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용선계약에서 다음과 같은 조건이 주로 사용된다.

(1) 용선자경영진 승인조건 (sub charterers' BOD approval)

용선계약은 수시로 변하는 용선시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주로 실무담당자에 의하여 체결된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진의 승인을 얻기 위하여 조건을 단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장의 변동이 심할 때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2) 송하인 또는 수하인 승인조건 (sub shippers or receivers approval)

용선계약의 주요사항을 합의한 후에 용선자는 선박을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게 통보하여(nominate) 승인을 구한다. 이 경우에 송하인 또는 수하인이 선박을 승인하지 않으면 용선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3) 화물준비조건 (sub stem)

용선자가 실제로 선적기일 내에 선적할 수 있도록 화물을 확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용선자가 선박을 확보한 후에도 실제 화물을 수배하는데 다소 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4) 추가사항 합의조건 (sub further c/p details)

선박소유자와 용선자는 용선계약의 주요사항을 합의한 후에 견본용선계약서(proforma charter party)를 기준으로 추가사항을 합의한다. 추가사항의 협의는 주요사항에서 다루어 지지 않은 다양한 경우에 대한 비용과 책임의 소재에 대하여 상당히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거나 운항 중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책임의 분배는 이러한 추가사항 협상 시 결정되기 때문이다.

(5) 그 밖에 사용되는 조건에 대하여 검토하여 본다.

“선박이 2항차를 만족스럽게 이행하는 조건(subject to satisfactory completion of two trial voyages)”에서 법원은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용선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John S. Darbyshire호 사건에서1) 선박소유자 William Tankers사와 정기용선자 Albion사는 1977년 8월 13일에 “2항차를 만족스럽게 이행하는 조건으로” 1년 동안 John S. Darbyshire호를 정기용선하는 정기용선계약의 주요사항에 대하여 합의하였다. 정기용선자가 선박이 2항차를 만족스럽게 이행하지 못하였으므로 더 이상 선박을 사용할 의사가 없다고 하자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계약서상 규정되어 있는 중재약관에 의하여 중재를 신청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재인은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jurisdiction)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ocatta판사는 “선박이 2항차를 만족스럽게 이행하지 못하여 조건이 이행되지 않았으므로 정기용선계약은 성립되지 않았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신의의 조건은 계약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Mercedes Envoy호 사건에서2) 관리선박소유자 Zenith사와 정기용선자 한진해운은 1994년 3월 31일에 Mercedes Envoy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신의의 조건부로 체결하였다. 한진해운은 “1994년 4월 7일에 정기용선계약이 성립되었으므로 양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정기용선계약서상의 중재약관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Zenith사는 “계약은 신의에 의하여 체결되었으므로 성립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ance판사는 “신의란 표현은 단지 선박의 상태에 대하여 언급된 것이므로 ⌜신의에 의하여 계약이 체결됨⌟이란 문구는 법적으로 조건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은 성립되었다.”라고 판시하였다. 기타 사용되는 조건에는 “검사조건”,3) “자금조달조건” 등이 있다.

제 4 절   용선계약의 성립

용선계약은 양당사자가 용선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합의하고 용선계약의 체결상 의사표시에 하자가 없다면 체결된다.4)

I. 성립요건

1. 양당사자가 합의하여야 한다.

전통적 견해에 의하면, 합의(agreement)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청약과 이 청약에 대한 유효한 승낙의 합치가 필요하다. 용선계약도 일반계약과 동일하게 청약(offer)과 승낙(acceptance)이라고 하는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하여 성립하는 것이지만, 실제 협상과정은 복잡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항해용선계약에서 당사자가 협상을 개시할 당시에는 화물량, 운임, 선적항, 양륙항, 체선료, 선박명세 등에 관하여 견해의 차이를 보이나, 이후 상호 양보를 통해 점진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5)

(1) 청약

청약이란 상대방이 청약의 유효시간 내에 내용을 검토하여 합의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확정적 의사표시이다. 따라서 청약의 유효시간 내에 상대방의 승낙이 있으면 용선계약은 성립한다. 청약자는 유효시간을 정하여 청약을 하는 데 유효시간 내에 상대방이 승낙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 이러한 청약은 일반계약과 같이 승낙의 기한이 명시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기한 내에 승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청약은 무효가 된다. 반면 승낙의 기한이 정하여져 있지 않은 청약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면 실효한다.6) 그리고 어느 정도가 상당한 시간인가의 문제는 사실의 문제이고, 청약의 성격과 청약이 행하여진 시장조건 등과 같은 사정에 의하여 결정된다.7) 또한 유효시간 내에 상대방이 거절하거나 일부를 수정하여 반대청약을 할 경우에도 효력이 상실된다. 선박소유자와 용선자는 서로 간에 청약과 반대청약을 수차례 교환하게 된다. 청약은 법적으로 청약자를 구속하므로 청약의 유효시간 내에는 청약의 상대방 이외의 다른 상대방에게 중복하여 청약할 수 없다. 청약의 유효시간이 경과되고 피청약자로부터 회신이 없는 경우에는 청약의 효력이 상실되므로 청약자는 비로소 다른 상대방에게 청약을 할 수 있다. 굳이 청약의 유효시간 내에 피청약자 이외의 다른 상대방에게 청약을 하고자 한다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조건부(subject unfixed, subject open)”로 청약을 할 수 있다. 청약은 피청약자에게 도달되기 전에 철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피청약자에게 도달한 이후에는 철회할 수 없다.8) 청약의 효력발생시기는 청약의 의사표시가 피청약자에게 도달된 때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9)

청약은 청약자가 청약을 철회하거나 청약의 상대방이 승낙을 거절한 때에 종료한다. 또한 청약은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에 의하여 또는 당사자 일방의 사망이나 행위능력의 상실 등의 사실에 의하여 종료할 수도 있다.

(2) 승낙

승낙은 청약자가 제시한 청약에 대하여 피청약자가 동의하여 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의사표시이다. 유효한 청약이 있으면 계약은 그 청약이 청약의 상대방에 의하여 받아들여졌을 때, 즉 승낙되었을 때에 성립한다. 그런데 청약에 대한 승낙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청약의 상대방에 의한 승낙의 사실과 승낙의 통지가 있어야 한다. 승낙은 청약의 모든 조항(조건)들에 대한 종국적이고 무조건적인 동의이다. 승낙에 관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승낙이 청약과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약에 수정을 가하거나 변경을 가한 승낙은 승낙으로서의 효력이 없다.10)

승낙은 청약자에게 통지되어야 하고, 통지될 때까지는 승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영미법에는 경우에 따라 발신주의와 도달주의를 적용한다. 법률행위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그 상대방에게 그 의사표시자가 이루고자 하는 법적 효과를 강요하려는 목적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표시가 그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그 효과가 미치는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것을 전제로 함은 당연하다.11) 협상은 주로 구두, 전화, 전문, 팩스 또는 이메일 등 즉시적/전자적인 통신수단으로 행하여지므로 이와 같이 즉시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전달되는 경우에 영미법상 도달주의가 원칙이다.12) 그러나 우편이나 전보로 승낙을 통지하는 경우에 발신주의를 적용하며 승낙이 우편으로 발송이 되자마자 그 효력이 발생된다.

 (3)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또는 불완전한 합의가 아니어야 한다.

선박소유자와 용선자가 체결한 용선계약서의 내용이 명백한 경우에는 문제가 없으나, 불분명한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영미법상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또는 불완전한 합의에 대하여 연구하기 위하여 용선계약서의 내용과 종전문언배제의 원칙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고 판례를 검토한다.


1) 용선계약서의 내용

용선계약서의 조항은 명시적 조항과 묵시적 조항으로 나누어진다. 명시적 조항이란 어떤 사항에 관한 의사가 명료하게,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조항을 말한다. 묵시적 조항이란13) 어떤 사항에 관한 의사가 외형적 또는 직접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주위의 상황, 일반적인 말투, 당사자의 행위 등으로 추단되는 조항을 말한다.14) 명시적 조항이냐 묵시적 조항이냐는 당사자들이 합의에 도달하거나 그들의 합의를 기록할 때 사용한 언어에 의하여 결정된다.15)

한편 용선중개인이 작성한 성약확인서와 용선계약서의 내용이 상이할 경우에 용선계약서가 아직 서명되지 않았다면 법적효력이 없지만, 용선계약서에 이미 양당사자가 서명하였다면 서명된 용선계약서가 성약확인서보다 우선하여 법적효력이 있다.16)

2) 종전문언배제의 원칙(the parol evidence rule)

종전문언배제의 원칙이란 계약이 서면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이 계약서면에 어떤 조항을 부가하거나, 변경하거나 또는 서면에 기재된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하여, 서면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어떤 외부증거를 원용할 수 없다고 하는 일반원칙을 말한다. 종전문언배제의 원칙은 문서로 작성된 계약서에서 일방당사자가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적용된다.17) 그러나 종전문언배제의 원칙에는 많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양당사자가 합의된 모든 내용을 계약서에 표시하기로 의도된 경우에는 외부증거를 원용할 수 없다. 그러나 양당사자가 합의된 모든 내용을 계약서에 표시하기로 의도하지 않은 경우에는 외부증거를 원용할 수 있다.18) 이 규칙은 오직 계약의 내용에 관한 증거에 대하여서만 적용된다. 따라서 예컨대 계약이 약인(consideration)의 결여, 착오 또는 부실표시의 이유로 법적구속력이 없다고 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되는 증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서면계약이 보통법에서는 완전히 유효한 경우에도 형평법상의 항변이 가능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외부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 그리고 외부증거는 그 계약서면에 기재되어 있는 명시적 조항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즉 그 명시적 조항의 내용의 해석을 위해서는 원용될 수 있다. 따라서 외부증거는 명시적 조항의 애매모호한 표현이나 기술적 용어를 설명하기 위하여 원용될 수 있다. 또한 계약협상에 나타나 있는 계약체결의 배경에 관한 증거는 그것이 문서의 의미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원용될 수 있다.19)


주---
1) Albion Sugar Co. Ltd. v. William Tankers Ltd. - The John S. Darbyshire [1977] 2 Lloyd's Rep. 457 (Q.B.).
2) Hanjin Shipping Co. Ltd. v. Zenith Chartering Corporation - The Mercedes Envoy [1995] 2 Lloyd's Rep. 559.
3) Woodstock Shipping Co. v. Kyma Compania Naviera S.A. - The Wave [1981] 1 Lloyd's Rep. 521 (Q.B.).
4)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의 서로 대립하는 수개의 의사표시의 합치, 즉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객관적 합치와 주관적 합치가 있어야 한다. 수개의 의사표시가 내용적으로 일치하는 것이, 객관적 합치이다. 여기서 내용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은, 외부에 나타나고 있는 표시행위로부터 추단해서 그렇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표시가 내용적으로 합치 내지 일치한다는 것은, 각 표시행위에 사용된 문자나 언어가 형식적으로 꼭 같다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표시행위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의미, 바꾸어 말해서, 표시행위로부터 추단되는 의사표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의사표시와 결합해서 계약을 성립시키려는 의의를 가지는 때에, 주관적 합치가 있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주관적 합치는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것이어서, 상대방이 누구이냐에 관하여 잘못이 없는 것을 말한다. 곽윤직, ⌜채권각론⌟, (서울 : 박영사, 2005), 33-34쪽.
5) 이광희․이원정, 앞의 책, 232쪽.
6) 우리나라 법제에서 승낙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계약의 청약에 대하여 민법 제529조는 “승낙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계약의 청약은 청약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격지자 간의 청약의 구속력에 대하여 상법 제52조 제①항은 “격지자 간의 계약의 청약은 승낙기간이 없으면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 내에 승낙의 통지를 발송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7) 이광희․이원정, 앞의 책, 232-233쪽.
8) 우리나라 법제에서 계약의 청약의 구속력에 대하여 민법 제527조는 “계약의 청약은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9) 한종술, ⌜미국계약법⌟, (서울 : 진원사, 2009), 76쪽.
10) 원래의 청약에 수정이나 변경을 가한 승낙은 다음 두가지의 법적 효과를 가진다.
    첫째, 그것은 원래의 청약에 대한 거절을 의한다.
    둘째, 이것은 새로운 청약, 즉 반대청약으로 된다.
11) 한종술, 앞의 책, 133쪽.
12) 우리나라 법제에서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에 대하여 민법 제111조 제①항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그 통지가 상대방에 도달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격지자 간의 계약 성립시기에 대하여 민법 제531조는 “격지자 간의 계약은 승낙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 성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3) 묵시적 조항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실 안에 묵시되어 있는 조항으로 당사자들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조항은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백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틀림없이 계약에 포함시켰으리라고 여겨지는 조항을 말한다. 둘째, 제정법 또는 판례법이 인정하고 있는 묵시적 조항을 말한다. 셋째, 계약이 체결되는 시장이나 영업분야나 지방의 관련 관습은 계약의 명시적 조항이나 강행적인 묵시적 조항과 충돌하지 않는 한 계약에 편입된다.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는 이러한 계약조항을 관습 또는 관행에 의하여 묵시되는 조항이라고 한다. 이호정, 앞의 책, 101-106쪽.
14) 鴻常夫 편수, ⌜영미상사법사전⌟, (서울 : 대광서림, 2001), 361쪽.
15) 이호정, 앞의 책, 99-100쪽.
16) Coghlin Terence, W.Baker Andrew, Kenny Julian, Kimball John D., op. cit., p.30.
17) Blum Brian A., Contracts, 4th ed.,(New York : Wolters Kluwer, 2007), p.347.
18) O'Sullivan Janet & Hilliard Jonathan, The Law of Contract, 2nd ed.,(Oxford : Oxford Universtity press, 2006), p.177.
19) 이호정, 앞의 책, 107-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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