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3) 대리인이 자신의 계산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대리인이 용선계약의 당사자이다.

용선자가 선박을 재용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에 선박소유자가 동의하였더라도 이는 용선자가 재용선방식으로 선박을 활용하는 것에 선박소유자가 동의하였음을 의미할 뿐 용선자에게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으로서 선박을 재용선할 대리권을 준 것은 아니다.1)

Harper v. Vigers 사건에서2) 선박소유자의 권한을 수여받은 대리점의 자격으로 용선중개업자 Harper사와 목재상인인 용선자 Vigers사는 1908년 2월 3일에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6월 하반기 Wyburg 지역에서 목재를 선적하여 런던항에서 양하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추후 선박소유자가 실제 운송을 이행할 선박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2월 3일자 용선계약서는 별도의 선박소유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Harper사 자신이 투기의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Harper사는 선박소유자 AAFL사와 2월 3일자 용선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용선자의 대리인 자격으로 1908년 5월 22일에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1908년 5월 22일자 용선계약상 운임은 2월 3일자 용선계약상 운임보다 저렴하였다. 실제로 운송이 이행되어 용선자는 5월 22일자 용선계약서에 의한 운임만을 Harper사에게 지급하자, Harper사는 운임의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용선자에게 요구하였다. 1심 법원 Pickford판사는 “Harper사 이외의 선박소유자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Harper사는 용선자를 상대로 운임 차액에 대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Astyanax호 사건에서3) 선박소유자 Asty Maritime사와 항해용선자 RG&F사는 1978년 12월 15일과 20일 사이에 곡물을 Argentina에서 선적하여 이탈리아의 항구로 운송하는 Astyanax호에 대한 항해용선계약을 협상하였다. Asty Maritime사는 화물에 부과되는 Argentina 조세를 면제받기 위한 수단으로 고용인인 Mr. Panagiotis를 관리선박소유자(disponent owners)로 하여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협상 시 용선중개인 사이에 교환된 전문에 의하면 Asty Maritime사와 Mr. Panagiotis 사이에 원 항해용선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Asty Maritime사는 “원 항해용선계약서상의 용선자는 ⌜Mr. Panagiotis가 지명하는 자 (Mr. Panagiotis's undisclosed principals)⌟이므로 Asty Maritime사는 RG&F사가 Mr. Panagiotis와 체결한 항해용선계약의 선박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항해용선자는 “항해용선계약서상의 선박소유자는 선박의 관리대리점 지배인인 Panagiotis씨가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Asty Maritime사는 항해용선계약상의 선박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Leggartt판사는 “본 사건의 항해용선계약은 Asty Maritime사를 등기선박소유자로, Mr. Panagiotis를 관리선박소유자로, RG&F사는 항해용선자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Oliver판사, Kerr판사와 Edward Eveleigh판사)은 “Mr. Panagiotis는 등기선박소유자의 대리점의 자격으로서가 아닌 관리선박소유자로 항해용선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등기선박소유자는 Mr. Panagiotis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동시에 Mr. Panagiotis에게 자신의 대리점으로 항해용선자와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Asty Ma
ritime사와 RG&F사와의 사이에는 항해용선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Asty Maritime사는 항해용선계약상의 선박소유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면서 항해용선자에게 승소판결을 하였다.
 
(4) 착오에 의하여 당사자의 이름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올바른 당사자로 정정할 수 있다.

착오에 의한 오류를 정정하는 것은 법의 일반원칙이 아니라 용선계약을 해석하는 한 과정이다. 실제로 당사자로 의도된 자 이외에 실존하지 않는 자가 당사자로 기재되는 경우가 있다.4) 이 경우에 용선계약서 체결 전 협상과정과 용선계약서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일반인이 합리적으로 당사자를 확정할 수 있다면 당사자로 의도 된 자가 당사자로 정정된다.

Double Happiness호 사건에서5) 선박소유자 Dieulemar사와 정기용선자 FCL사는 2005년 2월 16일에 일당 용선료 미화 28,500불로 최소 24개월/최대 26개월 동안 Double Happines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정기용선자 FCL사와 재정기용선자 A&O사는 2005년 3월 7일에 일당 용선료 미화 31,500불로 23/25개월 동안 Double Happines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2005년 6월과 9월 사이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정기용선자 FCL사와 선박소유자 Dieulemar사 사이에 체결된 정기용선계약서에는 정기용선자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어 “FCL” 대신에 “FCI”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정기용선자 FCL사와 재정기용선자 A&O사는 이 정기용선계약서를 견본용선계약서로 하여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의 일당 용선료가 3월에 미화 39,000불에서 선박의 인도시점에 미화 10,000불로 하락하자 A&O사는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선박의 인도를 거부하였다. 이에 FCL사는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중재를 제기하였다. A&O사는 “견본용선계약서에 선박소유자가 FCI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FCL사와의 정기용선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재인은 재판관할권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FCL사는 “A&O사는 선박소유자가 Fredriksen씨가 회장으로 있는 Golden Ocean그룹 내의 회사로 관리선박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견본용선계약서에 기재된 FCI사는 단지 착오에 의한 것이다. FCL사는 Golden Ocean그룹 내의 회사이므로 A&O사는 FCL사와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FCL사는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Langley판사는 “2005년 3월 7일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될 당시에 양당사자는 정기용선계약의 체결의사가 있었다. A&O사는 선박소유자의 이름 보다 선박소유자가 Golden Ocean그룹에 속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중요시 했다. 견본용선계약서에 착오로
기재된 선박소유자 이름 FCI사는 본 계약과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정기용선계약은 성립되었으므로 FCL사가 제기한 중재에서 중재인은 재판관할권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실제로 당사자로 의도된 자 이외에 실존하는 다른 자가 당사자로 기재된 경우에도 당사자로 의도된 자가 당사자로 정정된다.6) 이와 같이 착오에 의한 당사자의 정정이 가능한 것은 전체적인 상황으로 판단하여 볼 때 의도된 당사자가 분명한 경우이다. 그러나 계약의 성립과정에서 양당사자가 실제로 의도한 데로 당사자가 기재되었다면 착오로 인한 정정은 인정되지 않는다.7)

Unique Mariner호 사건에서8) 1977년 2월 7일에 Unique Mariner호는 말레이시아 Kelang항에서 인도네시아 Samarinda항으로 공선항해 중 Singapore항에서 약 13마일 떨어진 Nipa 암초지역에서 좌초되었다. 반면에, 그 당시 Nipa 암초지역 주변에 있던 예인선 Salvaliant호는 Unique Mariner호를 발견하고 2월 8일 16시 40분에 구조제의를 하였다. Unique Mariner호의 선장은 Salvaliant호를 Sea Trader사가 보낸 예인선으로 착각하여 구조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2월 8일 18시 05분에 Sea Trader사는 예인선 Asiatic Gola호가 2월 9일 09시에 Singapore항을 출발하여 오전 중에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선장에게 통지하였다. 이 전문을 받고 선장은 즉시 예인선 Salvaliant호의 작업을 중지시켰다. 원고 Unique Mariner호의 선박소유자는 “선장이 착오로 계약당사자를 오인하여 예인선 Salvaliant호와 체결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Salvaliant호의 선박소유자는 “Unique Mariner호의 선장이 구조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Unique Mariner호를 구조하기 위하여 Unique Mariner호의 선장과 예인선 Salvaliant호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선장이 예인선 Salvaliant호와 체결한 계약은 효력이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Brandon판사는 “선장은 구조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고, 실제로 선장은 Salvaliant호와 구조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선장이 예인선 Salvaliant호와 체결한 구조계약은 효력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해석상 당사자의 정정이 불가능하더라도, 용선계약서의 작성 시 오류가 있었다면 당사자는 수정(rectification)에 의하여 정정될 수 있다. Rhodian Sailor 사건에서9) River사는 Rhodian River호를 Sailor사는 Rhodian Sailor호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Christaco사가 River사와 Sailor사의 관리회사였다. 이 3개 회사는 주주와 이사가 모두 같았다. 1982년 12월 초에 Rhodian Sailor호는 한라해운(주)에 용선되었는데 선박소유자의 이름은 River사로 기재되었다. 선박은 한국에서 시멘트를 선적하고 Qatar로 항해 중 12월 26일에 대만 근해에서 침몰하였다. 한라해운(주)이 화물에 대한 손해배상을 River사에게 제기하자, River사와 Sailor사는 선박소유자가 착오로 잘못 기재되었으므로 River사 대신에 Sailor사로 정정하도록 법원에 요청하였다. 1심 법원 Bingham판사는 “Christaco사는 선박소유자를 Sailor사로 용선계약을 체결하고자 했고 River사가 소유하지 않은 Rhodian Sailor호에 대하여 용선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받지 못했다. 따라서 Rhodian Sailor호의 선박소유자는 River사에서 Sailor사로 정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5) 용선계약서에 서명하는 과정은 당사자를 확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당사자를 확정하기 위하여 법원은 관련서류를 전체적으로 조사하여 판단한다. 그러나 서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당사자를 확정하는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10)

Elikon호 사건에서11) 항해용선자 Fercometal사는 1994년 12월 27일에 Elikon호를 항해용선하였다. 젠콘서식인 항해용선계약서 제1부 3란에는 선박소유자가 “Sphinx Navigation Ltd, Liberia C/O Internaut Shipping GMBH Stavendamm 4A 28195 Bremen”으로 기재되었다. 항해용선계약서 전면 아래 부분의 선박소유자 서명란은 “Internaut Shipping”이라고 찍힌 스탬프 위에 주소와 서명이 기재되었다. 즉 Internaut Shipping사가 서명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로부터 권한을 수여받아 단지 대리점으로 서명한다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다. 체선료분쟁에 관한 중재에서 Internaut Shipping사가 아닌 Sphinx Navigation사가 선박소유자로서 중간승소판정을 받았으나 체선료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권한이 있는 회사는 Sphinx Navigation사가 아닌 Internaut Shipping사로 판명되었다. Internaut Shipping사와 Sphinx Navigation사는 “Internaut Shipping사와 Sphinx Naviagation사 모두가 항해용선계약서의 당사자인 선박소유자이다. 따라서 중재인은 신청에 의해 승소판정의 당사자를 Sphinx Navigation사에서 Internaut Shipping사로 수정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항해용선자 Fercometal사는 “항해용선계약의 체결과 관련된 서류를 전체적으로 검토해 보면 선박소유자는 Internaut Shipping사가 아니라 Sphinx Navigation사이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David Steel 판사는 “Internaut Shipping사가 Sphinx Navigation사로부터 서명에 대한 권한을 수여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서명하였으므로 본 항해용선계약의 선박소유자는 Internaut Shipping사이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Mummery판사, Sedley판사와 Rix판사)은 또한 1심 법원 David S
teel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면서 항소를 기각하였다. 

III. 대리인에 의한 용선계약의 체결

1. 영국법상 대리

(1) 의의

대리인이 당사자로부터 당사자를 위하여 계약의 상대방당사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을 수여받아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은 계약의 상대방당사자와 당사자 사이에 성립하게 된다. 이러한 법률관계를 대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대리인은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해 용선계약서에 서명할 때 “누구를 대리하여” 또는 “대리인으로서”라고 명기하고 서명함으로써 계약당사자로서의 책임을 피한다. 대리권 있는 대리인의 이러한 대리 행위는 당연히 당사자를 구속하고 모든 책임은 당사자에게 귀속된다.12)

Riza호 & Sun호 사건에서13) 선박소유자 Liner Shipping사는 Sun호를 선박소유자 Petroleum Shipping사는 Riza호를 나이지리아항에서 제노아항으로 유류를 운송하기 위하여 Kronos Management사와 1994년 11월 11일과 11월 29일에 각각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실제로 Kronos Management사의 사장인 Vatis씨가 Kronos Management사를 위하여 선박소유자와 용선계약의 협상을 하였다. 용선계약서에는 용선자가 Kronos Management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용선자가 용선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용선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선박소유자는 Vatis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Vatis씨는 “단지 Kronos Management사를 대리하여 협상하였으므로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Timothy Walker판사는 “Vatis씨는 Kronos Management사를 대리하여 용선계약의 협상을 하였고, Vatis씨가 용선계약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Vatis씨는 용선계약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본 사건에서 Vatis씨는 용선자 Kronos Management사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아 선박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한 대리인이 된다.

주---
1) 송상현․김현, 앞의 책, 433쪽.
2) Harper & Co v. Vigers Bros [1909] 2 K.B. 549.
3) Asty Maritime Co. Ltd. and Panagiotis Stravelakis v. Rocco Giuseppe & Figli S.n.c. and Others - The Astyanax [1985] 2 Lloyd's Rep. 109 (C.A.); [1984] 2 Lloyd's Rep. 459 (Q.B.).
4) Goldsmith v. Baxter [1970] Ch. 85; Almatrans S.A. v. The Steamship Mutal Underwriting Association (Bermuda) Ltd. - The Tutova [2007] 1 Lloyd's Rep. 104.
5) Front Carriers Ltd v. Atlantic and Orient Shipping Corporation - The Double Happiness [2007] 2 Lloyd's Rep. 131.
6) Nittan v. Solent Steel Fabrications [1981] 1 Lloyd's Rep. 633.
7) Dumford Trading v. OAO Atlantrybflot [2005] 1 Lloyd's Rep. 289.
8) The Unique Mariner [1978] 1 Lloyd's Rep. 438.
9) Rhodian River Shipping Co SA v. Halla Maritime Corp - The Rhodian River and The Rhodian Sailor [1984] 1 Lloyd's Rep. 373.
10) Coghlin Terence, W.Baker Andrew, Kenny Julian, Kimball John D., op. cit., p.42.
11) Internaut Shipping v. Fercometal - The Elikon [2003] 2 Lloyd's Rep. 430 (C.A.).
12) 이창희, “정기용선계약법의 개정방안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논문, 전남대학교, 2003, 30-31쪽.
13)  Petroleum Shipping Ltd. v. Vatis (trading as Kronos Management) - The Riza and The sun [1997] 2 Lloyd's Rep. 314 (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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