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정호 일도해운 사장
2. 선박의 매수인

계약당사자가 아닌 자는 계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즉, 계약은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하는 일반원칙은 프리비티의 원칙(The doctrine of privity)의 한 표현으로 이해되고 있다.1) 그러나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계약당사자 이외에 제3자의 행동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계약유형은 그 이행에 특정한 물건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 계약이다. 그 대표적인 예들 중의 하나가 정기용선계약 또는 향해용선계약이다. 이러한 계약에 있어서는 용선자는 선박의 점유를 취득하지 못한다. 계약은 단지 선박소유자에 의한 서비스 제공의 약속일뿐이다. 즉, 운송물을 용선된 특정한 선박으로 운송하는 약속이다.2)

Lord Strathcona호 사건에서3) 선박소유자 Curzon사와 용선자 Dominion사는 1914년 7월 14일에 Lord Strathcona호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1916년 선박은 인도되었으나 1917년 영국정부에 의하여 징발되어 1919년 7월에 해방되었다. 1917년에 Curzon사는 선박을 매수인 Strathcona사에게 매도하였는데 매수인은 1920년부터 선박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Strathcona사는 “영국정부에 의한 징발을 이유로 Curzon사와 Dominion사 사이의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라고 주장하였다. Dominion사는 “매수인 Strathcona사는 Curzon사와 Dominion사 사이에 체결된 용선계약에 위반하여 선박을 사용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Mellish판사는 “영국정부의 징발로 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지 않았다. 매수인 Strathcona사는 용선계약을 위반하여 선박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용선자 Dominion사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항소법원은 1심 법원 Mellish판사의 판결을 확인․지지하였다. 귀족원(Haldane경, shaw경, Wrenbury경, Carson경과 Blanesburgh경)은 “용선계약의 용선자는 선박에 대한 형평법상 권익을 가진다. 따라서 용선계약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선박매수인 Strathcona사는 용선계약과 일치하지 않게 선박을 사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반면에, Silver Roak호 사건에서4) 선박소유자 Silver Line사와 정기용선자 Port Line사는 1954년 11월 5일에 약 30개월 동안 Silver Roak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1955년 3월 9일에 인도되었다. 선박소유자는 선박 인도 후 9개월 후에 선박을 Ben Line사에게 매도하였고 정기용선계약의 잔여기간 동안 Ben Line사로부터 다시 선체용선하였다. 선체용선계약서에는 선박이 징발되면 선체용선계약이 종료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선박매매 후 7개월이 지난 후 3개월 동안 선박이 징발되었다. 매수인은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정기용선자는 “선박매매에도 불구하고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정기용선자의 화물을 운송하기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매수인이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보상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선박매수인은 “징발로 인하여 정기용선계약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었다. 따라서 선박매수인은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계속하여 사용하게 하여야 되는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Diplock판사는 “징발로 인하여 선박은 프러스트레이션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정기용선계약조건부 선박매매에서 매수인은 정기용선계약 하의 의무를 진다.⌟라는 Load Strathcona호 사건의 판결은 옳지 않다. 만약 옳다고 하더라도 매수인이 정기용선계약의 내용에 대하여 명시적인 통지를 받았을 경우에 적용된다. 정기용선자와 선박매수인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정기용선자는 선박매수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한이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그 이후 Swiss Bank v. Lloyds Bank 사건에서5) Browne-Wilkinson판사는 Lord Strathcona호 사건에 대하여 “…Silver Roak호 사건의 Diplock판사와 의견이 다르다. 정기용선자 Dominion사가 원래 용선계약에 의하여 선박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Strathcona사에게 내린 판결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용선선박의 매수인은 원칙적으로 용선계약의 당사자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선박매매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매수인이 용선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매수인은 용선계약의 내용과 상치되는 방향으로 선박을 사용할 수 없다.6)

3. 선박저당권자

선박저당권자가 저당권설정자인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선박을 계속 점유하게 하였다면, 저당권설정자는 저당권자의 권리를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당해 선박에 관하여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선박에 저당권을 설정하였을 때, 선박저당권자가 용선계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선박저당권자는 용선계약의 내용과 상치되는 방향으로 선박을 사용할 수 없다.7) 즉 저당권설정자가 통상적인 용선을 하는 경우, 저당권자는 선박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함으로써 용선계약의 정상적인 이행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반면에 저당권설정자가 선박에 전시금제품을 선적하고 위험한 항로에 운항시켰다면 저당권자의 권리가 침해되었으므로, 저당권자는 선박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8) 용선자는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선박소유자가 선박에 저당권을 설정할 경우에는 선박소유자가 용선자에게 용선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진다고 용선계약서상에 미리 약정하기도 한다.

4. 용선중개인

용선중개인이란 해운중개업에 종사하는 중개인으로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를 연결시켜 주고 용선계약이 성약될 수 있도록 중개하는 자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겠다. 즉 화물을 구하는 선박소유자와 선박을 구하는 용선자 사이에서 그 수급을 중개하는 자를 말한다.9) 용선중개인은 선박을 일정 항해 또는 일정 기간에 걸쳐 빌려주려는 선박소유자와 선박을 빌리려는 용선자 사이에서 용선계약의 성약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약을 완결지으며, 성약 후 원활한 이행을 촉구하고, 사후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용선중개인은 상업적 윤리를 갖고 행동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10) 정기용선계약서상 뉴욕프로듀스서식(1993) 제43조는 “선박 또는 선박소유자는 이 정기용선계약 및 정기용선계약의 계속 또는 연장에 의하여 지급된 용선료에 대하여 ○○%의 수수료를 ○○에게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11) 용선중개인은 용선중개업무의 대가로 선박소유자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중개수수료는 상관례상 운임 또는 용선료의 1.25%이나 양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리 정하기도 한다.

프리비티의 원칙은 영국 계약법의 기본적인 특징들 중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원칙에 대한 여러 가지의 예외를 인정해 오고 있으며, 최근 의회가 1999년 계약(제3자의 권리)법 (이하 “1999년 법”이라고 한다)이라는12) 제정법에 의하여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정면으로 인정함으로써 이 원칙의 중요한 부분이 수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프리비티의 원칙의 핵심적 내용은 계약의 당사자들만이 그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고 하는 사상이다. 이 원칙에 의하면 약인은 약속의 상대방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하는 규칙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13)

1999년 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용선중개인은 용선계약서상 조항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직접 중개수수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선박소유자가 용선자에게 용선중개인을 위하여 일정한 약속을 한 경우, 용선자는 용선중개인을 위하여 신탁자인 선박소유자가 행한 약속에 대한 이익의 수탁자로 인정되는 때가 있다. 이러한 신탁의 장치는 예컨대 용선중개인이 용선계약의 교섭을 하고, 선박소유자가 용선중개인에게 중개수수료를 주기로 용선자에게 약속을 한 경우에 적용되고 있다. 용선자는 용선중개인을 위한 선박소유자가 한 약속의 수탁자로 인정되고, 따라서 용선중개인이 아니라 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그 약속을 강제 실현할 수 있다고 영국법원은 판시하고 있다.14)

Flore호 사건에서15) 선박소유자 LARSA사와 정기용선자 LFOC사는 1916년 9월 28일에 Flore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H.E.Moss사는 선박소유자의 용선중개인이고, Walford사는 용선자의 용선중개인이었는데 H.E.Moss사가 3%의 중개수수료를 선박소유자로부터 지급받으면 두 회사가 반씩 나누기로 되어 있었다. 또한 중개수수료는 용선계약서 서명 시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다. 1917년 1월에 프랑스 정부에 의하여 선박이 징발된 후에 정기용선계약은 종료되었다. 선박소유자는 “지급된 용선료에 대하여만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고, 징발에 의하여 사용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중개수수료는 지급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는 선박이 징발된 기간 중에 해당하는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용선료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Bailhache판사는 “정기용선계약서상 조항의 내용에 상관없이 지급된 용선료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만을 지급하는 것이 상관례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항소법원(Pickford판사, Bankes판사와 Scrutton판사)은 “상관례에도 불구하고 정기용선계약서상 상관례와 상치되는 명시적인 조항이 있다면 정기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중개수수료는 지급되어 진다.”라고 판시하였다. 귀족원은 “항소법원의 판결을 확인․지지한다. 그러나 중개수수료에 대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는 용선중개인이 아니라, 용선중개인의 수탁자인 용선자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용선자가 용선중개인을 대신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중개수수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거부할 경우,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와 용선자를 공동피고로 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었다. Panaghia P호 사건에서16) 선박소유자 MGTC사와 정기용선자 Achille Lauro사는 1981년 10워 9일에 일당 미화 4,000불의 용선료를 반 개월 선지급하는 Panaghia P호에 대한 1항차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P. Wigham Richardson사가 선박소유자를 위한 그리고 HHP사와 Banchero- Costa사가 정기용선자를 위한 용선중개인으로 정기용선계약이 체결되었다. 정기용선자는 중개수수료를 용선료에서 공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 정기용선자가 파산하자 HHP사와 Banchero-Costa사는 정기용선계약서상 선박소유자가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중개수수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 용선중개인(HHP사와 Banchero-Costa사)은 “정기용선자가 파산하였으므로 선박소유자가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선박소유자는 “선박소유자는 몬로비아에 등록되어 있고 정기용선자는 이탈리아에 등록되어 있는 외국회사이므로 영국법원은 재판관할권이 없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Hobhouse판사는 “정기용선계약서상 재판관할권은 영국에 있고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기로 되어 있고, 선박소유자의 용선중개인과 선주상호보험조합(P&I Club)이 영국에 소재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영국법원이 재판관할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1999년 법 제1조는 계약서에 의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는, 계약서에 의하여 금지되지 않는 한, 계약당사자가 아니지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1999년 법이 제정된 이후에 용선중개인은 지급되지 않은 중개수수료에 대하여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다. Nisshin v. Cleaves 사건에서17) 용선중개인 Cleaves사는 선박소유자 Nisshin사를 위하여 용선중개업무를 하였다. 선박소유자가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이 Nisshin사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주주가 되어 이해관계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용선중개인이 대리점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 또한 용선계약서상 중재약관도 중개수수료와 관련된 손해배상청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다. 용선중개인은 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선박소유자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중재인은 “1999년 법 제1조와 제8조에 의하여 용선계약서상 중재약관이 중개수수료와 관련된 손해배상의 청구에 적용된다.”고 판정하였다. 1심 법원 Colman판사는 “중재약관의 적용에 대하여 중재인의 판정에 동의한다. 또한 용선계약서상 용선중개인이 직접 선박소유자에게 중개수수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으므로 1999년 법 제1조에 의하여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에게 직접 중개수수료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계약서에 중재약관이 있다면 제3자는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선박이 정기용선된 이후에 매각된 경우인 Clematis호 사건에서18) 용선중개인 LFCL사는 선박소유자 Leeston사를 위하여 용선중개를 하여 1919년 5월 30일에 18개월 동안 Clematis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선박은 인도된 후 4개월이 지나서 매도되었다. 선박소유자가 잔여기간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용선중개인은 소를 제기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은 실제로 지급된 용선료에 대한 중개수수료만을 지급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하였다. 용선중개인은 “선박소유자는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도 용선계약서에 의하여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Roche판사는 선박소유자에게 승소판결을 내렸으며 항소법원(Bankes판사, Scrutton판사와 Atkin판사) 역시 항소를 기각하였다. 귀족원은 “⌜선박이 매각되어도 용선계약은 종료되지 않는다.⌟라고 선박소유자가 동의하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묵시적 조항이 용선계약서상에 없으므로 선박소유자는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선박소유자가 고의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거나, 용선계약서상에 선박이 매각되더라도 중개수수료는 지급되어 진다는 별도의 조항이 있다면 선박소유자는 용선중개인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5. 회사의 이사와 주주

영국법상 주식회사는 주식회사의 이사나 주주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실체이므로 주식회사는 주식회사의 이사나 주주의 대리점이 아니다.19) 영국법상 이를 “회사의 장막(corporate veil)”으로 표현한다.

Rialto호 사건에서 유공해운과 Rendsburg사는 1995년 7월 8일에 3년 동안 Rialto호에 대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 정기용선계약서에 정기용선자의 이름도 Rendsburg사로 기재되어 있었고 용선중개회사 Marcan사의 이사인 Yamvrias씨가 Rendsburg사를 대리하여 서명하였다.

Rendsburg사는 Yamvrias씨가 운영하고 그 가족이 수혜지주로 되어 있었다. Yamvrias씨는 선박이 인도되기 전에 Marcan사의 용지에 “Rendsburg사가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기재하여 팩스를 유공해운에 송부하였다.

또한 같은 날에 유공해운이 자금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Rendsburg사의 자금을 Yamvrias씨가 운영하는 Ladidi사에게 이체하였다. 유공해운은 “Yamvrias씨는 Rendsburg사와 Ladidi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는 Yamvrias씨, Rendsburg사와 Ladidi사는 공모하여 계약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을 빼 돌렸다. 따라서 Rendsburg사를 포함한 피고들은 1995년 7월 8일자 정기용선계약을 이행하지 않은데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 Toulson판사는 “정기용선계약의 당사자는 Rendsburg사이지 Yamvrias씨가 아니므로 Yamvrias씨는 정기용선계약의 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 회사의 이사가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이나 본 사건은 이와 관련이 없다. 또한 Yamvrias씨가 자금을 빼 돌렸다고 정기용선계약에 의하여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계약에 의하여 주식회사는 물론 주식회사의 이사 및 주주가 계약의 불이행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주식회사, 이사 및 주주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20) 또한 책임을 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인격을 남용하여 주식회사가 계약을 체결하여 발생한 책임은 주식회사는 물론 주식회사의 이사 및 주주도 지게 된다.21) 영국법에서 이를 “회사의 장막을 꿰뚫기(piercing the corporate veil)”라고 한다.

V. 결어

용선계약과 관련된 분쟁에서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자는 용선계약서상 당사자이므로 용선계약 하에서 당사자를 확정하는 기준은 중요하다. 용선계약 하에서의 당사자를 확정하기 위하여 용선계약의 해석은 전체적으로 하여야 하고, 실질적인 당사자는 소송의 원고 또는 피고가 될 수 있는 당사자적격이 있다. 또한 대리인이 자신의 계산으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대리인이 용선계약의 당사자이며 착오에 의하여 당사자의 이름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올바른 당사자로 정정할 수 있다. 그리고 용선계약서에 서명하는 과정은 당사자를 확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리인에 의한 용선계약의 체결 시 대리인이 당사자를 구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첫째, 대리인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Pocklington호 사건에서는 전문에 의하여 대리인이 명시적으로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 Samah호 & Lina호 사건과 Borvigilant호/Romina G호 사건에서는 대리인이 묵시적으로 당사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경우에 대리인은 책임이 없고 당사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둘째, 표현적 대리권에 대하여 Wave호 사건과 Sincoe/Canadian Hunter호 사건에서 대리인이 계약을 성립시킬 외관상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리인은 책임이 없고 당사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셋째, 대리인이 대리인의 자격을 표시하고 대리인의 이름이 당사자란에 기재된 경우, 우선 Beecroft호 사건에서는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대리점으로 선하증권에 서명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을 검토하였다. England호 사건에서는 관련 증거에 의하면 Lundgren씨가 대리점으로 권한을 수여받아서 서명하였으므로 다른 당사자가 정기용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Ariadne Irene호 사건에서 용선계약서의 용선자란에 용선자로 기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선계약서에 대리점의 자격으로 서명하였다면 용선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Elle호 사건에서 선박의 관리회사가 대리점의 자격으로 용선자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선박소유자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Santa Carina호 사건에서는 Ney Shipping사가 정기용선자의 대리점의 자격으로 유류공급을 Vlasopulos사에게 요청하였으므로 미지급된 유류대금에 대하여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넷째, 당사자가 대리인의 무권대리로 인하여 체결된 용선계약을 추인한 경우에 용선계약은 처음부터 대리권이 있는 대리인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대리인에 의한 용선계약의 체결 시 대리인이 당사자로서 책임을 지는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첫째, 대리인의 자격을 표시하지 않고 대리인의 이름이 당사자란에 기재된 경우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우선 Schmalz v. Avery사건에서 Schmalz사는 대리인임에도 불구하고 선박소유자란에 선박소유자로서 이름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선박소유자로 판단되었다. Brandt v. Morris 사건에서 Brandt사는 대리인임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서의 매수인란에 Brandt사만이 기재되어 있고 Brandt사만이 서명하였으므로 Brandt사는 매수인으로 판단되었다. Primorje호 사건에서 다른 용선계약을 협상할 때 B&S사가 대리점으로서의 지위가 언급된 것이 분명하더라도 새로운 용선계약을 협상할 때 대리점으로서의 지위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당사자로서 용선계약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운항선박소유자는 선박소유자로 판단된다는 것을 Yanxilas호 사건에서 검토하였다.

둘째, 대리인이 무권대리의 경우에 Demodocus호 사건에서 대리인이 대리권의 존재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보증을 한 것으로 취급되어 대리인이 책임을 진다는 것을 검토하였다. Ocean Frost호 사건, Suwalki호 사건, Frost Express호 사건 그리고 Nea Tyhi호 사건에서는 대리인이 무권대리의 경우에 실제의 당사자는 용선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대리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일방당사자는 상대방당사자가 용선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상대방당사자에게 용선계약을 이행하는 것에 대하여 재정적으로 확고한 제3자가 보증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영국법상 프리비티의 원칙에 의하면 계약당사자가 아닌 자는 계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프리비티의 원칙에는 예외가 있는데, 선박의 매수인과 선박저당권자 그리고 용선중개인을 검토하면서 살펴보았다. 용선계약의 당사자인 주식회사가 용선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에 법인격이 부인되었다면 회사의 이사와 주주가 책임을 진다. 영국법은 이런 상태를 “회사의 장막을 꿰뚫기”라고 표현한다.

용선계약서의 선박소유자와 용선자란에 기재된 자가 용선계약의 당사자이다. 또한 용선계약서에 서명하는 과정이 당사자를 확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당사자의 확정은 용선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주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용선중개인 또는 대리점 등의 대리인이 용선계약서에 서명을 할 경우에 선박소유자 또는 용선자의 이름을 기재하면서 대리인의 자격으로 서명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리인이 용선계약서의 당사자로서 용선계약의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다.

주---
1) 이호정, 앞의 책, 361쪽.
2) 위의 책, 364쪽.
3) Lord Strathcona S.S. Co. Ltd. v. Dominion Coal Co. Ltd. [1925] 23 Ll.L.Rep. 145; [1926] A.C. 108.
4) Port Line Ltd. v. Ben Line Steamers Ltd. - The Silver Roak [1958] 1 Lloyd's Rep. 290; [1958] 2 Q.B. 146; [1958] 2 W.L.R. 551; [1958] 1 All E.R. 787 (Q.B.).
5) Swiss Bank Corporation v. Lloyds Bank Ltd. [1982] A.C. 584 (C.A. and H.L.); [1981] 2 W.L.R. 893; [1981] 2 All E.R. 449; [1981] 125 S.J. 495 (H.L.); aff'g [1980] 3 W.L.R. 457; [1980] 2 All E.R. 419; [1980] 124 S.J. 741 (C.A.); rev'g [1979] Ch. 548; [1979] 3 W.L.R. 201; [1979] 2 All E.R. 853; [1978] 123 S.J. 536 (Q.B.).
6) 송상현․김현, 앞의 책, 434쪽.
7) De Mattos v. Gibson [1958] 4 De G. & J. 276; 28 L.J. Ch. 498 (C.A.).
8) 송상현․김현, 앞의 책, 434쪽.
9) 김성준, ⌜해운과 전문직업⌟, (부산 : 전망, 2005), 16쪽.
10) 이광희․이원정, 앞의 책, 5쪽.
11) 이 조항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 commission of ○○percent is payable by the Vessel and the Owners to ○○ on hire earned and paid under this Charter, and also upon any continuation or extension of this Charter."
12) 1999년 계약(제3자의 권리)법 이 제정법은 1996년 Law Commission Report No 242, Privity of Contract : Contract for the Benefits of Third Parties(Cmnd 3329)를 기초로 하고 있다. 법률위원회는 1996년에 제3자를 위한 계약을 정면으로 인정함으로써 프리비티의 원칙을 크게 제한하는 이 법의 제정을 위의 보고서에서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영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1999년 이 법의 제정을 보기에 이르렀다. 60여년 전에도 법개정위원회가 그러한 개혁의 주장을 한 바 있었지만, 법의 제정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이호정, 앞의 책, 338-339쪽.
13) 위의 책, 331쪽.
14) 위의 책, 358쪽.
15) Les Affreteurs Reunis S.A. v. Leopold Walford (London) Ltd. [1919] A.C. 801; 24 Com. Cas. 268; 88 L.J.K.B. 861; 121 L.T. 393; 35 T.L.R. 542; 14 Asp. M.L.C. 451 (H.L.).
16) Howard Houlder & Partners Ltd. and Banchero Costa & Companera S.p.A. v. Maritime General Transporters Corporation - The Panaghia P [1983] 2 Lloyd's Rep. 653 (Q.B.).
17) Nisshin Shipping Co. Ltd. v. Cleaves & Co. Ltd. [2004] 1 Lloyd's Rep. 38 (Q.B.).
18) French (L.) & Co. v. Leeston Shipping Co. (1922) 10 Ll.L.Rep. 448; [1922] 1 A.C. 451; 27 Com. Cas. 257; 38 T.L.R. 459; 127 L.T. 169; 91 L.J.K.B. 655; 15 Asp. M.L.C. 544 (H.L.).
19) Salomon v. A.Salomon and Co. Ltd. [1897] A.C. 22 (H.L.).
20) The Swan [1968] 1 Lloyd's Rep. 5 (Adm.).
21) Trustor v. Smallbone [2001] 3 All E.R. 987; Kensington International v. Republic of Congo [2006] 2 B.C.L.C.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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