 또는 해기사들이 물류에서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도선사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탤런트를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도선사가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송 회장의 생각이다.

“1960~70년대 국내에서 외화벌이가 없을 때 해기사들이 해외에 나가 지금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이상으로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당시에 해외 최일선에 나가 외화를 벌어들였던 해기사들이 지금 도선사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과거의 애국적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선사의 평균연령은 50세가 넘는 고령임에도 새벽 3시 30분부터 날씨여하를 막론하고 사다리줄 하나에 의지해 선박에 오르내리며 일하는 대단히 위험한 직군에 속한다. 수입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령이 높은 분들이 이러한 위험을 감내하며 막일꾼처럼 일하고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송 회장은 또 도선사제도가 외부에서 공격을 받는 이유중 하나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오해를 꼽았다.

“독점적인 구조 때문에 한국도선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인데요. 사실 한국처럼 친절하고 시간에 맞춰서 도선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도 없습니다. 현장에서 이용자와 도선사가 발생하는 오해들이 과대포장된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조금만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만 갖춘다면 이러한 오해는 충분히 풀 수가 있습니다.”

외부에서 도선사에 대한 공격이 분명 문제가 있지만 도선사 조직 내부적으로도 개선해야될 점도 많다고 송 회장은 지적했다.

“도선사 이미지가 과거부터 폐쇄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대부분 도선사분들은 언론에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지금은 시대가 변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언론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공명정대하게 밝혀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도선사들도 이제 고슴도치처럼 자꾸 숨을 것이 아니라 당당히 우리를 보여주고 잘못된 점에 대한 외부의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변화가 필요합니다.”

한편 송 회장은 최근 해운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업계와 항만업계를 위해 도선료를 인하해야한다는 항만공사와 정부의 요구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 도선료는 이미 중국 상해보다 25% 정도 저렴합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욱 저렴해졌는데 도선료를 깎아주더라도 주변국들의 상황을 봐가면서 세련되게 깎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중에서 도선료를 깎아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도선료를 깎아준다고 외국선사가 기항할 것이라는 기대도 허황된 것이고 단지 국부만 유출시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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