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친환경·안전의 조화, 생존여부 결정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해운·조선산업이 선박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로 생각했던 요소는 바로 경제성이었다. 안전성과, 친환경적 요소들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트렌드는 1980년대에서 20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다소 바뀌어 안전성(Safety)이 선박기술에 있어 최고 고려사항으로 자리잡았다. 경제성이 비록 안전 관련 요소에 우선고려 대상 자리를 내줬지만 이 시기 친환경적 요소 위에는 아직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2012년에 이르는 사이 환경을 고려한 선박기술은 경제적 요소를 누르고 안전성 다음으로 중요한 고려 항목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2년 이후에는 안전과 친환경적 요소가 결합돼 선박기술에 있어 최우선 고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녹색선박' 기술의 보유 여부는 향후 해운,조선산업에 있어 더 이상 '있는 자들의 생색내기용 전유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둔 시점에 한국선급(KR)이 주최한 '제3회 서울 국제해사조선컨퍼런스'(SIMS)가 9월 2일 그랜드 힐튼호텔서 열렸다. 해사산업계의 친환경 기술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내리기 위한 발제가 속속 등장했다. 이날 발제된 내용들을 추려, 지상에 게재한다.

 

"Offshore DB 구축 성공"

OCIMF 클리포드 프록터 기술고문

국제정유사포럼(OCIMF)은 유류화물의 국제 해상운송 과정에서 오일탱커와 유류터미널의 안전하고 친환경적 운영을 위해 지난 1970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설계와 운영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최전선의 단체가 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오일 메이져들은 터미널에서 선박을 통한 해상운송 및 도착지에서의 하역 등 유류 운송 전 과정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82개의 회원사가 가입돼 있는 자발적 단체인 OCIMF는 형식화된 탱커 검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자가진단을 통한 지속적인 안전 및 환경기준 향상 도모와 △오일터미널의 관리 및 운영기준 향상을 통한 안전 확보와 환경보호 도모 △선박 검사 결과와 유사한 접근법을 사용함으로써 오프쇼어(Off-Shore) 분야의 안전의식 고취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OCIMF는 오일탱커의 안전과 해양환경 보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최상의 실행지침 개발을 비롯해 조선업 등 유관 산업계와의 공조체제 구축, 환경보호 관련 규제 본문 작성 참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 승인 등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 외 지원활동과 관련 OCIMF는 3개의 위원회를 조직,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일반위원회(General Purposes Committee)는 오일탱커와 관련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선박검사리포트(SIRE) 작성과 탱커 운용 자가진단(TMSA2) 등이 일반위원회의 주요 업무이다.

원유 터미널과 관련한 업무를 관장하는 포트·터미널위원회(Ports&Terminals Committee)는 탱커와 항만시설(Shore)간의 접점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멀티 부이 무어링이나 오일탱커, 터미널의 국제적인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OCIMF 조직의 해상터미널 시스템과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오프쇼어마린위원회(Offshore Marine Committee)에서는 2010년 1월 해상플랜트 등 오프쇼어 검사 데이터베이스(OVID)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OCIMF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참석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MO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OCIMF는 IMO와의 상호작용 역시 간과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탱커 안전운항, 철저한 선원관리서 비롯"

국제탱커선주협회 피터 스위프트 전무이사

해운의 안전을 위해서는 건실한 안전관리제도와 선박 및 기자재에 대한 높은 안전기준이 필요함과 동시에 선박운용을 담당하는 인적요소의 관리 또한 빼 놓아서는 안 된다. 2009년 한 해 동안 탱커의 해상운송과정에 발생한 사고를 분석해본 결과 선체와 기관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제외한 사고 유형 중 선박 간 충돌이 전체의 26%를 차지해 가장 많은 사고유형으로 나타났다. 이어 좌초가 2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다시 말해, 인적요소(선원)와 관계된 부분을 잘 관리할 경우 탱커 사고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행복한 선박이 곧 안전한 선박'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선박을 운항하는 선원들의 관리 여부에 따라 탱커의 안전운항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해상직 기피현상이 지속, 심화됨에 따라 우수한 자질의 선원 확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수한)선원의 선발, 교육훈련, 장기간 해상근무를 유도하는 시스템의 구축은 안전운항의 기본적 조건이다.

선주와 선박건조업체, 설계담당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선원들을 배려하는 선박건조 활동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가령, 선박 내 선원숙소 및 주거공간과 관련 신규 발주를 의뢰하는 선주는 조선소 측이 제시한 표준(norms)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선원들이 승선생활 중 자기 개발 및 경력개발에 필요한 시설 역시 제대로 고려하고 있는지도 되묻고 싶다. 복리후생을 강화함으로써 선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담당업무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일종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술한 선내 선원복지 인프라의 향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원들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가령 하급 혹은 동료 선원이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이 선원을 불필요하게 범죄자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탱커 등 위험물 운송선박의 해기사들은 해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2류 시민 취급받는 뱃사람이 아니라 진정 인격적으로 존중 받고, 타 직종에 비해 처우도 손색없이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탱커 선주들은 말라카해협, 아덴만 등의 해역에서 자주 출몰하는 해적으로부터 자신들의 선박과 선원들을 안전하게 지켜야만 한다. 진정한 '위험물 안전해상운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원들이)행복한 선박이 곧 안전한 선박'이란 문구를 꼭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간행물 발간으로 안전운항 공론화에 일조"

INTERCARGO 이안 해리슨 기술이사

국제건화물선주협회(INTERCARGO)는 항만국 지적실적, 인명피해 데이터를 기초로 건화물선의 운항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토대로 매년 'benchmarking bulk carriers'라는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동 벤치마킹 벌크 캐리어 리포트는 매년 우리 협회에 가입한 회원사들의 선박 사고현황을 통계화 한 피해 보고서를 포함하고 있다.

2010년 5월 4판이 발행된 벤치마킹 벌크 캐리어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총 9척의 회원사 벌크선이 운항 중 해난사고를 당해 선박 손실을 입었다. INTERCARGO에서는 'Intercargo Work Programme'이란 간행물을 통해 업계의 안전향상을 도모해 왔다. Intercargo Work Programme의 기술적 주요 이슈에는 적하율, 위험 화물,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이 포함된다.

 

"해운시황 따라 선박금융도 일희일비"

산업은행 현용석 선박금융팀장

국내 선박금융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1990년 이전에는 수출입은행 연불수출, 산업은행 계획조선, 일본 상사금융 등이 이용됐다. 1990년대에는 시중은행이 참여하는 유로달러금융 제도가 도입됐다. 1997년 IMF 등으로 인해 선박금융 전체는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2004년까지 수출입은행이 선박 Structured Finance에 진출하면서 국내에 선박펀드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해운 시황의 호황, 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선박금융도 활황을 누린 시기였다. 세계 물동량 증가, 차이나 이펙트 등으로 운임은 최고점을 향해 내달렸고 발주량 또한 전래 없던 급증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및 세계경기 동반 침체 등으로 지난 2008년 하반기 이후 해운시황도 침체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산업은행과 캠코 선박펀드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산업은행이 출시한 선박펀드인 Let's Together Fund는 10억 6000만 달러 규모이며 5∼7년 만기에 목표수익율 연 10.5%(IRR 기준)이다. 산업은행과 조선사, 해운사, 보험사 등을 투자가로 하며, 신조선 및 중고선 모두 투자대상 선박에 포함된다. 동 펀드의 자산관리는 산은자산운용과 한국인프라자산운용이 담당하고 있다. 대규모 해운사, COA계약, 외국계 은행의 선순위 대출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다. 오늘 소개한 Let's Together Fund는 2009년도 기준이며 2010년 9월 현재 펀드의 규모 및 목표수익율 등은 다소 변동될 수 있음을 일러둔다.

 

"블랙카본 저감, 북극항로 개방 선결조건"

한국선급 천강우 박사

선박 유해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 중 하나인 선체 최적화(Hull Optimization)의 경우 연료 소비율이 5∼20% 절약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선체 최적화는 신조선의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선미 하부에 장착된 스크류(프로펠러)와 러더 어셈블리와의 조합을 통해 연료소비를 적게는 5%, 많게는 15%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기존 운항선박에는 적용이 곤란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적용해 볼 수 있다.

IMO에서는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저감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미세입자(PM)란 그을음이나 연기, 안개, 스모그 등 인체와 대기중에 유해한 모든 입자를 포함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유기화합물, 금속, 흙, 그을음, 검은 탄소(Black Carbon) 등이 미세입자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을음의 경우 디젤연소 시 많이 발생한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입자나 블랙카본은 대기열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미세입자 배출 저감의 당위성은 인간과 생물의 생존까지 궁극적으로 위협하는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미세입자의 양을 저감시키기 위해선 우선 규정 마련이 필수적이다.

IMO MEPC 60차 회의에서는 엔진연소량, 과동엔진부하량, 연료 등의 소비를 줄이거나 재생에너지 사용 등 선박을 스마트하게 운영하는 방안 등을 논의, 규정한 바 있다. 또한 북극해 항로 개설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으로부터의 블랙카본 배출량을 저감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동 회의에서 이슈화 된 바 있다. 북극해에서의 블랙카본 배출량 저감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이유는 블랙카본의 배출로 인해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빙하가 점점 더 빨리 녹을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선박 미세입자 배출 감소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인 후처리 산화촉매장치(DOC)를 통해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을 저감시킬 수 있다. DOC는 나노입자는 저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감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황이 많이 함유된 선박용 오일과는 괴리감이 있다.

매연여과장치(DPF)는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저감 효율성이 높다. 미세입자의 경우 저감에 따른 효율성이 90%에 달한다. DPF 시스템은 패시브, 액티브 등 두 가지 종류로 구성돼 있다. 패시브는 엔진 배기열에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설치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액티브 DPF 시스템은 자동으로 재생이 가능하며 전기 전도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동 시스템은 유지비용이 저렴하며 재생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소유했다. 반면, 패시브 DPF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치과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입자를 줄이는 기술 중 가장 최근에 선보인 기술인 플라즈마(Plasma) DPF 시스템은 필터의 효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신 기술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기존의 월 플로우 필터에 적용이 어려운 점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이와 함께 선박의 운송조건과 연료 패널티에 대한 분석작업도 요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박으로부터 배출되는 미세입자 저감 기술의 향후 계획은 관련 부품개발과 설비의 설계 시 진동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예정돼 있다.

 

"밸러스트수 처리설비 공급부족 대비해야"

국제해운회의소 데이빗 텅 기술전무이사

2004년 IMO가 '국제 선박평형수관리협약'(Ballast Water Management Convention·BWMC)을 채택하면서 모든 선박에 대해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2010년 7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선복량의 24.44%를 차지하는 26개국이 선박평형수관리협약에 비준한 상태다. 향후 전 세계 선복량의 10.56%를 차지하는 4개국이 비준을 마칠 경우 세계 상선 선복량의 35% 이상, 30개국 이상의 국가가 비준을 완료함에 따라 이로부터 12개월 후 동 협약이 발효된다. 전술한 비준조건 충족시기는 내년 1월 경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2012년 1월부터 동 협약이 정식 발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IMO에서 최종 승인(FA)한 선박평형수 처리기술 4건을 보유하게 됐다. 또한 한국은 2건의 임시승인(TA)을 득해 놓은 상태다.

선박평형수 처리설비를 선박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선박의 설계는 물론 전력소비량, 유지보수 요건 등을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화학적 처리방식의 설비를 탑재할 경우에는 화학물질 선내 저장의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 VLCC나 케이프사이즈 벌커의 경우는 밸러스트수의 흐름율(Rate of Flow)도 감안해야 한다.

BWMC 전면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선의 경우 향후 7∼8년 간 5만척 정도가 밸러스트수 처리설비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조선의 경우 연간 1400대에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 조선소는 약 100여 개로 추산된다.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이 정도인 반면 밸러스트수 처리설비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수는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즉, 밸러스트수 처리설비 장착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판국인데, 공급은 이에 한참 미달하고 있다. 한편, 밸러스트수에 대한 규제는 IMO보다 미국이 더 심하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내놓은 관련 규정이 IMO보다 더 엄격하다는 것이 국제 해운조선업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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